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만 정밀타격 ‘중입자치료’, 내년이면 국내에서도

암세포만 정밀타격 ‘중입자치료’, 내년이면 국내에서도

지금은 해외 나가야… 원정 치료 비용 1억~2억원 달해
세브란스병원, 3000억 투입해 중입자치료센터 건립

기사승인 2022-09-20 09:29:01
19일 연세의료원이 신촌세브란스병원 중입자치료센터를 공개하고 중입자치료기와 가속기 등을 선보였다.   사진=한성주 기자 

국내 방사선 항암치료의 패러다임이 변화할 전망이다.

그동안 해외 원정 치료만 가능했던 ‘중입자치료’가 국내 도입된다. 워낙 고가의 치료기인 만큼, 환자들의 접근성이 높아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연세의료원은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설립된 중입자치료센터를 공개했다. 세브란스병원 중입자치료센터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중입자치료기를 도입, 내년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나선다. 센터에는 고정형 치료기 1곳, 회전형 치료기 ‘겐트리시스템’ 2곳 등 총 3곳의 중입자치료실이 마련됐다. 단일 기관이 겐트리시스템 2곳을 갖춘 사례는 세브란스병원 중입자치료센터가 전 세계 최초다.

성공적인 암치료는 △외과적 수술 △화학적 약물 △방사선 세 축의 조화가 관건이다. 그 중 방사선치료는 수술 다음으로 역사가 오래된 치료로, 방사선은 1900년대 초반부터 의학적 치료에 활용되기 시작됐다. 방사선치료 기술은 방사선을 환자의 몸에 보다 깊숙히, 정밀히 조사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중입자치료는 탄소원자를 가속시켜 환자에게 조사하는 방사선치료다. 가속기 싱크로트론이 탄소원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한 뒤, 고정형 또는 겐트리 시스템을 통해 에너지빔을 환자의 암세포에만 정밀하게 조사한다. 중입자치료의 효과는 기존의 X-선 및 양성자치료보다 2~3배 정도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입자가 양성자보다 질량비가 12배 높기 때문에 질량이 무거운 만큼 암세포가 받는 충격 강도가 크기 때문이다. 

목표 지점에서 최대의 에너지를 방출하는 ‘브래그 피크(Bragg peak)’가 중입자의 특징이다. 즉, 건강한 정상세포가 입게 되는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암세포를 정밀하게 타격할 수 있다는 의미다. X-선은 피부에서부터 몸 속 암세포에 도착하기까지 모든 생체 조직에 영향을 준다. 때문에 암세포에 강한 충격을 주고 싶어도 정상세포의 손상을 고려해 에너지를 조정해야 한다. 중입자는 신체 표면에서는 방사선량이 적고, 목표한 암 조직에서 에너지 대부분을 발산한다. 

혈액암을 제외한 모든 고형암에 중입자치료를 실시할 수 있다. 특히 기존에 치료가 어려웠던 산소가 부족한 환경의 암세포에 강력한 효과를 보인다. 이러한 저산소 암세포는 산소가 부족한 조건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생명력이 그만큼 강하다. 100배 이상의 방사선 조사량에도 견디며 항암약물 역시 침투가 어려워 치료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19일 연세의료원이 신촌세브란스병원 중입자치료센터를 공개하고 중입자치료기와 가속기 등을 선보였다.   사진=한성주 기자 

중입자치료센터는 세계적으로 세브란스병원을 포함해 총 16개로 파악됐다. 아시아에는 일본에 7곳, 중국에 3곳, 대만에 1곳이 마련돼 있다. 특히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1994년 중입자치료기를 도입해 이미 28년간 중입자치료를 실시 중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환자 가운데 중입자치료를 희망하는 경우, 대부분 일본으로 원정 치료를 나섰다. 해외 원정 치료 소요되는 비용은 1억~2억원에 달했다.

세브란스병원 중입자치료센터 건립에는 총 3000억원이 투입됐다. 건물 지하 4층에 중입자 가속기, 지하 3~5층에 치료기를 설치했다. 2개가 나란히 설치된 겐트리시스템의 경우 길이 8미터, 직경 6미터, 무게는 200톤에 달하는 규모다. 중입자치료기기는 일정한 온도와 습도, 진공상태 등을 유지해야 한다. 또한 정전이나 기기 이상에 대비하기 위한 안전장치도 상시 가동해야 하기 때문에 운영뿐 아니라 관리에도 상당한 비용이 투입된다.

세브란스병원이 들여온 중입자치료기기는 일본의 도시바 제품이다. 시중에는 도시바 이외에도 오스트리아나 독일제 기기가 있지만, 이는 연구소용으로 개발된 것이기 때문에 병원에 도입하기는 용도와 비용 측면에서 적합성이 떨어졌다. 치료용으로 상용화된 도시바의 기기가 가장 적절했다는 것이 세브란스병원측 설명이다.

가장 처음으로 국내에서 중입자치료를 받는 환자는 내년 4월 말~5월 초 사이에 나올 전망이다. 센터의 고정형 치료기부터 운영이 시작된다. 다만 아직까지 국내에서 환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치료비는 짐작하기 어렵다. 중입자치료기는 신의료기기인 만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획득해야 한다. 의료수가와 급여 적용 여부 등은 허가 이후 의논을 시작할 수 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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