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재발하지 않으려면

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재발하지 않으려면

4일 현장조사…정책간담회 연 복지부
필수의료 인력 확충에 무게
보건의료노조·간호협회는 “의사 수 부족” 반박

기사승인 2022-08-09 06:00:14
8일 서울시티타워에서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건 관련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간호협회 및 대한신경외과학회·대한신경과학회·대한응급의학회가 참여해 정책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사진=박선혜 기자

정부와 의료계가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재발을 막기 위해 필수 및 중증 의료 강화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제도·정책 개선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8일 서울시티타워에서 아산병원 사건 관련 정책간담회를 열고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간호협회 및 대한신경외과학회·대한신경과학회·대한응급의학회 등 의료계 의견을 청취했다.

앞서 지난달 24일 서울아산병원에서는 근무 중이던 간호사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간호사는 출근 이후 두통을 호소하고 원내로 입원했으나 개두수술이 가능한 신경외과 교수 2명이 휴가로 인해 부재중이었다. 결국 다른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했지만 끝내 숨졌다.

이기일 복지부 제2차관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의료체계 전반 필수 및 중증 진료 체계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과 제도 개선에 대한 우려가 매우 높다”며 “오늘 이 자리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어떤 부분이 문제였고 어떤 점을 앞으로 개선할지 집중 논의할 계획이다. 의료계 현장 의견을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간담회는 서울아산병원 측 사건 경위 설명, 대한신경외과학회 정책 제언 등 발제 이후 의료현장 및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는 순으로 진행됐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박선혜 기자

필수의료계 의견 듣는다…복지부, 연속 간담회 개최 계획 

복지부는 지난 4일 관할 보건소(송파구)와 함께 현장을 방문해 △의료법 등 관련 법 위반 여부 △입원에서 전원까지 진료 전(全) 과정 △사망한 간호사의 근무환경 등을 확인했다. 

정부는 검토 결과에 따라 병원의 잘잘못을 따지기 보다는 필수의료 인력 부족에 방점을 두고 해결책을 모색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 최근 신설된 ‘필수의료지원 전담조직(TF)’을 통해 필수의료인력 양성 및 수급관리, 교육수련 및 근무여건 개선 등을 조속히 추진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필수·중증의료 수가 조정, 중증응급환자 중심 전달체계 개편, 전문 과목 세분화 등과 관련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제2차관은 “국민이 어느 지역에 있더라도 적절한 진료와 수술을 받으실 수 있도록 필수의료 인력 및 관련 인프라 확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이달 중 소아청소년과, 흉부외과, 중환자, 감염 분야 등 주요 필수의료 분야별로 지원이 필요한 사항을 검토하기 위해 관련 학회, 의사회 등과 함께 연속 간담회를 개최해 의료현장의 의견을 적극 수렴할 예정이다.

필수의료 분야별 연속간담회 개최 일정안.   보건복지부

“필수의료 기피 문제가 핵심” vs “의사 수 증원 필요”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을 두고 의료계 내부에서 의견이 갈린다.

대한의사협회는 필수의료 인력 확대는 필요하지만 전체 의사 증원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의협은 이날 “핵심은 전체 의사가 부족이 아닌 필수분야 전문의가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공의대 등 의과대학을 신설해야 한다거나 의사정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등 고인을 정치적 이해관계나 특정 단체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행태를 배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외과계 특히 흉부외과, 뇌혈관외과, 산부인과 중 분만분야 등 의사들이 선호하지 않는 소위 기피과 현상에 대해 단지 어렵고 험한 것을 꺼려하는 세대와 가치관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의협에 따르면 뇌혈관질환 등은 긴급수술을 요하는 경우가 많다. 해당 과목 전문의뿐 아니라 펠로우 및 관련 의료인력 모두 1년 365일 온콜(on-call, 긴급대기)로 당직을 서는 실정이다.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의협은 해결책으로 기피과 처우·인식개선 및 동기부여를 제공하고, 고난이도 수술에 따른 빈번한 의료분쟁을 완화하기 위한 의료분쟁특례법, 분쟁비용 국고지원 및 필수의료지원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와 대한간호협회는 의사 수 부족을 이번 사태 근본 원인으로 꼽았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3일 성명서를 내 “서울아산병원은 의료기관 평가 인증을 통과하고, ‘9차 급성기 뇌졸중 적정성 평가’에서 1등급을 받았다”며 “의사인력 부족으로 국내 최고 상급종합병원에서조차 원내 직원 응급수술조차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고 했다. 

대한간호협회에서도 “간호사의 안타까운 죽음은 우리나라 의사 부족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일깨워 준 사건”이라고 짚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공공의료체계와 응급의료 대응 체계 부실이 이번 사태 근본 원인이라며 “서울아산병원은) 정부로부터 의료질평가지원금 뿐만 아니라 수가 인센티브 등 막대한 재정지원을 받고 있다. 관리감독 기관인 복지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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