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의사들 “필수진료과 지원하면 멍청”

젊은 의사들 “필수진료과 지원하면 멍청”

전공의가 본 아산병원 사고
“의사 수 부족? 간호협회, 정치적 이익 챙기려 해”
“대학병원-중증환자, 일차의료-경증환자 전담해야”

기사승인 2022-08-05 06:11:02
대한전공의협의회 여한솔 회장과 강민구 부회장이 4일 서울 대한의사협회 용산임시회관에서 열린 ‘돈보다 생명을’ 대한민국 필수의료체계 붕괴 위기 대책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정진용 기자

근무 중 쓰러진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치료할 의사가 없어 타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근본 원인을 두고 의료 직군별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의사 인력 부족이 원인이라는 노동조합과 간호협회 주장에 의사 단체는 필수 의료 체계 붕괴가 근본적 원인이라며 반박에 나섰다. 필수 의료과 기피 현상, 상급병원과 수도권 쏠림 현상 등 기형적 의료 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4일 오후 4시 서울 용산 대한의사협회에서 의료체계가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며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한솔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과 강민구 대한전공의협의회 부회장이 참석했다.

대전협은 아산병원 간호사와 몇 개월 전 뇌출혈로 쓰러진 세브란스 중환자전담 송주한 교수가 숨진 사건을 언급하면서 “의료진이 더는 버티기 힘들다. 더 많은 참극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 회견문에 나섰다”고 취지를 밝혔다.

대전협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불과 10~20년 전에 비해 수십 배의 환자들이 수련병원, 종합병원으로 몰아 닥치고 있다”며 “병원들은 문제를 지적하기보다는 몰려드는 환자를 꾸역꾸역 소화하기 위해 PA제도를 끌어왔다. 전공의들은 의료 시스템에 지쳤다”고 지적했다.

의사 사회에서는 오죽하면 “아직도 바이털(vital) 과를 가려고 하는 멍청한 의사가 있나”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온다는 언급도 있었다. 바이털 과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등 생명에 직결되는 과를 일컫는다.

열악한 근무 환경과 기형적인 수가 문제로 필수과를 지망하던 의사들도 떠밀리듯 다른 곳으로 탈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 예로 소아과는 다른 과처럼 비급여 항목이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의사 수입을 국가가 정한 의료수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짚었다.

수년간의 트레이닝을 거친 외과 계열 의사도 일자리 자체가 턱없이 부족하고, 전공을 살려 취업을 하더라도 혹독한 당직 일정과 가혹한 근무 시간을 견디지 못해 개원하거나 요양병원, 한방병원에 취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장과 폐 수술을 담당하는 흉부외과는 열악한 근로환경과 턱없이 낮은 수가 때문에 지난 10년간 전문의 배출이 연평균 24명에 불과하고 “이미 멸종단계를 밟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소아 심장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흉부외과 의사를 하지정맥 클리닉으로, 뇌출혈도 치료할 수 있는 신경외과 의사들을 MRI 찍는 척추통증 클리닉으로, 메스를 잡아야 할 외과 의사들을 요양병원 한방병원으로 내몰았다”면서 “밤잠 설쳐가며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느니 더 행복하게, 편하게 사는 삶을 택한 이들을 그 누구도 비난할 수 없다. 각 분야 전문의보다 미용만 하는 일반의가 돈을 더 벌고 더 행복한 세상을 설계한 사람이 비난받아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대전협은 단기적, 장기적 해결책을 제시했다. 단기적 해결책으로는 수련병원, 대학병원 내 전문의 채용을 위한 수가 및 예산 확대를 언급했다. 36시간 연속 근무 시 24시간 이후 추가 12시간에 대해서는 당직으로 인정해 당직 수당을 지급할 것을 비롯해 의료진 급여 및 수당 개선을 강조했다.

장기적으로는 1, 2차 병·의원에서는 경증 환자를 전담하고, 3차 병원에서는 중증 환자를 전담할 수 있도록 의료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건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중증 종합병원에 대한 환자 쏠림 현상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한솔 대전협 회장은 “간호협회는 문제 원인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고 의사 수가 부족해서 생긴 문제라며 단체 정치적 이익을 우선 챙기려 시도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학병원, 국회, 보건복지부 등 유관 단체들을 상대로도 의사들이 적절한 수준의 근무 강도와 보상을 받고 일할 수 있도록 촉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대한뇌졸증학회 역시 입장문을 통해 아산병원 사망사고에 대해 만성적인 저수가 및 인력 부족 문제 해결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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