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비 ‘심야 1만원’ 시대…“명확한 정책 제시해야”

택시비 ‘심야 1만원’ 시대…“명확한 정책 제시해야”

국토부, 심야 수도권 택시 호출비 최대 5000원 인상
서울시, 택시 기본요금 3800원→4800원 인상
강경우 “과학적 정책 필요…소비자 관점에서 생각해야”

기사승인 2022-10-13 06:00:38
택시들이 서울 마포구 난지천 공원 주차장에 주차돼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택시 기본요금과 심야시간대 이용료가 인상될 조짐에 소비자들은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내비치고 있다. 근본적인 택시비 개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정치권이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쿠키뉴스 취재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국토부)와 서울시는 심야시간대 택시난을 해결하려는 방안으로 택시요금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국토부는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3시까지 현행 최대 3000원인 택시 호출비를 최대 5000원까지 인상하는 방안(카카오T블루 등 가맹택시 기준)을 연말까지 수도권에 시범 적용할 예정이다. 기사 수입을 늘리면 택시난을 없앨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시도 연말부터 내년 2월까지 택시 기본요금을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인상하고 심야할증률을 기존 20%에서 최대 40%까지 올리는 방안을 추진할 전망이다. 

이 경우 올 연말 심야시간대 서울에서 택시를 호출할 경우 심야 기본료 5300원에 호출비 최대 5000원이 적용돼 기본요금은 1만300원이 된다. 내년 2월에 서울 택시 기본요금이 4800원으로 오르게 되면 기본요금은 최대 약 1만1700원까지 인상될 수 있다.

시민들은 연일 한숨을 내쉬는 중이다. 택시난은 기본적으로 택시기사에 대한 처우 개선이나 플랫폼 개혁이 없어 벌어진 문제인데 요금만 올려 이를 해결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20대 남성들이 주로 사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서는 “택시가 안 잡히는 게 요금 탓이라고 생각하는 게 문제”라며 “비용을 올리는 것뿐 아니라 택시기사 처우 개선 등도 필요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젊은 층이 애용하는 ‘디시인사이드’ 갤러리에서도 “택시 수요는 많다. 요금 올리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냥 우버 같은 걸 풀어주면 공급이 해결될 것 같다”고 말하는 이용자도 있었다.

이를 반영한 듯 실제로 지난 4일 국토부는 ‘심야 택시난 완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과거 ‘타다’ 같은 모델을 제도화한 ‘플랫폼 운송사업’을 본격 활성화하고 플랫폼 사업자가 택시를 가맹점으로 확보해 영업하는 구조(카카오T블루·마카롱 택시 등)인 ‘플랫폼 가맹사업’도 활용하기로 했다.

택시 운전 자격을 갖춘 기사가 운휴 중인 법인택시를 심야에 한해 원하는 시간대에 시간제로 운행할 수 있는 방식도 허용할 방침이다. 현재 택시의 차량 번호 끝자리에서 조를 나눠 조별로 운행할 수 없는 날을 정하는 택시부제도 지자체별로 운영 중인데 이 규제도 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택시난을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전국 택시기사 수는 코로나 이후 약 3만명가량 감소하는 등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는다. 또 법인 택시기사는 요금이 오르면 회사에 내는 당일 소득의 일부도 인상돼 수익이 늘지 않을 수 있다.

전문가는 구조적 문제를 들여다봐야 해법이 보인다고 강조했다.

강경우 한양대학교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12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택시를 움직여야 하는데 이 해법이 수익 증가라고 생각해 심야 요금 할증제 등을 시행하는 것”이라며 “문제는 구조에 있다. 수입만 늘어난다고 택시 운행률이 높아지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개인 택시기사의 나이가 평균 65세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하루에 1~2만원을 더 벌려고 야간에 육체적으로 힘든 운전을 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법인택시는 회사에 얼마씩 줘야 하니 순수익이 크게 늘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본료를 올리면 수도권은 대중교통이 잘 돼 있으니 사람들이 택시를 아예 타지 않는다”며 “그런 복합적인 문제가 있어 요금을 아무리 올려도 2~3개월이면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게 30년 정도 비슷하게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심야시간대 택시 호출 시 20분 내로 택시가 잡힐 확률이 4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요금을 올리면 ‘한 75% 정도로 (호출 성공률이) 올라가겠다’라는 등 과학적인 수치를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정책 목표를 정확히 제시해야 한다. 외국에서 시행하는 우버 같은 공유 택시를 도입하는 것도 방법의 하나”라며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간단하게 해결책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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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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