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이 민주연구원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가자 눈물로 지지를 호소했다. 이에 민주당과 지지자 모두 이 대표를 중심으로 내부 결집에 힘쓰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25일 윤석열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전면 불참했다. 국무총리 대독 형식의 시정연설에 야당이 불참한 적은 있지만 대통령이 직접 진행하는 시정연설에 야당 의원 전원이 불참하는 일은 없었다. 대한민국 헌정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이는 검찰의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에 대한 항의의 표현이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를 열고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을 ‘중앙당사 침탈 폭거’로 규정했다. 이 대표는 “국회 권위를 부정하고 야당을 짓밟는 것을 넘어 말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지난 19일과 24일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김 부원장은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도중 8억원 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이를 둘러싸고 비명계 의원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해영 전 민주당 의원은 지난 22일 이 대표를 향해 “그만하면 됐다” “역사의 무대에서 내려와 달라”고 ‘이재명 퇴진론’을 언급했다. 설훈 민주당 의원도 지난 20일 CBS 라디오에서 “이런 사태(사법리스크)를 예견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재명 사법리스크’ 현실화에 이 대표는 당대표 취임 후 55일 만의 첫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 대선자금 수수 의혹 등을 전면 부인하며 당 결집을 유도했다.
검찰이 두 번째 압수수색을 시도한 지난 24일 이 대표는 민주당사 앞에서 “비통한 심정”이라며 울먹거렸다. 또 “국민 여러분께서 역사의 현장을 잊지 마시고 퇴행하는 민주주의를 꼭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중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었고 국회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진행하며 ‘이재명 지키기’에 돌입했다. 시정연설 전 진행되는 국회의장과 5부 요인 등의 사전환담에도 민주당 지도부는 참석하지 않았다.
친문계로 불리는 고민정 민주당 의원도 지난 20일 YTN 더뉴스에 출연해 “2012년에 통합진보당을 압수수색 시도와 2006년 한나라당 중앙당사 압수수색도 이뤄진 바가 없다”며 “야당 당사의 압수수색을 이렇게 강행한 적은 없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성향이 강한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 등에서도 누리꾼들은 “마음 아프다. (이 대표가) 당당하게 나갔으면 좋겠다”며 “이재명 다음은 민주당이다. 내부 결속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문가는 야당 당사 압수수색이라는 일이 왜 발생했는지를 짚어야 한다며 이번 일로 민주당이 더 결속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25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야당 당사를 압수수색한다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인데 우리나라 언론들은 그걸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며 “굉장히 경악할 만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최 평론가는 “(민주당은) 현재 상황에서 대선 불복 프레임에 빠질까 봐 조심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결국 야당이 밖으로 뛰쳐나갈 수밖에 없는 조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정감사 기간에 무리하게 압수수색한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이 대표의 눈물에 집중하기보다 왜 (검찰이 압수수색을) 했을까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했다. 정부가 국정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란 설명이다.
아울러 “야당으로서는 생사가 달린 상황”이라며 “이미 (민주당은) 결집이 돼 있고 이번 일을 계기로 더 결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