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이 감사원의 공공기관 ‘표적감사’ 논란에 두루뭉술한 입장을 보여 의원들로부터 꾸지람을 들었다. 소신 없고 불성실해 보이는 태도도 지적을 받았다. 고 위원장은 ‘불법성을 파악할 수 없다’며 중립을 유지했다.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개인정보위 국정감사 주요 쟁점은 코레일·수서고속철도(SR) 등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감사원 과잉자료제출 요구 적법 여부였다.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감사원이 공직자 7131명의 5년 치 열차이용과 고속도로 통행내역을 요구했는데 비 공직자 신분일 때 정보도 수집해 ‘민간사찰’ 논란 불을 지폈다. 감사원이 자료를 요청한 기관은 최소 55개며 이중 48곳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기관장과 임원이 있는 곳이라 ‘표적감사’라는 수식어도 붙는다.
인당 평균 100건이 넘는 정보가 근태 점검이라는 이유로 유출됐고 감사원도 잘못을 인정한 사안인데 개인정보보호를 책임지는 장으로서 소신 없어 보이는 태도가 문제로 지적됐다.
‘감사원 요구는 법률에 따라 그렇다고 치고 다른 기관들에게 개인정보를 민간인시절 정보까지 넘긴 건 어떻게 보느냐’는 더민주 강병원 의원 질문에 고 위원장은 “(감사가) 적법한 지는 자체만으로 판단하기 어렵고 만일 판단이 필요하다면 개별로 고려해볼 요소가 있어서 일괄로 문제가 있다,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답했다.
고 위원장은 ‘공공부문 근태 불량을 점검한다면서 적합한 정보를 공직자 신분에게 요구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감사원이 직원을 남용했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물음에도 “공직자 신분 이전 정보까지 요구한다고 할 때 그 이전에 어떤 활동을 했는지 경우에 따라 필요할 수 있다”라며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취지로 답했다.
그러자 강 의원은 “그런 자세로 그런 자리에 앉아있는 건 어울리지 않다. 감사원 스스로도 직권이 남용된 걸 인정하는데 위원회가 (위법성을) 인정 안 하면 어쩌겠느냐”고 따졌다. 이 과정에서 다른 의원이 “(위원장을) 그만 둬야지”라고 야유했다. 또 다른 의원은 ‘명백히 개인정보 상납이다’고 지적했다.
고 위원장은 “역할을 맡은 지 길지 않아서 더 노력하겠다. 과도하게 수집됐다면 여부를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백혜련 정무위원장도 “위원회가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치적으로 논쟁되는 사안이고 감사원법 규칙에 의하더라도 최소 정보만 요구해야한다”고 힘을 실었다.
더민주 민병덕 의원도 “위원회 추진방향 중 하나가 국민 개인정보 안심사회 실현인데 정부가 5년 이상 승차기록을 가지고 있어야할 이유가 뭔가”라고 물었고 고 위원장은 “민간시절 정보 수집 적법은 적벌할 수 있고 아닐 수도 있다”며 “감사원의 목적성과 맥락을 파악하지 못한 채 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강병원 의원은 “피감기관 답변 태도가 너무 불성실하다. 수감하는 자세라면 현안을 철저히 대비하고 의원 질의에 충실히 답변해야 하는데 불성실하게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고 이도 저도 아닌 답변으로 의원들 목소리를 높인다”고 꾸짖었다.
무소속 양정숙 의원도 “정보를 수집하고 사후로 파악해보니 민간인이었는데 알고도 정보를 고의로 수집했다면 문제일 수 있다”며 “개인정보보호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할 위원회가 전망대 역할만 할 거냐”고 지적했고, 고 위원장은 “파악하겠다”고만 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