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남노' 급 태풍으로 수백명 사상...인심은 흉흉

'힌남노' 급 태풍으로 수백명 사상...인심은 흉흉

[근대뉴스] 1930년 7월 태풍 동해안 일대 강타
마포 한강 범람 등 조선 천지가 두절되어 각자도생

기사승인 2022-09-03 12:42:10
[현대문으로 읽는 근대뉴스]

1930년 7월 21일

지난 18일 오후 조선 동해안 전부와 남해안을 엄습하여 처참한 손해를 일으킨 큰태평(颱風)은 실로 무서운 태풍이었는데 이 태풍은 이달 11일 남태평양 사이판 부근에서 발생하여…

강원도 울진군 일대에 지난 18일 오후부터 해일이 일어 어선 1323척이 파손 침몰되고 발동기선 6척도 전복됐다. 무엇보다 어부 사상자도 많은 모양이나 아직은 시체가 발견된 것이 10구뿐이라고 현지 경찰관헌으로부터 강원도 경찰부장에게 입전되었다…

1930년 7월 발생한 태풍의 진로. 동해안 일대를 강타하며 막대한 피해를 남겼다. 지도의 '일본해'라는 표기가 강점기의 현실을 말해 준다.
부산지방의 대폭풍우로 인하여 각처로부터 19일 오전까지 포착된 피해는 아래와 같다. 부산부내 행방불명자 8명 가옥전파 234호…, 동래군내 가옥 전파 31호…, 밀양군내 침수 가옥 20호…, 통영군내 가옥 전파 14호…김해 마산은 교통 두절로 피해 집계 안됨.

18일 밤 큰 비로 금강구(강원도 통전 땅으로 금강산 전기철도 종점 정거장)에 홍수가 나서 유실 가옥이 40여 호, 사망자가 40여 명인데 예전부터 발전소의 저수지가 터지어 발전을 못 하였으나 다행히 전등과 전화, 전차는 20일부터 개통되었다 한다(강원도 김화지국 전화).

춘천 부근은 20일 아침부터 날이 개여 강물이 점점 줄어들고 있으나 강원도 양양, 고성 등 각처의 상태는 전신 전화의 전선 불통으로 아직 피해를 알 수 없다(춘천 전화).

18일 밤 강원도 회양군의 피해가 판명된 것만 사상 60명이요 행방불명 50명, 가옥유실 130호, 침수가옥 71호 등이며 피해에 따른 인심이 흉흉한 가운데 있다 한다(화천지국 전보). (출전 조선일보)

동해안 태풍 상륙 영향으로 불어난 한강물을 구경하고 사람들(위). 아래는 범람으로 물에 잠긴 한강변 마포 일대이다.
[해설]

3일 현재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열대 저기압을 흡수하면서 세를 키워 북상하고 있다. 기상청은 6일 부산, 경남 해안에 상륙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지금이야 다양한 미디어가 태풍 소식과 대응책을 알려 대비할 수 있는 세상이나 1960년대까지만 해도 자연재해에 ‘각자도생’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1930년 7월 18일쯤 큰 태풍이 포항 일대로 상륙하여 영덕 울진 원산으로 북상하면서 전국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수 백명이 죽고 서쪽 한강의 마포 일대마저 범람하며 사상자와 침수 가옥을 발생시켰다. 경기도 여주 등에서는 수많은 농경지가 침수됐다.

이 태풍은 태백산맥 동쪽에 큰 피해를 남겼는데 이곳 대개가 한반도의 오지라 피해 집계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김해, 마산은 교통 두절로 피해 집계 안됨’에서도 알 수 있듯 그저 하늘의 뜻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태풍으로 전기와 통신이 끊겨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세상이었으니 긴급 구조 또한 있을 수 없었다. 그야말로 고립이었고 아비규환이었다. 인심이 흉흉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기후변화로 인해 갈수록 커지는 자연재해에 대한 두려움이 태풍 힌남노의 진로 방향을 주시케 한다. 큰 피해 없이 지나가기를 바라며 만반의 대비가 필요하다.

전정희 편집위원 lakajae@kukinews.com
전정희 기자
lakajae@kukinews.com
전정희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