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강인이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닌지 한번 되돌아봤으면 한다.”
손흥민은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카메룬과 평가전에서 전반 35분 헤딩으로 득점을 성공하며 한국 축구대표팀의 1대 0 신승을 이끌었다.
경기가 끝난 뒤 공동취재구역에 나선 손흥민은 “홈에서 하는 월드컵 이전 마지막 경기였다. 어떻게 보면 출정식이었는데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어서 상당히 좋았다. 선수들이 했던 헌신과 노력들은 칭찬받아야 한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이어 “월드컵은 하나의 축제다. 우리는 약팀, '언더독'이다. 축구가 아름다운 이유가 강팀들을 상대로 이겼을 때, 사람들이 더 좋아하고 이변이 많이 일어난다”며 “강팀을 상대로 지고 들어간다는 생각은 아니지만 많은 준비를 해서 강팀을 상대로 서프라이즈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은 전반 34분 카메룬 골키퍼 안드레 오나나가 김진수의 슈팅을 머리로 연결해 득점을 만들었다. 지난 23일 코스타리카전에 이어 터진 2연속 득점이자 A매치 개인 통산 35번째 골이다. 역대 남자 A매치 최다골 4위에 있는 손흥민은 한 골만 더 보태면 박이천(36골)과 공동 3위에 오른다.
득점 장면에 대해서는 “(김)진수와 (황)희찬이가 잘 만들었다. 순간적으로 공이 왔는데 빠르게 대처한 게 골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수비수가 앞에 있어서 넘겨야겠다고 했는데 골이 됐다”고 설명했다.
손흥민은 이번 2연전에 출전하지 못한 이강인(마요르카)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축구 팬들이라면 당연히 (이)강인이의 모습을 보고 싶을 것이다”라면서 “나 역시 강인이가 어떻게 하는지 참 궁금하고 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나도 강인이를 참 좋아하고 선수로서도 좋아하지만, 대표팀은 강인이를 위한 팀은 아니다. 저나 팬들도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고 오직 감독님이 결정하는 것”이라면서 “감독님의 결정에는 분명히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강인이가 이런 부분을 통해 더 많이 성장하고 좋은 선수로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독려했다.
‘이강인에게 어떤 위로의 말을 전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손흥민은 “어떤 위로도 안 된다. 경기를 못 뛴 사람들의 마음이 가장 슬프기 때문이다”라며 “제가 한마디 해 주는 것보다 사실 따뜻하게 한 번 안아주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손흥민 역시 유망주 시절 과도한 관심으로 지금의 이강인과 비슷한 상황에 놓였던 적이 있다. 10대 시절 국가대표에 소집돼도 다른 선수들에게 밀려 벤치를 지킬 때가 많았다.
손흥민은 “강인이만 경기를 뛰지 않은 건 아니다. K리그에서 잘 하는 선수들도 분명 경기를 뛰고 싶어서 대표팀에 왔을 텐데, 못 뛰게 돼 얼마나 실망했겠나”라며 “우리가 강인이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닌지 한번 되돌아봤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상암=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