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호 “지금 딛는 한 걸음, 제일 중요해요” [쿠키인터뷰]

백호 “지금 딛는 한 걸음, 제일 중요해요”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2-10-14 06:00:31
첫 솔로음반을 낸 그룹 뉴이스트 출신 가수 백호.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그룹 뉴이스트 활동을 마치고 솔로 음반을 준비하던 가수 백호는 고민에 빠졌다. 자기 색깔을 보여주고 싶은 야심과 누구나 좋아할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뒤엉켜서다. 노래 한 소절도 쓰지 못한 채 3~4일을 보냈다. “눈앞이 캄캄하고 막막”했다. 백호는 취향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저는 데모 상태의 곡을 제일 좋아하거든요. 다듬어지지 않고 거친 느낌이 좋아요. 거기에서 힌트를 얻어서 곡을 쓰기 시작했어요.” 지난 11일 서울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백호가 들려준 얘기다.

취향에서 시작해 완성한 노래가 12일 공개된 첫 미니음반 1번곡 ‘페스티벌 인 마이 카’(Festival in my car)다. 백호는 이 곡에서 낮게 울리는 기타 연주에 맞춰 “입가에 도는 멜로디, 제목은 낫싱 이즈 올라잇(Nothing is alright)”이라고 읊조린다. 미완성 신곡을 들으며 연인에게 질주하는 설렘이 솔로 가수로 새 출발하는 백호의 상황과 겹친다. 그는 “‘페스티벌 인 마이 카’를 만들고 음반 작업이 수월하게 풀렸다”고 돌아봤다.

백호 미니 1집 온라인 표지.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백호는 록과 전자음악을 섞은 사운드에 매끄러운 멜로디를 얹어 음반을 완성했다. “일상에서 가볍게 들을 수도, 깊게 파고들어 자세히 뜯어볼 수도 있는 음악”을 만들겠다고 고민한 결과다. 뉴이스트로 활동할 때부터 호흡을 맞춰온 싱어송라이터 계범주와 일렉트로니카 밴드 글렌체크 멤버 김준원, 래퍼 식케이 등이 백호와 머리를 맞댔다. 백호는 “내가 좋아하는 장르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분들과 협업했다”며 “애호가들은 레트로(복고)라고 느끼고, 처음 접하는 분들은 트렌드로 받아들일 음악을 만들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노 룰스’(No Rules)는 처음부터 타이틀곡으로 작정하고 만든 노래다. “내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이미지와 오디오를 구상했다”는 백호의 소개처럼, 유려하게 흐르는 멜로디가 백호의 미성을 도드라지게 한다.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의 아슬아슬한 분위기는 ‘짐승돌’로 불리는 백호의 매력과 시너지를 낸다. 백호는 이 곡 퍼포먼스에서 의자 10여개를 활용한다. 의자는 때로 댄스 파트너가 돼 안무가들과 움직이고, 때론 조형물처럼 무대 한켠에서 위용을 뽐낸다. 노래는 공개 직후 아이튠즈 톱 앨범 차트에서 6개 지역 1위를 차지하는 등 인기다.

백호.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2012년 데뷔해 가수로 활동한 지 벌써 10년. 백호는 “연습생 때부터 꿈이 계속 바뀌었다”고 돌아봤다. “처음에는 데뷔하는 게 꿈이었어요. 가수가 된 뒤에는 음악방송에서 1위를 해보겠다는 꿈이 생겼고요. 조금씩 꿈을 이룬 지금은 오랫동안 활동하는 게 꿈이에요.” 그가 속했던 뉴이스트는 데뷔 후 5년 가까이 빛을 보지 못하다가 2017년 Mnet ‘프로듀스101’ 시즌2에 출연하며 단숨에 톱스타가 됐다. 냉탕과 온탕을 오간 시간을 돌아보며 감격에 젖을 법도 한데 백호는 “10년이라는 시간이 크게 실감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남들이 ‘힘든 시간’이라고 부르던 때조차 하루하루가 소소한 즐거움으로 채워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보였어요, 내가 설 수 있는 무대가 적어지고 관객 수도 점점 줄어드는 모습이. 막막하고 속상했지만 버티는 것 말고 다른 선택지가 없었어요. 어쩌면 음악을 포기할 배짱이 제겐 없었는지도 모르죠. 무엇보다 무대에 서면 너무 행복했어요. 관객과 소통하는 순간이 즐거웠고요.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다보니 기회가 왔고, 그 덕에 여기까지 온 거예요.”

심지가 굳어진 덕분일까. 가수 인생 2막을 앞두고도 백호는 “마음이 편안하다”고 했다. 그는 “지금 내딛는 한 걸음이 제일 중요하다”며 “10년간 뉴이스트로 활동한 덕에 지금 이 자리로 올 수 있었듯, 이 음반이 다음 음반으로 수월하게 넘어갈 수 있게 하는 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요즘 백호는 자유롭다. 신보 제목을 어떤 저항도 없는 상태를 뜻하는 ‘앱솔루트 제로’(Absolute Zero·절대영도)로 지은 것도 그래서다. 백호는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고 내가 원하는 음악을 시도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뉴이스트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본 것 같아요. 활동한 시간이 짧지 않지만,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일은 여전히 많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이 즐거워요. 저를 믿고 좋아해주는 팬들을 원동력 삼아 오랫동안 활동하고 싶습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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