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수급난으로 자동차 가격이 상승하는 일명 ‘카플레이션(차량 가격 급등세)’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완전 변경이 아닌 연식 변경된 모델의 가격도 크게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지금 신차를 주문해도 차량 출고가 내년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계약 당시 약정된 금액으로 차량을 부담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 상승과 국제 정세 악화 등의 이유로 올해 차량 가격이 전년 대비 평균 3~5% 증가했다. 올해 1분기 현대차·기아 내수 승용차 평균 판매가는 4200만 1000원으로 전년 평균가(3823만 7250원)에 비해 9.8% 증가한 수치다.
특히 연식변경 모델은 풀체인지(완전변경)된 모델과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와 달리 디자인과 성능에 큰 변화가 없음에도 기존 모델에 비해 가격이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개 완전·부분변경 모델에 한해서만 가격을 인상하는 경우가 많았고, 연식변경 모델은 가격을 동결하거나 인상 폭을 최소화해왔다. 하지만 최근 연식변경 모델도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자동차 회사들은 옵션을 추가하는 방법을 통해 가격을 올리고 있다. 기아 쏘렌토의 경우 연식변경 후 2가지 옵션(1열 유리창 차음 글라스,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을 추가했다는 이유로 가격이 89만원 올랐다. 현대차 아이오닉5도 리튬 이온 배터리 성능 향상, 하이패스, 레인센서(빗물 양을 감지해 와이퍼 속도를 제어하는 장치)를 추가해 기존 차량에 비해 450만원(8.6%) 인상했다. 이외에도 현대차 투싼이 231만원, 기아 K5 39만원 인상됐다.
특히 인기 차종은 출고 기간이 최대 18개월까지 길어지기 때문에 출고 대기 중 차량 연식이 바뀌면 기존 계약서와 달리 추가금을 내고 인수해야 한다.
연식변경을 통한 차량 가격 상승은 기존 계약자(연식변경 전 계약자)에게 피해가 간다. 계약자가 변동된 금액에 불만을 가져 계약을 파기하거나 출고 후 기간 내 대금을 지불하지 않으면 다음 순번의 계약자에게 차량 인수 권리가 양도된다. 재계약을 하더라도 다시 수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실정에 계약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추가 금액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 이에 소비자들이 계약 당시 약정된 금액으로 차량을 부담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는 "출고 대기 중 차량 연식이 바뀌면 추가금을 내며 원하지도 않는 옵션을 울며 겨자 먹기로 인수해야 한다"며 "카플레이션 현상을 빌미로 차량 가격만 올릴 것이 아니라, 옵션 선택 폭의 확대, 불필요한 옵션 강매 금지 등으로 소비자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성은 기자 seb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