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 해석 분분…중대재해법 위반 주장도

‘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 해석 분분…중대재해법 위반 주장도

쓰러진 간호사, 의사 없어 타병원으로 이송…“산업재해 인정 쉽지 않아”

기사승인 2022-08-04 06:14:01
서울아산병원.   사진=박선혜 기자

국내 최대 상급종합병원인 서울아산병원에서 간호사가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졌다. 긴급 수술을 할 의료진이 부족해 다른 병원으로 이송됐다 끝내 숨졌다. 이를 두고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수술 가능한 교수 2명…모두 병원 없었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9차 급성기 뇌졸중 적정성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인 1등급을 받았다. 30대 간호사 A씨에게 필요한 수술은 뇌동맥류 결찰술이었다. 두개골을 절개하고 뇌를 드러내는 개두술이 필요한 고난도 수술이다.

서울아산병원에 해당 수술을 진행할 수 있는 신경외과 교수는 2명. A씨가 쓰러진 지난달 24일 새벽, 1명은 외국 학회로 출장을, 1명은 휴가로 지방에 있었다. 당시 병원에 신경외과 교수 1명이 있었지만 해당 분야 전문가가 아니라 수술을 할 수 없었다.

2일 시민단체 간호와 돌봄을 바꾸는 시민행동에서는 “서울아산병원이 골든타임을 놓쳐 간호사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1월부터 시행 중인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에서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한 법이다.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다 하지 못해 사망자 발생 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즉 병원장이나 이사장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병원도 중대재해처벌법 예외가 아니다. 의료기관의 경우에는 연면적 2000㎡ 이상이거나 병상 100개 이상인 곳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이번 사고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할 수 있을까. 먼저 서울아산병원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 것은 맞다. 서울아산병원은 연건평 8만5000여평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해 기준 총 병상 2715개로 국내 최다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법조계·의료계 “산업재해 인정 어려워 보여”

관건은 산업재해 인정 여부다. 사인과 업무상 재해와 연관성이 있어야 산업재해로 인정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에는 산업재해로 인정받기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게 의료계와 법조계 관계자 의견이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중대재해대응센터 센터장)는 “사인과 업무 간에 높은 인과관계가 있다면 산업재해가 될 수 있다”면서 “개인 병질이나 유전적 요인, 기존에 있던 증세 때문에 숨졌다면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근로자 업무상 재해 신속·공정 보상을 목적으로 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업무상 재해 범위를 넓게 본다. 업무상 재해 기준도 구체적으로 정했다”면서 “반면 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말그대로 형사법이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보다 엄격하게 해석한다. 더군다나 판단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결국 판사가 규범적으로 판단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혜선 가톨릭대 예방의학과 교수 역시 “병원은 의료법에서 정한 정원 기준에 따라 운영한다”며 “간호사들은 높은 노동 강도를 견디고 있지만 법적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산업재해 인정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다만 정 교수는 “서울아산병원은 상급의료기관이다. 의사가 없었고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응급상황 대비가 미흡했다는 점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면서 “특히 서울아산병원에서는 지난 2018년 ‘태움(직장 내 괴롭힘)’으로 간호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도 있었다. 병원 측이 의료인 건강과 안전 확보에 더 노력했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전경.   쿠키뉴스 자료사진

의사 인력 부족인가 저(低)수가 문제인가…복지부 진상조사 나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병원 측에 진상 규명과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해당 시간에 의사가 없었던 이유와 전원에 걸린 시간 등 자세한 사망 경위 등을 조사해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이번 사건 배경에는 의료공백, 즉 의사 인력 부족 문제가 있다. 뇌동맥류 파열에 따른 응급수술이 가능한 의사인력은 국내 대학병원에서도 한 두명 정도에 불과한 수준”이라며 ”정부는 의사 인력 부족 문제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시작하고 상급종합병원 평가와 의료기관 인증평가도 재점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병원의사협회는 대한민국 최고 병원이라는 곳에 뇌동맥류 결찰술, 일명 ‘클립핑(clipping)’ 수술을 하는 의사가 2명뿐인지에 대한 근본적 원인은 다른 데 있다고 짚었다.

병원의사협회는 3일 성명서를 내 “클리핑 수술은 수술 자체도 어렵지만 환자 예후도 좋지 않고 수가마저 높은 편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병원에 클리핑 수술이 가능한 의사를 많이 둘 필요가 없는 것”이라면서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저수가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는 진상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전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2차관을 향해 “보건 책임자로서 국내 상급 종합병원인 서울아산병원에서 발생한 상황이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느냐.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하자 이 차관은 “진상을 조사해서 별도로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송파구 보건소와 4일 중으로 병원을 방문, 기초 사실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