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제멋대로 도어스테핑’…국민 신뢰 저하

尹 ‘제멋대로 도어스테핑’…국민 신뢰 저하

여러 선진국이 도입한 도어스테핑, 언론 소통 창구
尹, 원치 않을 땐 답변 피하기도…비판 이어져

기사승인 2022-08-05 06:00:34
윤석열 대통령.   사진=박효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한 지 80여일 만에 20%대로 추락했다. 이 상황의 원인을 ‘도어스테핑(Doorstepping·약식 회견)’ 때문이라고 일각에서는 추측하고 있다. 도어스테핑서 이어지는 대통령의 실언이 지지율 하락을 초래했단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간단한 질의응답을 하고 있는데 이를 도어스테핑이라고 부른다. 출근길에 간단한 즉석 문답으로 언론과의 소통 창구를 넓힌 건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외국에서는 도어스테핑 같은 대통령의 약식 회견이 빈번히 이뤄진다. 영국 총리는 매주 수요일 의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응답하는 정례행사를 치르고 있다. 이는 총리와 야당 대표 등이 다양한 현안을 놓고 벌이는 설전으로서 TV 등으로 생중계된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내에서 기자들과 자주 브리핑으로 소통한다. 일본 총리도 관저 앞에서 수시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한다. 

우리나라의 대통령 기자회견은 1년에 몇 번 열리지 않고, 정해진 질의대로 회견이 진행되기에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 국정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지만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는 않았던 것이다. 이 때문에 대통령의 생각을 알 수 있는 도어스테핑은 국민과 정부를 연결하는 도구로써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도어스테핑이 윤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다. 도어스테핑서의 발언 문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평가가 높다는 여론조사에는 “지지율은 별로 유념치 않았다”며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말해 ‘실언 리스크’를 키웠다. 또 노동시장 개혁안을 보고받지 못했다는 등 정부와 부처의 말이 어긋나는 경우도 발생해 국민의 불신을 사기도 했다.

‘실언’ 관련 문제는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 6월 8일 “과거 (정부에선)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들이 아주 도배하지 않았느냐”고 말한 데에 이어 15일 “‘대통령을 처음 해봐서’ 공식·비공식 행사를 어떻게 나눠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대정부 질문에 참석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나눈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이렇듯 윤 대통령이 ‘마음대로’ 도어스테핑을 한다는 의견은 지난달 26일 더욱 불거졌다. 이날 오후 국회 대정부 질문에 참석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의 텔레그램 메시지가 공개되면서다.

발신자가 ‘대통령 윤석열’로 표기된 사람이 “우리 당도 잘한다. 계속 이렇게 해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다”고 권 원내대표에게 보낸 사실이 포착됐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두고 이 같은 말을 했다는 게 알려지자 여당 지지층이 주를 이뤘던 ‘에펨코리아’ 커뮤니티에는 “이제 윤 대통령을 믿을 수 없다”는 게시글이 속속 올라왔다.

윤 대통령은 해당 사건 다음날 공교롭게도 외부 일정으로 도어스테핑을 하지 않았다. 문자가 언론에 포착된 건 26일, 27~29일은 윤 대통령의 외부 일정, 30~31일은 주말, 8월 1일부터는 윤 대통령의 첫 휴가다. 도어스테핑은 오는 8일 이후에나 열릴 것으로 보여 윤 대통령의 생각을 직접 물을 기회가 줄었다.

일각에서는 도어스테핑과 관련해 공보라인에서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연이은 ‘실언 리스크’ 때문이다. 하지만 관련자는 그런 건 아니라고 밝혔다.

최영범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4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대통령 모시고 일하는 대변인, 부대변인 등이 대통령과 의견이 불일치할 수는 없다”며 “대통령은 (공보라인인) 저희들이 보고하는 사항에 대해 인지하고 계시고 그걸 고려해서 (도어스테핑에서) 말씀을 하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보라인의 문제는 없다”고 확신했다. ‘실언 리스크’가 실무진 사이의 갈등에서 나온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에게도 관련 질문을 했지만 끝내 답하지 않았다.

누리꾼들은 비판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진보 커뮤니티인 클리앙에서는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을 계속 미루고 있다는 보도를 언급한 글의 댓글에 “한 달도 못할 줄 알았는데 제법 오래갔다”며 “‘내부총질’ 질문에 답변할 엄두가 안 나는 것 같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보수 커뮤니티도 마찬가지였다. 윤 대통령이 ‘문자 파동’ 이후로 도어스테핑을 하지 않자 ‘제멋대로 도어스테핑’을 한다며 “도어스테핑 영구봉인할 듯” “윤석열이 도망갔다”는 등의 게시글이 이어졌다.

전문가도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이 국민에게 닿는 효능이 떨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4일 본지와 통화를 통해 “도어스테핑은 소통의 실패라고 봐야 한다”며 “국민은 윤 대통령의 진정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배 소장은 “소통의 3대 원칙은 소통의 진정성·구체성·효과성이다”며 “윤 대통령은 소통의 구체성에서 실패했다. 짧은 시간 동안 정확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전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소통의 효과성에서도 보면 도어스테핑이 시작한 5월 11일부터 6월 중순까지는 빅데이터 상 효과적으로 나온다”면서도 “그러나 질답 기간이 길어질수록 기사로 전달되는 (도어스테핑) 내용이 대부분 분란을 조장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고 했다.

이어 “결국 (권 원내대표와 나눈) 문자가 공개되면서 진정성까지 의심받게 됐다”며 “엉망진창이 됐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속된 말로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됐다”며 “브리핑실에서 수석 등 공보라인이 보조해줄 수 있었는데 그것도 안 했고, 도어스테핑서 네거티브를 하면 안 됐는데 그것도 했다”며 국민에 외면받는 이유를 설명했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
안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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