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 자영업자들이 급증하며 평균 대출액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신용평가기관 나이스(NICE)평가정보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의원(국민의힘)에게 제출한 최신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자 올해 6월 말 기준 자영업자가 전체 금융권에서 빌린 기업대출 잔액은 약 688조원, 다중채무자 1인당 평균 대출액은 4억6992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637조원)보다 8% 증가한 수치이며 1년 전(596조원) 대비 15.6% 올랐다. 올해 6월 말 기준 자영업자 가운데 다중채무자는 41만4964명으로 지난해 말(28만6839명)과 비교해 반년 사이 44.7%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다중채무자의 대출액도 162조원에서 195조원으로 20.3% 늘어났다.
자영업 다중채무자는 연령별로 보았을 때 40대가 13만5874명으로 가장 많았다. 50대(13만3357명)를 포함해 40∼50대가 과반 이상을 차지했다. 다만 지난해 말 대비 증가율은 30세 미만이 59.2%로 가장 높았다.
대출자의 연 소득별로는 3000만원대 11만7377명, 4000만원대가 8만135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6개월 사이 다중채무자 증가 속도는 1000만원대(55.5%) 저소득 자영업자에서 가장 빨랐다.
특히 자영업자들이 기업대출은 물론 주택 등을 담보를 이용한 가계대출도 쓰는 만큼 이를 포함한 실제 자영업자 전체 대출자 수와 대출 잔액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권의 기업대출이 아닌 가계대출 잔액은 6월 말 기준 약 1875조원으로 지난해 말(1869조원)보다 0.3% 많았다. 대출자 수도 1996만9824명에서 1998만6763명으로 0.1%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 1인당 대출액은 평균 9382만원으로 파악됐다. 가계대출 다중채무자의 경우 1명당 평균 1억3248만원의 빚을 지고 있었다.
가계대출 다중채무자(451만3298명)는 반년 사이 1.8% 늘었지만 이들의 대출액(598조원)은 0.2% 감소했다. 전체 가계대출 가운데 다중채무는 대출자 수와 대출액 기준으로 각 22.6%, 31.9%를 차지했다.
연령별로는 40대(140만4761명)가, 연소득별로는 3000만원대(134만5844명)의 다중채무자가 가장 많았다. 6개월 사이 가계대출 다중채무자가 가장 빠르게 늘어난 연령대 역시 가장 젊은 30세 미만(5.6%)이었다.
한은은 지난 22일 금융안정 보고서를 통해 “금리 상승에 따른 잠재위험 현실화 가능성에 유의해야한다”며 “금리 상승으로 채무 상환 부담이 가중되면서 저소득·영세 자영업자, 가계 취약차주(다중채무자 중 저소득·저신용자), 과다 차입자, 한계기업 등 취약부문 중심으로 부실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은의 분석대로 금리가 0.5%p 오르고 금융지원까지 종료될 경우 자영업자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평균 2.0%p 높아진다. 특히 소득 하위 30%에 속하는 자영업자의 DSR은 평균 3.5%p 상승할 것으로 우려된다.
한은은 또 가계대출에 대해서도 “금리 상승이 가계대출 연체율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한 결과 취약차주와 청년층 과다 차입자의 연체율이 다른 차주보다 연체율이 더 크게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금리 인상에 따른 연체 가능성도 다중채무자 등 취약 자영업자가 다른 자영업자보다 월등히 클 것으로 전망된다.
윤창현 의원은 “다중 채무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 청년, 저소득층이 늘고 있다”며 “이대로 방치하면 금융위기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만큼 정부는 이런 취약 차주들의 고금리 대출을 재조정하는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형준 기자 khj011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