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첨을 통해서가 아닌 모두에게 지급하는 월세 지원 형식이 있어 관심을 가졌지만 직장인에게 턱없이 높은 지원요건이기에 바로 포기했다” (영등포구 고시원 거주 28세 A씨)
#“이러니 내가 독립을 못하고 매일 출퇴근 지옥에 시달리는 것” (안산시 거주 28세 B씨)
정부가 최근 청년 월세 지원 접수 개시를 예고했지만 사회초년생 직장인들이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원 대상 기준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2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2일부터 청년 월세 특별지원을 통해 보증금 5000만원, 월세 60만원 이하 주택에 거주하는 만 19∼34세 무주택 청년에게 1년 동안 매달 20만원씩 지원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이번 지원은 앞서 실시했던 비슷한 유형의 정책과 달리 요건을 충족하기만 하면 모두에게 지원한다는 점 등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소득·재산 기준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정부는 중위소득 60% 이하 청년들에게 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이는 앞서 지난 7월 서울시에서 실시했던 청년 월세 지원 대상자가 중위소득 150% 이하였던 점과 상반된다.
올해 기준 중위소득 60%는 1인 가구 기준 116만6887원으로 해당 금액 이상의 수입을 가지는 청년들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직장인들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주 5일 40시간을 최저시급(2022년 기준 9160원)만 받고 근무해도 중위소득 60% 수준을 가뿐히 뛰어넘어 기준을 맞추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고양시에 거주 중인 C씨(27세·남)는 “얼마 전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최저임금만 받고 어떻게 사냐는 발언이 주목을 받지 않았냐”며 “정부도 월 200만원 정도 받는 사회초년생들의 힘듦을 인지하고 있지만 대상에서 배제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책을 두고 온라인에서도 “아르바이트만해도 117만원은 번다”며 “탁상공론”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다만 아르바이트로 발생하는 한시적인 소득은 소득요건 기준인 중위소득에 포함되지 않는다. 기준에는 정규직 취업 후 받게 되는 상시 근로소득만 포함된다.
지원 대상과 논란과 더불어 역차별 논란까지 가중됐다. 정부가 중·장년층을 배제하고 청년 주거에만 집중한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정작 정책이 일반 청년이 아닌 저소득층 위주라는 점이 주목된다.
이에 혜택을 받지 못하는 청년들 사이에서는 “퍼주기 정책”이라는 의견까지 나오며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의정부시에 거주 중인 D씨(26·남)는 “열심히 일해서 세금을 납부하는 청년 직장인들에 대한 배려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결국 모든 정책이 기준의 안과 밖에 있는 집단 사이에서 이해관계가 갈리는 법”이라며 “경쟁이 심화된 청년 세대의 경우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어 연대 의식에 대해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청년 월세 지원 하나만으로는 효과가 그렇게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며 “정책 수요와 예산 여력 등을 고려해 소득 기준을 올리고 주거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아영 가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결국 자원이 한정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주거 빈곤 이슈는 단순히 세대로 나누는 것이 아닌 계층의 문제이기에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형준 기자 khj011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