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주거복지정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공공임대주택에서 자살·고독사로 생을 마감하는 노년층이 꾸준히 나오고 있어서다.
2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공공임대 입주자의 자살이 236건, 고독사가 207건이 발생했다. 지난 5년간 매년 80명 이상의 자살·고독사 사망자가 나온 것인데 지난 2015년 자살이 29건, 고독사가 13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급증한 수치다.
사망사고가 증가한 것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실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진 여파로 풀이된다. 감염병이 본격적으로 유행을 시작한 2020년 고독사를 포함한 사망건수는 185건으로 전년 대비 78건 늘어났다.
공공임대는 특성상 독거세대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지난해 기준 영구임대주택의 입주민 중 독거세대는 9만4810세대로 영구임대주택 전체 입주세대의 67% 수준이다. 이 가운데 65세 이상인 독거노인 가구가 5만5952세대로 절반이 넘는 비율을 차지했다.
하지만 주거복지를 담당하는 전문 인력 부족 문제는 여전하다. 지난해 영구임대주택 거주 가구가 14만1713가구였던 반면 주택관리공단이 자살·고독사 예방을 위해 운영하는 ‘찾아가는 마이홈센터’의 전담 주거복지사는 15명에 불과하다. 1명당 약 1만 세대를 담당하는 셈이다.
이에 공공임대주택 주거복지 정책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LH가 공기업 만큼 국민의 복지 사각지대 사전 발굴과 지원을 위한 노력에 보다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상오 주거복지연대 상임대표는 “자살이나 고독사 위험은 이웃간의 교류가 있을 경우 금방 알아볼 수 있다”며 “야쿠르트 아줌마나 가스 검침하시는 분들을 통해 취약계층을 체크하는 방안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고독 위험에 노출된 취약계층에게 안부 전화를 하거나 정기적으로 방문을 하는 등 관리가 필요하지만 주거복지사가 배치된 곳이 드물다”며 “주거관리 서비스의 전문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복지사를 적극적으로 배치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결국 국가 차원에서 인력을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지만 현재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발등의 불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인식을 개선하고 빠른 예방 활동을 통해 사망자를 줄여나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아영 가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결국 한정된 자원이 가장 큰 문제”라며 “주거 빈곤 이슈는 단순히 세대로 나누는 것이 아닌 계층의 문제이기에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형준 기자 khj011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