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주택이 실수요자들에게 외면을 받으며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비좁은 면적, 높은 임대료 등으로 이름만 행복주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LH(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6개월 이상 공실인 장기 미임대 상태 공공임대주택이 올해 6월 말 기준 3.5%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임대율은 지난 2018년 1.2%에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장기 미임대 주택 유형별로는 행복주택의 부진이 눈에 띈다. 2017년 4.4%였던 행복주택 미임대율은 2022년 6월 9.1%까지 늘었다. 지역별로 보았을 때 충북이 22.2%, 경남 19.9%, 충남 19.0% 등 지방의 공가율이 20% 수준을 기록했다.
SH(서울주택도시공사)의 행복주택도 고전을 면하지 못했다. 지난 4월 진행된 1차 서울리츠 행복주택 예비 4차 공급결과 계약률이 76.2%를 기록하며 공가 21가구 가운데 16가구만 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2차에서도 미계약 114가구 가운데 절반이 되지 않는 47가구만 계약에 완료하며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행복주택이 외면 받는 대표적인 이유로는 좁은 면적이 꼽힌다. 주택 대부분이 40㎡ 미만 소형 평수이기 때문이다. 전남 영암에 있는 한 행복주택은 21.28㎡ 기준 미임대율이 40.5%, 26.39㎡ 기준 미임대율이 75.0%에 달했다.
‘저렴한 주거’라는 취지와는 다르게 높은 임대료도 단점이다. SH의 1차 서울리츠 행복주택 예비 4차 모집에서 단 한가구도 계약하지 못한 래미안루센티아의 경우 보증금 9313만원, 월세 32만6000원의 가격대가 형성됐다. 또 지난달 모집을 시작한 2022년 1차 서울리츠 행복주택 용산 센트럴파크 해링턴스퀘어의 보증금은 2억4060만원에 달하면서 2억원대를 넘겼다.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현재 시세가 말도 안 되게 높아진 상황”이라며 “시세 대비 80%도 자부담으로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출을 통해 마련한다면 일반 월세랑 다를 게 없다”고 설명했다.
행복주택은 대학생, 신혼부부, 사회초년생 등 젊은층과 고령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도입된 공공임대주택이다. 대상에 따라 6~20년까지 거주할 수 있으며 임대보증금과 임대료 모두 인근지역 시중가격의 60~80%로 산정된다.
서울시는 문제점을 인지하고 공공주택 개편에 나설 예정이다. ‘서울형 고품질 임대주택’ 실현을 위해 소형 위주의 임대주택 평형 기준을 1.5배 이상으로 넓힌 ‘서울형 주거면적 기준’을 도입한다는 방침인데 중형평형(60㎡ 이상) 비율도 8%에서 30%까지 높여 비좁은 주거 환경을 개선해나갈 계획이다.
김형준 기자 khj011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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