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에서 온, ‘20세기 소녀’ 김유정 [쿠키인터뷰]

20세기에서 온, ‘20세기 소녀’ 김유정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2-11-04 06:00:09
배우 김유정. 넷플릭스

1999년의 보라(김유정)는 앞을 향해 거침없이 직진한다. 친구 연두(노윤서)의 첫사랑을 이뤄주려고 그 누구보다 즐겁고 열심히 돕는다. 첫사랑과 가까워지려고 방송반을 들어가고 그의 삐삐 번호를 알아내기 위해 골몰한다. 거듭된 실패와 어긋남에도 조금도 굴하지 않는다.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은 순간, 시종일관 파랗던 보라의 신호가 빨갛게 바뀐다.

넷플릭스 영화 ‘20세기 소녀’(감독 방우리)는 1999년을 재현한 공간에 1999년생 배우 김유정을 데려다 놓는다. 이제 막 태어난 시대에 던져진 김유정이 그 공간에 어떻게 적응하고 그만의 세계로 재해석하는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지난달 25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유정은 어린 시절 좋아했던 2002년 영화 ‘연애소설’(감독 이한)을 떠올렸다. 평소 아날로그 감성을 좋아했던 것도 연기에 도움이 됐다.

“그 당시를 경험하지 못해서 보라의 습관이나 보라에게 일어나는 일들에 공감하진 못했어요. 다 처음 보는 소품이었어요. 컴퓨터나 플로피 디스크, 삐삐도요. 하지만 아날로그 감성을 좋아하거든요. 필름 카메라 감성도 좋아해서 제가 가진 카메라들이 다 필름 카메라나 그런 감성의 디지털카메라예요. 그 안에서 사진을 찍는 게 즐거웠어요. 그 시대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고요. 경험한다는 사실에 의미를 두고 즐기면서 연기했어요.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감독님에게 조언을 많이 얻었고요.”

넷플릭스 영화 ‘20세기 소녀’ 스틸컷

아역 이미지가 강하지만, 김유정에게 10대는 벌써 4년 전 기억이다. 지나간 10대 시절의 감정을 어떻게 카메라 앞에서 재현하는지가 가장 중요했다. 최대한 편한 몸과 마음으로 촬영하려고 평소에도 보라 옷을 많이 입고 다녔다.

“첫사랑이란 주제에 맞게 처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 보라가 어떤 상황에 마주할 때 처음 느끼는 감정을 바로 표현해야 하잖아요. 어떻게 표현하면 영화를 볼 때 실제처럼 느끼고 공감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잘 표현된 장면도 있고, 아쉬운 장면도 있어요. 그래도 보라가 영화에서 순수하고 귀엽게 나오지 않았나 생각해요. 마음을 편하게 촬영하려고 의상이나 헤어, 메이크업도 최대한 많이 덜어냈어요. 리얼리티를 살리고 싶었거든요.”

어린 시절부터 연기를 했던 김유정은 호흡하는 배우들 연령대가 낮아지며 촬영장에서 대선배가 됐다. 부담도 크지만 최대한 어울리며 같이 상의하며 만들어가려고 노력한다. ‘20세기 소녀’에서 함께한 또래 배우들과는 촬영 전에 따로 만나서 밥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배우 김유정. 넷플릭스

“‘20세기 소녀’는 또래 친구들과 연기해서 편했어요. 장면마다 이야기도 많이 나눴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난 이게 좋을 것 같다는 식으로 얘기했고 그 만큼 결과물이 좋게 나왔죠. 지금도 다들 보고 싶다고 연락해요. 같이 밥도 많이 먹었어요. 촬영도 열심히 하면서 끝나기 한 시간 전부터 뭐 먹을지 얘기해요. 어느 날은 패스트푸드가 먹고 싶은 거예요. 넷이 드라이브스루 매장에 가서 음식을 사서 학교 벤치에 앉아서 먹었어요. 그때 정말 행복했어요. 햇살도 좋았고요.”

김유정은 정확히 언제부터 연기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너무 어린 시절부터 연기해서 “어느 순간부터 하고 있는 일”이 됐다. 연기는 지금 그에게 가장 자신 있는 일이다. 다른 진로를 진지하게 생각한 일도 없다. 김유정은 연기를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는 발판”이라고 표현했다.

“뭔가에 내 전부를 완전히 내어주면, 어느 순간 몸과 마음이 망가질 때가 있잖아요.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면 이 일이 필요해요. 연기를 해야 뭔가를 할 때 더 즐겁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딱 적당한 무게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할 수 있는 한 시기마다 계속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쉬고 싶다는 생각은 아직 안 들어요. 계속 뭔가 하고 싶고, 만들고 싶어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