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투자자 송 모(30) 씨는 최근 해외주식 직접투자를 시작했다. 송 모 씨는 “유가 움직임에 따라 세 배 수익률을 내는 상품에 투자했다. 주식의 경우 이득을 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레버리지 상품은 짧은 시간에 큰돈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3배 레버리지 ETF는 수익률 3배를 추종하지만, 주가가 하락할 경우 3배의 손실이 발생하는 초고위험 상품이다.
가상화폐, 비상장 주식, 밈 주식, 부동산 레버리지 등 ‘고위험’ 투자에서 차지하는 2030 세대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20~30대를 중심으로 해외주식 직접투자가 급증했다며 고위험 상품에 개인투자자의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리 상승기에 이자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는 다중 채무자들이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하락장에도 2030 세대 ‘고위험’ 투자 늘어
지난해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주식시장에 2030세대 비중이 커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2030 투자자가 유가증권 시장의 41%를 차지했다. 최근 하락장에서 손실을 본 이들 가운데 2030세대가 많을 것이라는 추정할 수 있다. 올해 들어 코스피는 속절없이 추락했다. 최근 코스피는 최근 12개월 확정 실적 기준 PBR(주가순자산비율) 0.8배 수준까지 밀렸다. PBR은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BPS)로 나눈 값으로 PBR 1 미만이면 주가가 청산 가치에도 못 미친다는 의미다.
대출로 1억5000만원을 대출받아 주식에 투자한 김 모(30) 씨는 “수익률 -35%, 대출 이자가 4.5%지만 예금에서 현금을 주식계좌로 채워놓고 반등 시점에 매수할 예정”이라면서 “장이 좋지 않아 모든 사람의 수익률이 높지 않다. 급여만으로는 앞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투자는 필요한데 그나마 주식이 변동성이 적어 버티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MZ세대 비중도 늘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해외주식 계좌는 총 491만좌로 2019년(80만좌) 대비 6.1배 늘었다. 이 중 20~30대 개인 해외주식 계좌 수가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20~30대는 총 254만좌로 2019년(32만좌) 대비 7.9배 증가했다. 20대는 13만좌에서 114만좌로, 30대는 19만좌에서 140만좌로 각각 올라섰다.개인투자자들은 레버리지 등 고위험 상품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보였다. 실제로 금감원은 지난해 개인투자자 거래 상위 50개 ETF(상장지수펀드)와 ETN(상장지수증권) 중 기초자산의 하루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상품이 60.2%에 달한다.
가상화폐에 대한 2030세대의 투심도 이어지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은 지난해 11월을 정점으로 폭락 장이 계속되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올 2분기 빗썸의 전체 가상화폐 매수금액 중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62.5%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43.1%였던 것에 비해 20%p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비트코인 1개를 보유하고 있는 권 모(27) 씨는 가상화폐 투자가 포트폴리오 분산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달러(주식, 채권, 달러 그 자체)처럼 비트코인 또한 위험자산의 한 종류라는 것이다. 그의 수익률은 현재 -10%다.
권 모 씨는 “가상화폐의 성공 가능성을 믿는다. 리스크가 큰 만큼 향후 성공에 대한 리턴 또한 높을 것으로 본다”면서 “장기투자로 보고 있어 젊었을 때는 리스크를 감내하고 성장 가능성 있는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30대 이하 청년층 다중채무액 급증…“자본 역량 강화 지원해야”
하락장에도 2030세대들의 고위험 투자가 이어지면서 투자 손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빚을 내 투자한 경우 금리 인상기와 맞물려 다중 채무자들이 속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이 ‘국내 금융권 다중 채무자 현황 및 리스크 관리 방안’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연령대별 다중채무액을 보면 30대 이하 청년층이 32.9%(39조2000억원) 증가하며 158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40∼50대 중년층은 16.2%(51조2000억원) 늘어난 368조2000억원, 60대 이상 노년층은 32.8%(18조원) 증가한 72조6000억원을 나타냈다.
다중채무자 1인당 금융권 채무액도 청년층이 1억1400만원으로 29.4% 늘어났다. 중년층은 1억4300만원으로 10.4% 증가했다. 반면 노년층은 10.3% 감소한 1억3000만원이었다.
특히 제2금융권에서 청년층의 채무액 증가 속도가 빨라 부실화 우려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저축은행권에서의 청년층 다중채무자 수는 10.6% 증가한 50만3000명, 채무액은 71.1% 늘어난 11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금리인상이 본격화하는 하반기 이후 다중채무자들의 부실이 한꺼번에 터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앞으로 완화적 금융 여건이 정상화(금리 상승)되는 과정에서 대내외 여건까지 악화할 경우, 취약 차주의 상환능력이 떨어지고 그동안 대출을 크게 늘린 청년층과 자영업자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신용 위험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다중채무자에 대한 지원 확대를 통해 금융 위기로 번질 위험을 낮춰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변제 능력이 떨어지는 투자자의 경우 대환대출로 지원해주거나 불가능한 경우 개인 회생 절차로 갈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MZ세대 투자자들의 인적 자본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이에 초점을 두고 지원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