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증권사 전년보다 순이익 40∼50%대 감소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주요 증권사 10곳(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증권, 메리츠증권, 키움증권, 대신증권)의 총순익은 2조686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조6656억원)보다 42.4% 감소했다.
NH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 감소한 2219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삼성증권은 같은 기간 47.9% 줄어든 2886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KB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증권의 상반기 순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51.4%, 41.4%, 49.6% 줄었다.
지난해보다 변동성이 커진 증시 상황으로 인해 거래대금이 급감했고, 채권금리 상승과 주가연계증권(ELS) 운용손실 등 대외적 환경이 악화한 영향이 컸다.
올해 상반기 주식시장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18조473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30조1370억원) 대비 38.7% 줄었다.
시장 금리 급등으로 인한 대규모 채권평가손실도 증권사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금리가 올라가면 채권 가격은 하락한다. 국채 3년물 금리는 지난 6월 17일 3.745%까지 치솟으며 10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미국의 자산매입축소(테이퍼링)와 지정학적 이슈로 인한 채권금리 상승 등 국내외 운용환경이 악화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메리츠·현대차·다올, IB 부문 등 포트폴리오 다양화로 ‘선방’
반면 현대차증권, 메리츠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은 부진한 실적 속에서도 선방했다. 현대차증권은 올 상반기 영업이익 881억원, 당기순이익이 671억원으로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4%, 7.4% 감소했지만 다른 증권사 대비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채권 금리 상승에 대비한 포지션 축소와 IB 부문의 포트폴리오 조정 등 선제적 리스크 관리가 깜짝 실적의 비결이다”면서 “또한 고르게 분산된 수익구조를 통해 거래대금 감소에 따른 리테일 실적 부진에도 역대급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미래에셋증권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4607억원으로 작년 상반기(6532억원)보다 29.5% 줄었다. 영업이익은 6059억원으로 29.0% 감소했다. 기업금융(IB) 수익이 1064억원을 기록하는 등 다각화된 투자 포트폴리오로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설명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선제 대응으로 트레이딩 부문 손익을 방어하고 다각화된 투자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양호한 성과를 창출했다”면서 올해 상반기 업계 최고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메리츠증권은 10대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순이익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증가했다. 메리츠증권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과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각각 9.7%, 9.8% 증가한 4408억원, 5758억원으로 집계됐다.
메리츠는 불안정한 금융 환경 속에서도 IB, 세일즈&트레이딩 등 전 사업 부문에서 우수한 실적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다올투자증권은 상반기 영업이익 1194억원, 당기순이익 957억원을 기록하며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7.6%와 3.2% 증가했다.
강화된 리스크 관리와 우량 딜 발굴을 통한 양적·질적 성장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평가다. 특히 IB 부문은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수익원 확대를 통해 실적향상을 이끌었다.
다올투자증권 관계자는 “회사의 강점인 IB 부문에서 탄탄한 실적 상승이 있었다”며 “ 채권영업 부문은 금리 인상을 대비해 선제적으로 포지션 조정을 했고, 중개 중심 영업을 펼쳐 금리 인상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반기, 증시 반등으로 “상반기보다 나을 것”
7월 이후 증시가 반등하고 채권 금리가 하락하면서 하반기(7∼12월)는 상반기보다 나은 실적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불확실성이 있지만 증권사들이 최근 몇 년간 사업 다각화를 추진해 사업 안정성이 높아졌다”며 “올해 양호한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증시 하락과 거래대금 감소, 시장금리 상승은 하반기 중 해소될 것”이라면서 “시장 관심이 추가 긴축보다 완화 재개 시점에 초점을 두고 있어 증권업도 다시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지난해와 같은 호재를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의 3분기 실적은 2분기보다 나아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다만 거래대금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2020년 이전 수준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매매비중이 하락했다는 점에서 브로커리지 관련 모멘텀이 부각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