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09’ PD “저도 누군가의 팬이었어요” [쿠키인터뷰]

‘K-909’ PD “저도 누군가의 팬이었어요”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2-11-07 06:00:08
JTBC ‘K-909’ 포스터. JTBC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음악방송에서 3분 만에 지나가 아쉬웠던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있지 않을까. JTBC ‘K-909’는 이 같은 생각에서 출발했다. 믿고 보는 음악방송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K-909’는 K팝 팬덤 사이에서 음악방송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받는다. 많은 가수를 한꺼번에 소개하는 기존 음악방송과 달리, 출연 팀을 줄이고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K팝에 진심인 제작진이 모였기에 가능한 시도다. 쿠키뉴스가 서면을 통해 ‘K-909’ 제작진에게 프로그램 탄생 비화를 들어봤다.

Q. ‘K-909’는 첫 회부터 기존 음악방송과는 완전히 다른 구성으로 주목받았습니다. ‘K-909’의 출발점과 기획 의도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K팝이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지만, K팝 가수 대부분은 열심히 준비한 무대를 짧게 선보입니다. 그 점이 늘 아쉬웠습니다. K팝 가수들이 아티스트로서 온전히 주목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무대를 보여줄 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K-909’는 팬들에겐 믿고 즐길 수 있는 음악을, K팝 아티스트에게는 꿈의 무대가 되는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포부로 제작한 K팝 전문 음악방송입니다.”

Q. 연출하면서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나요?

“출연 가수의 음악을 진하게 보여주려 합니다. ‘K-909’의 차별점이자, 제작진으로서 언제나 마음에 새기고 있는 가치예요. 저희 방송은 타이틀곡 무대 하나에 그치지 않습니다. 가수와 팬 모두에게 의미 있는 곡을 최초로 공개하거나 음악으로 교류하고 싶은 아티스트·연주자와 협업 기회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무대에 한계를 두지 않고 다양한 작업을 시도할 예정입니다.”

Q. 음악에 집중한 흔적이 고스란히 보입니다. 무대 연출부터 구성까지 다른 프로그램과 확연히 다르죠. 팬들 사이에선 음향이 더 잘 들리는 것 같다는 반응도 나와요.

“아티스트가 노래에 담고자 한 음악 세계를 충실하게 구현하려 합니다. 그렇기에 무대 비주얼부터 음향 믹싱 등 모든 부분을 섬세하게 다루고 있죠. 저도 누군가의 팬이었거든요. 팬의 마음으로 ‘K-909’를 바라보고 있어요. 4K 직캠 영상을 최대한 많이 제공하는 것도 이런 이유예요. 예전에 좋아했던 가수의 영상을 보면 화질이 좋지 않아 속상했거든요. 가능한 선에서 4K 화질로 더욱더 많은 무대를 담으려 해요. 팬분들이 나중에도 영상을 찾아볼 때, 그 시절 아티스트 모습을 선명히 즐기시길 바랍니다.”

‘K-909’는 매 회 국적과 장르를 불문한 컬래버레이션 무대를 연출하고 있다. 과거 방탄소년단과 협업해 화제를 모았던 팝 가수 라우브는 ‘K-909’를 통해 그룹 (여자)아이들 민니와 듀엣 무대를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JTBC

Q. 어디서도 볼 수 없던 컬래버레이션 무대는 ‘K-909’만의 특징입니다. 어떤 과정을 거쳐 무대가 성사되나요?

“제작진 요청으로 섭외가 이뤄집니다. 아티스트가 제안해 성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모든 과정은 제작진과 아티스트 의논 하에 진행합니다. 곡 선정부터 노래의 주요 메시지는 무엇인지, 이 노래에는 어떤 음향 장비를 준비하는 게 좋을지, 세트나 비주얼 효과는 어떤 게 좋을지 아이디어를 공유합니다. 외부 촬영이면 노래와 분위기가 맞는 장소를 물색하고, 외국 가수와의 협업일 경우 소통에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세세히 준비할수록 무대에 고스란히 드러나더라고요. ‘K-909’와 함께하는 다양한 분야의 스태프들이 제작진 취지에 공감해 좋은 의견을 내주고 있는 것 역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Q. 보아의 안정적인 진행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진행자를 넘어 동료이자 선배로서 출연 아티스트와 폭넓게 소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에요.

“K팝이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밑바탕엔 외국 시장을 일찌감치 공략한 선배 가수들의 노력이 있다고 봐요. 한국 가수 최초로 일본 오리콘 차트 1위에 올랐던 보아님을 빼놓을 순 없죠. K팝을 상징하는 아이콘이자 선배인 만큼, 출연 가수들과 나눌 수 있는 이야기의 깊이가 다르지 않을까 싶었어요. 역시나 그렇더라고요. 보아님 역시 제작진의 기획의도와 방향성에 공감해주셨어요. 출연했던 아티스트들도 ‘음악 이야기를 이 정도로 깊게 나눌 수 있냐’며 만족하셨어요. 보아님 덕분입니다.”

Q. 차트를 소개하는 방식이 새롭습니다. 글로벌 차트 포럼은 순위를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최신 트렌드와 변화 흐름까지 짚고 있어요. 진행자인 그룹 엔믹스 해원과 방송인 재재의 활약 또한 도드라집니다.

“1위 곡이 무엇인지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그 노래가 왜 인기 있고 K팝 트렌드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재미있게 풀어보고 싶었어요. 생소할 수 있는 코너가 재재, 해원님을 만나 재미가 더해졌어요. 두 분 모두 K팝에 박학다식해서 잘 몰랐던 이야기를 덧붙이거나 참신한 아이디어를 전달하곤 합니다. 덕분에 코너가 더욱더 풍성해지고 있어요. 감사할 따름이죠.”

‘K-909’ 진행을 맡고 있는 가수 보아. JTBC

Q. 매 회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티스트와 팬덤이 보여준 반응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작진 모두 영상에 달린 댓글과 커뮤니티 글을 즐겨봅니다. 다양한 팬덤의 응원과 격려에 큰 힘을 얻고 있어요. 최근에는 이찬혁씨의 앨범 수록곡 ‘목격담’ 무대 영상을 보고 팬분들이 저희가 의도한 조명, 레이저 포인트를 알아봐 주셔서 뿌듯했습니다. 출연했던 아티스트분들도 다음에 꼭 다시 오고 싶으니 오래오래 장수해달라고 하셨어요. 새로운 무대 제안도 여럿 받고 있습니다. 활동 기간이 아니어도 선뜻 참여하는 아티스트분들도 계셔요. 앞으로도 열심히 준비해서 좋은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Q. 초대하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을지도 궁금해요.

“욕심 같아서는 모든 K팝 아티스트와 꼭 한 번 ‘K-909’에서 좋은 무대로 만나고 싶습니다. 새 앨범을 내시는 분들도 늘 환영합니다. 팬의 마음으로 저희도 기다리고 있을게요.”

Q. ‘K-909’가 어떤 프로그램으로 기억되길 바라나요.

“K팝 팬들이 신뢰하는 프로그램으로 각인되길 바라요. 그렇게 되기 위해 더 좋은 무대를 꾸준히 보여드리려 합니다. 제작진 모두 K팝에 ‘과몰입’ 중이거든요. 저희가 보고 싶던 무대를 다양한 형태의 스페셜 스테이지로 준비 중이에요. 아티스트들의 정성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함께 즐겨주세요.”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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