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만5013장. 그룹 스트레이 키즈가 지난 7일 내놓은 여섯 번째 미니음반 ‘맥시던트’(MAXIDENT)의 일주일 간 판매량(한터차트)이다. 역대 K팝 음반 중 네 번째로 높다. 가수를 기준으로 보면 1~3위를 독식한 그룹 방탄소년단의 뒤를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순위다. 음반은 미국 빌보드 메인 음반 차트에서 1위로 직행했다. 지난 음반 ‘오디너리’(ODDINARY)에 이은 두 번째 1위다. 이로써 스트레이 키즈는 방탄소년단 다음으로 빌보드 200에서 두 번 연속 정상을 차지한 K팝 가수가 됐다. 스트레이 키즈가 ‘포스트 방탄소년단’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2018년 데뷔한 스트레이 키즈가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은 시점은 2020년 정규 1집 ‘고생’(GO生) 이후로 거론된다. ‘마라맛 음악’이라는 소개처럼 귀가 얼얼해질 만큼 자극적인 음악으로 듣는 이를 중독시켰다. 이후 낸 리패키지 음반 ‘인생’(IN生)은 전작보다 2배 높은 초동 물량을 기록했다. 이들은 해외 K팝 팬덤에서 먼저 주목받았다. 힙합에 뿌리를 둔 강렬한 음악과 화려한 퍼포먼스 덕분이다. 이듬해 방영된 Mnet ‘킹덤: 레전더리 워’로는 한국 팬덤도 끌어 모았다. 프로그램 종영 이후 낸 ‘노이지’(NOESY) 음반은 발매 하루 만에 ‘인생’ 초동 물량을 앞질렀다.
스트레이 키즈의 강점은 음악과 메시지, 캐릭터가 삼위일체를 이룬다는 점이다. 팀의 프로듀싱 유닛인 쓰리라차(방찬·창빈·한)는 힙합을 중심으로 EDM, 록, 심지어 국악기까지 다양한 소리를 스트레이 키즈 음악에 비벼내 듣는 이의 귀를 자극한다. 맹렬한 기세로 질주하는 음악은 “죽이 되던 밥이 되던 내가 알아서 할게”(데뷔곡 ‘디스트릭트 나인’)라는 패기와 “뭘 시켜도 오감을 만족하지”라는 자신감(‘신메뉴’)을 만나 폭발력을 갖는다. 데뷔 초부터 주목받은 웅장하고 역동적인 퍼포먼스는 ‘혈기로 달리는 청년들’로서 스트레이 키즈의 캐릭터를 완성한다. 스트레이 키즈를 두고 “다른 K팝 그룹과 구분되는 개성이 뚜렷하다”(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스트레이 키즈가 음악과 무대에서 자의식을 뾰족하게 드러낼 수 있었던 배경은 남다른 결성 과정에 있다.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를 이끄는 박진영 프로듀서는 팀 멤버를 구성할 권한을 리더인 방찬에게 줬다. “있는 그대로를 가감 없이 보여주려면 실제로도 끈끈하고 한 몸 같은 팀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회사에서 멤버들을 조직해선 안 된다”(스트레이 키즈X박진영 스페셜 인터뷰)는 판단에서다. 이렇게 탄생한 스트레이 키즈는 자신을 탐구하는 ‘아이 엠’(I am) 시리즈와 방황 속에서 꿈을 향해 나아가는 ‘클레’(Clé) 시리즈 등을 거쳐 팀의 방향성을 스스로 확립했다.
길을 벗어난 아이들이라는 이름 뜻처럼 스트레이 키즈는 정해진 길 바깥에서 자기만의 길을 개척하며 성장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방탄소년단 성공의 핵심 요인은 멤버들이 직접 음악과 메시지를 만들고 팬들과 함께 성장하는 과정 자체”라면서 “스트레이 키즈 역시 ‘마라맛’이라고 불리는 개성을 토대로 자기 이야기를 담아내며 성장한 것이 팬들을 몰입시켰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최근 발매한 ‘맥시던트’와 ‘오디너리’에선 기존의 강렬함뿐만 아니라 음악을 세련되게 표현하는 여유가 돋보인다. 스트레이 키즈가 인기 절정에 다가서기 위한 베이스캠프 같은 음반”이라고 내다봤다. 정 평론가 역시 “스트레이 키즈는 너른 스펙트럼과 독특한 퍼포먼스가 팬덤을 사로잡았다”며 “앞으로 더 올라설 여지가 충분하다”고 예상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