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카카오페이 등 선불충전업체 악용 보이스피싱 기승

토스·카카오페이 등 선불충전업체 악용 보이스피싱 기승

기사승인 2022-10-11 15:48:10
자료=송석준 의원실 제공
# A씨는 지난해 6월 메신저로 금융권 직원이라고 사칭한 보이스피싱에 속아 넘어가 수십만원의 자금을 날렸다. OO저축은행 직원이라고 사칭한 보이스피싱범은 A씨에게 입출금 거래실적을 쌓으면 저리로 대출해 줄 수 있다며 자금을 이체하라는 요청을 했다. A씨는 큰 고민없이 사기범이 알려준 계좌로 41만원을 송금했다가 고스란히 보이스피싱범에게 자신의 돈이 넘어갔다.

# B씨는 지난해 12월 메신저로 딸을 사칭한 보이스피싱범에게 속아 600만원이라는 자금을 송두리째 날린 적이 있다. 자신의 딸이라고 사칭한 보이스피싱범은 B씨에게 핸드폰 액정 수리 및 보험금을 청구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이어 B씨는 연락을 받고 주민등록증 사본, 계좌번호 및 비밀번호를 제공한 후 피해자 계좌에서 600만원을 이체했다. 하지만 나중에 보이스피싱범이라는 것을 인지했을 때는 이미 송금한 자금을 다시 되돌려받을 수는 없었다.

카카오페이, 토스 등 선불충전업체를 이용한 보이스피싱이 최근 폭증하고 있다.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선불충전업체(매출액 상위 10개사 기준)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범죄건수는 2017년 3건에서 2021년 929건으로 무려 310배나 폭증했다. 피해금액도 1000만원에서 87억9000만원으로 293배나 늘어났다.

이 가운데 카카오페이나 토스 등 대중적인 선불충전업체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범죄비중이 컸다. 지난 2017년부터 2022년 6월 말 기준 매출액 상위 10개 사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범죄건수 대비 토스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범죄건수의 비율은 66.5%, 카카오페이는 26.3%, 한국문화진흥이 3.2% 순이었다.

피해금액도 같은 기간 토스가 64.4%, 카카오페이가 32.5%, 네이버파이낸셜이 1.6% 순이었다.

선불충전업체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수법도 금융기관 계좌이체형 보이스피싱 수법처럼 다양하고 교묘해지고 있었다. 금융사 직원이나 가족으로 사칭하는 등 범죄수법도 다양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송석준 의원은 “최근 선불충전업체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늘어나는 이유는 선불충전업체는 은행 등 금융회사가 아니라서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상 보이스피싱계정 지급정지조치 의무가 없어,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의 계정에 피해금액이 흘러 들어가도 지급정지를 시킬 법적 근거가 없는 점을 악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피해금액을 되찾기 위해 선불충전업체가 송금받은 피해금액을 예치한 은행계좌에 지급정지 신청을 해도 돈을 돌려받기 쉽지 않다. 만약 선불충전업체가 피해자에게 포인트 등을 충전해 주고 대가로 받은 금액이라는 이유로 이의제기를 하면 은행은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상 지급정지를 해제 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피해금 환급도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73개에 달하는 국내 선불충전업체의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에 대한 보상여부 및 범위가 제각각이라 피해복구도 쉽지 않다. 카카오페이나 토스처럼 대형 선불충전업체의 경우 보이스피싱 신고 시 선보상제도를 마련한 곳도 있으나 사안에 따라 피해자가 입은 손해의 전부나 일부를 피해자가 부담해야 하는 곳도 있고, 보이스피싱 보상 규정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금감원은 선불충전업체의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 보상여부도 아직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송석준 의원은 “무엇보다 보이스피싱 범죄에 노출된 선불충전업체의 대처상황을 먼저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사각지대를 악용한 보이스피싱을 막기 위한 제도보완과 함께 선불충전업체를 이용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한 홍보를 강화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유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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