마을이 쪼개졌다···‘우영우’ 같은 현실, 다른 결말

마을이 쪼개졌다···‘우영우’ 같은 현실, 다른 결말

기사승인 2022-07-27 06:00:29
대덕동을 통과하는 공항철도와 제2자유로.   사진=김형준 기자

#다 옛날 얘기죠, 국책 사업을 어찌 막을 수 있겠어요. 민간인은 힘이 없습니다. (대덕동 주민 A씨)

#드라마를 보고 문의전화가 왔어요. 저희 마을과 사례가 비슷해 연상하시는 분들이 계시는 듯 합니다. (대덕동 행정복지센터 관계자)

현재 ENA에서 방영중인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도로로 인해 마을이 두 동강 날 위기에 처하는 에피소드가 있다. 주인공의 활약으로 도로가 마을을 우회하는 결말이 났지만 현실에서는 드라마와 사뭇 다른 결과를 낳았다.

현장을 확인한 결과 마을 위에 철도와 도로가 지나다니고 있다. 시끄러운 전철 소리에 지역 주민들을 인터뷰 할 때 다소 어려움이 있었고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흩날리는 먼지들을 견디기 힘든 수준이었다.

행정동인 대덕동은 법정동인 화전동과 덕은동, 현천동 일부로 이뤄졌으며 서울 마포구 상암동과 붙어 있다. 서울과 경기도의 경계에 위치해 상암동과 행신동을 잇는 연결지이기도 하다. 정부는 2006년 대덕동 일대를 공항철도와 제2자유로가 모두 지나가는 통과노선으로 지정했다.

이에 대덕동 주민들은 반발했다. 마을을 관통하는 해당 노선이 마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개발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당시 대덕동 주민자치위원회를 중심으로 주민들은 공항철도 대덕동 구간 지하화와 제2자유로 대덕동 연결 노선 백지화를 요구한 바 있다.

이진문 대덕동 주민자치위원회 고문은 “마을 위로 지나가는 공항철도에 대해 지화화를 요구했지만 결국 바뀌는 것은 없었다”며 “결국 해당 노선은 현천동(대덕동) 지상으로 지나가 같은 동네인데도 쪼개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철도가 지나가는 자리에 대한 토지 보상을 받았지만 토지수용법에 따라 시세보다 적은 금액을 지급받았다”며 “이후 변호사를 선임해서 5%정도 더 보상을 받았지만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다”고 덧붙였다

제2자유로 공사와 관련해서도 주민과 갈등을 빚었다. 지난 2007년 대덕동 주민들은 제2자유로가 마을을 관통하며 발생한 진동·매연 등의 피해 예상과 사전환경성검토 협의가 늦어졌다는 점을 이유로 소송을 냈다.

하지만 재판부는 “주민이 입을 피해 정도가 사회통념 기준을 초과한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고 도로 건설이 환경피해를 가져온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이를 기각했다. 중단됐던 공사는 결국 재개됐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대덕로 일대에 위치한 난지물 재생센터.   사진=김형준 기자

드라마 속에서는 천연기념물 등장, 현실은...

드라마와 현실의 차이는 천연기념물 유무에 있다. 드라마 속에서는 사업 예정 부지에 있던 ‘팽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도로가 마을을 우회하는 것으로 해피엔딩을 맞이했다.

다만 현실에서는 천연기념물은커녕 혐오시설로 분류되는 하수처리장인 난지물 재생센터가 버티고 있었다. 대덕동 주민위원회 측은 도로 문제와 더불어 난지물 재생센터 이전을 강력하게 촉구해왔다.

서울시민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난지물 재생센터는 고양시에 위치해 있지만 고양 시민들에게 얻는 이익은 하나도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동환 고양시장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지난 지방선거 당시 센터 공원화 조성을 약속했다.

대덕동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국책 사업을 어찌 막을 수 있었겠냐”며 “이미 당시 거주하던 주민들은 많이 떠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고양시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대덕동은 1505세대에 인구수 2554명으로 지난 2006년 철도 도입 당시 4400여명이 거주했던 것과 비교했을 때 급감했다. 

대덕동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도 “당시 거주하던 원주민들은 현재 대부분 이주를 한 상황”이라며 “반대하셨던 분들 가운데 이주를 하신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시공업계 관계자는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국책 사업의 경우 시간이 걸려도 대부분 이뤄진다”며 “사업 시행 공고문 등 규정을 일반인이 막을 도리는 없다”고 밝혔다.

김형준 기자 khj011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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