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같은 내 새끼...” 이태원 참사 장례 첫 날

“금쪽같은 내 새끼...” 이태원 참사 장례 첫 날

기사승인 2022-11-01 06:00:01
31일 이대목동병원에 자리한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빈소 앞. 희생자의 친구들이 보낸 화환이 세워져있다.    사진=박선혜 기자

곳곳의 병원에 분산됐던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이 3일째 되는 31일 아침에서야 장례식을 치를 수 있게 됐다. 신원을 확인하고 검안 과정 후에도, 정부와 유가족이 협의가 돼야 장례 절차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날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 로비는 정부 관계자와 언론 매체로 시끌벅적한 가운데, 지하 1층과 2층 마련된 3명의 희생자 빈소 앞은 정적이 흘렀다. 

평일 낮 지인의 발길이 드문드문 이어지는 빈소 앞에서 유가족들은 가만히 앉아있지 못한 채 서성였다. 로비 의자에 앉아 이따금씩 눈물을 흘리거나 희생자의 친구들로부터 온 화환들을 바라보며 멍 하니 서있기도 했다. 빈소를 찾아온 희생자의 친구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장례식장을 나왔다. 

유가족들은 어떠한 질문에도 고개를 저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인 김모씨의 빈소를 지키던 유가족 중 한 명은 심정을 묻자 “아휴”라는 한마디 뿐 입을 열지 못했다. 또 다른 희생자 박모씨의 빈소를 찾아왔던 지인도 눈물을 닦으며 “아무 말도 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정부 관계자들은 장례식장과 병원을 오가며 유가족과 상담을 진행했고, 서울시 관계자들은 유가족들을 위한 생수, 간식거리 등 지원 물품을 보탰다. 오후에는 거리 통제를 위해 파견 지원된 경찰들이 장례식장을 둘러쌌다. 

장례 첫 날…빈소·이송 별 탈 없이 진행

이송되는 사망자와 뒤따르는 유가족들.   사진=박선혜 기자

앞서 29일 이태원 압사사고로 154명이 사망하고, 33명이 중상, 116명이 경상을 입어 병원에 입원하는 등 대규모 참사가 일어났다. 사망자 및 부상자는 현재 36개의 병원으로 분산 이송된 상태다. 

7명의 사망자가 안치됐던 이대목동병원에서는 3명이 해당 병원 장례식을 이용했다. 1명은 가족 사정으로 다음 날 장례식을 진행하기로 했다. 2명은 지방으로 이송됐다. 남은 1명은 해외에서 부모님이 오시는 대로 장례식장을 결정키로 했다.

서울대병원도 4명의 희생자가 옮겨졌으며 그 중 1명은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다. 사망자 2명은 타 장례식장으로 이동됐고, 한 명은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선택했다. 

다행히 두 병원은 장례식장 내 빈소가 있어 문제없이 장례를 진행할 수 있었다. 타 장례식장을 이용하거나 지방으로 이송한 경우는 유가족의 거처 혹은 요구에 따라 결정된 사안이다. 

이른 아침 이대목동병원에서 이송 준비를 기다리고 있던 유가족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안치실 밖에 앉아있었다. 유가족 중 한 명은 “내 손자가 이렇게 가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정부 지원에 대한 기자의 물음에는 “뭘 어디까지 지원한다는건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젓더니 자리를 떠났다. 

이른 오전부터 복지부와 서울시는 전담공무원을 배치해 유가족과 1:1로 장례절차 지원에 대해 설명했지만, 11시 브리핑이 발표되기까지는 구체적인 지원 지침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었다. 

지원을 나왔던 복지부 관계자는 “서울시 전담공무원들이 각 유가족들에게 장례지원 절차를 설명했다.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의견을 들어봤다. 다만 얼마를 지원할지, 어떻게 지원할지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어 오전에는 우선 상담식 위주로 진행됐다”며 “상세 지침이 나오는 대로 유가족에게 전달하겠다”고 언급했다. 

복지부, 서울시 1:1 전담 배치…지방 이송 시에도 파견 지원

오후 3시 장례식장 주변 통제를 위해 경찰들이 지원을 나왔다.   사진=박선혜 기자

복지부는 ‘이태원사고수습본부’를 구성해 부상자와 유가족을 대상으로 의료와 심리 지원, 장례 지원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30일부터 지자체 수사대 수사를 시작으로. 복지부 및 서울시 전담공무원이 파견을 나와 유가족 및 부상자를 대상으로 1:1 상담을 진행했다.

지원금·절차에 대한 구체적인 사안은 31일 결정됐다.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정부 관계자는 사망자 관련 지원으로 장례비 최대 1500만원을 지급하고, 이송 비용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사망자 장례지원비는 사망자 주소지 기준으로 지자체에서 우선 지원하고 차후에 국비로 정산하도록 한다. 지방으로 이송된 경우 복지부 직원이 지자체 담당자에게 대면 인계하고 유선으로 결과를 보고받도록 했다.

또한 복지부 지원인력은 병원 또는 장례식장 기관별 1인 배치를 기준으로 하며, 지자체는 사망자별로 1:1 매칭을 실시한다. 현재 복지부는 지자체 지원과 연계해 환자 보호자 및 유가족 요청 불편사항을 접수하고, 심리지원 안내, 화장예약 등 현장 지원을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정부는 유가족·부상자에게 구호금과 함께 세금, 통신 요금 등을 감면하거나 납부를 유예하기로 했다. 빈소가 부족할 것을 대비해 화장시설 운영 시간을 연장하거나, 예비화장로를 운영하겠다는 지침도 내세웠다. 

조문을 위해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이태원 사고 희생자와 유가족분들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를 전한다”며 “이런 비통한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구민안전을 지키기 위한 대책 마련에 행정력을 집중해가겠다”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