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가 2050년 600조원 규모의 성장이 예상되는 전기차 등 폐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해 미국 혁신기업 투자에 나선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달 31일 미국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혁신기업 ‘어센드 엘리먼츠’와 총 5000만달러(약 674억원)의 SPA(주식매매계약)를 체결했다고 1일 밝혔다. 폐배터리 사업 밸류체인 구축을 통해 빠른 성장이 진행되는 글로벌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을 선점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체결식은 미국 뉴저지에 위치한 SK에코플랜트 미국 법인에서 진행됐으며,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 마이클 오크론리 어센드 엘리먼츠 CEO 등 양사 대표가 참석했다. 이번 투자는 시장 점유율 확대와 사업 가속화를 위한 투자의 일환이다. SK에코플랜트는 이번 투자를 통해 어센드 엘리먼츠의 최대주주 지위에 올랐다.
어센드 엘리먼츠는 2015년 메사추세츠 주에 설립된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전문기업으로 독자적인 재활용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북미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기업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배터리 재활용 사업의 핵심은 안정적인 ‘물량확보’와 ‘기술력’이다. 세계 각지에서 확보한 폐배터리에서 안전하고 신속하게 니켈, 코발트 등 희소금속을 추출하고, 이를 토대로 고품질의 전구체를 재생산하는 기술에서 경쟁력이 좌우된다. 전구체는 배터리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소재인 양극재의 기초 재료다.
어센드 엘리먼츠는 폐배터리에서 희소 금속을 개별적으로 추출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폐배터리로부터 불순물만 따로 제거한 후 공침을 통해 전구체까지 바로 생산하는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기술경쟁력은 물론 개별 금속 추출 공정이 간소화되면서 원가경쟁력까지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SK에코플랜트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올해 초 인수한 E-waste(전자 폐기물) 전문기업인 테스(TES)와 함께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 밸류체인을 완성할 방침이다. 유럽, 아시아 등 다수의 글로벌 처리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테스의 폐배터리 물량과 어센드 엘리먼츠 투자로 확보한 북미 거점을 통해 글로벌 고객을 선점하고 2050년 600조원 규모 성장이 예상되는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최근 세계 각국은 배터리에 사용되는 희귀 금속 수입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관련 법을 공표하는 등 움직임이 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올해 상반기 수입된 주요 배터리 소재 NCM(니켈·코발트·망간)의 97%가 중국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배터리 생산 이력에 대한 규제강화 움직임 속에서 SK에코플랜트의 이번 투자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소재를 폐배터리에서 뽑아내 재활용한다면 수입대체 효과는 물론 안정적인 자체 공급망도 확보할 수 있다.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금속을 광산에서 채굴할 때 발생하는 탄소 배출 저감도 부수적인 효과로 꼽힌다.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은 “미국 혁신기업 투자를 통해 이미 전세계 주요 거점을 보유한 테스와 함께 폐배터리 물량 확보를 위한 글로벌 리사이클링 네트워크를 갖추게 됐다”며 “폐배터리 산업의 두 가지 핵심인 혁신기술과 물량 확보를 통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형준 기자 khj011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