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기록장치 의무화로 인슐린 수급 난관…당뇨환자들 ‘속앓이’

온도기록장치 의무화로 인슐린 수급 난관…당뇨환자들 ‘속앓이’

기사승인 2022-08-08 09:53:44
인슐린 수급 부족과 관련 1형당뇨병환우회에 공유된 사례.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지난해 적용된 자동온도기록장치 설치 의무화 법안으로 인슐린 수급에 문제가 생겼다는 주장이 나왔다. 해당 법안으로 인해 약국들이 유통업체의 납품을 포기하거나 지연하는 사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8일 한국1형당뇨병환우회는 성명서를 통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생물학적 제재 등의 제조·판매관리 규칙(이하, 생물학적제재규칙)’ 일부 개정안 발표 후 환우회는 강화된 배송 규정으로 인슐린 수급에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해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당시 식약처는 유예기간을 주는 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면서 “하지만 최근 현장에서는 인슐린 수급에 심각한 문제가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식약처는 지난해 7월 생물학적 제재, 인슐린 등의 의약품을 유통하는 과정에 대한 철저한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의약품 유통 업계에서는 강화된 배송 규정으로 인슐린 등의 납품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로 그동안 인슐린을 판매해왔던 약국들이 유통업체의 납품 포기나 지연으로 인해 인슐린을 제 때 공급하지 못하거나 공급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들이 최근 잇따르고 있다. 

이로 인해 매일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만 하는 1형당뇨인들은 인슐린을 취급하는 약국을 찾아 헤매거나 의약품 유통업체가 인슐린을 배송해 줄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2일 1형당뇨병환우회가 이와 관련해 식약처에 다시 문의한 결과, 식약처는 의약품 유통업체와 제약사의 마진 문제로 유통이 원활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나 최근에 해결됐기 때문에 다시 인슐린 수급이 기존과 같이 이뤄질 것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의약품 유통업체는 대형 병원의 원내 약국이나 단골 약국이 아니면 제때 배송하기 어렵고 기존에 거래하던 소규모 약국에는 배송이 지연되거나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1형당뇨병환우회는 “현 상태로는 인슐린 수급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사태의 위급성을 알리고 식약처가 즉시 이 문제를 해결하기를 요청한다”며 “1형당뇨인들에게 인슐린은 공기와도 같은 의약품이다. 인슐린을 제때 주사하지 못할 경우 일상생활이 어렵다. 장기적으로는 합병증이 생겨 건강에 치명적인 위해가 생기고 추가적인 의료비가 발생할 뿐더러 개인의 삶의 질이 저하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슐린은 기존 의약품 배송 시스템에서 인슐린의 변질 등 문제가 크게 보고된 바 없었고 1형당뇨인들이 상시로 사용해야 하는 의약품인 만큼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유통업계와 논의해 기존의 배송률로 배송될 수 있도록 신속한 조치를 취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 식약처는 준비되지 않은 정책 시행을 강요치 말고 환자들에게 원활한 인슐린 공급을 최우선으로 하라”고 표명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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