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수능 응원, 오히려 ‘부담’?…수험생 “교육 정책 우선”

정치권 수능 응원, 오히려 ‘부담’?…수험생 “교육 정책 우선”

수능 응원 메시지 남긴 정치권
‘표심 잡기’ 일환…2020년부터는 선거 연령도 낮아져
무관심한 학생들, 교육 정책 변화 우선이라는 말도

기사승인 2022-11-17 21:57:08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서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학생들이 귀가하기 위해 수험장을 빠져 나오고 있다. 이들을 기다리는 가족들이 학교 정문 앞에 모여 있다.   사진=안소현 기자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격려하는 정치권의 수능 응원 메시지가 나왔지만 학생들은 효능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반응이 나온다.

17일 오전 8시 40분부터 전국 84개 시험지구 1373개 시험장에서 약 45만명의 수험생들이 수능을 치렀다.

정치권은 최근 발생한 이태원 참사 등으로 추모 분위기가 이어져 그동안 일주일 전쯤부터 내놓던 격려 메시지를 수능 하루 전인 16일부에 내놨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수험생 여러분, 수능을 준비하느라 고생 많았다”며 “긴장되겠지만 지금까지 치열하게 노력하고 준비해 온 자신을 믿고 실력을 마음껏 발휘하시길 바란다”고 응원의 글을 남겼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활짝 웃는 표정으로 “여러분의 꿈을 응원합니다” “사랑합니다” 등이 적힌 용지를 들고 사진을 찍은 것을 올렸다. 

더불어민주당도 격려에 나섰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동안 수고 많이 하셨고 각자 실력을 온 힘을 다해 발휘해주시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정부가 수능 진행을 빈틈없이 준비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여자고등학교 앞에 국민의힘(위쪽)과 더불어민주당의 수능 응원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안소현 기자

학교 앞 길거리 등에도 여러 당에서 응원을 담은 현수막을 내걸었다. 2020년부터 피선거권·선거건의 연령이 18세로 하향돼 ‘수험생이 곧 유권자’라는 인식이 더 확대됨에 따라 수험생 표심 잡기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수험생들은 이러한 정치권의 응원에 무관심한 모습이다. 몇몇 수험생들은 오히려 부담된다며 실질적인 교육 정책 변화가 우선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응원 메시지가 수험생에게 직접 와 닿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서 시험을 치른 한 응시생(19·당산동 거주)은 한국사와 사회·과학·직업탐구 영역의 시험이 끝난 17일 오후 쿠키뉴스에 “학교생활 대부분 시간 동안 코로나 때문에 친구들이랑 잘 놀지 못했기에 이제부터 놀러 다니려 한다”며 “(들뜬 마음이어서) 현수막을 제대로 보지 않았다. 그다지 관심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수험생(19·여의도동 거주)도 “사실 어떤 당이 응원한다고 힘 날 것 같지는 않고 오히려 (응원 글을) 볼 때마다 부담스럽다”며 “학벌 좋은 정치인들이 많지 않나. 저도 그런 데에 가야 할 것만 같은 압박감이 느껴진다”고 전했다. 

아울러 “수시 전형 진행 중 수능을 보러 왔다. 최근 수시 전형에 계속 변화가 있어서 답답한 마음”이라며 “‘대학이 다가 아니다’는 말이 현실화할 수 있도록 (정치인들이) 교육 정책에 좀 더 신경 쓰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수막을 거는 행위가 공직선거법상 위반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여의도고등학교 앞에서 자녀를 기다리던 한 학부모는 17일 본지와 대화에서 학교 앞 정당의 현수막을 가리키며 “현수막에는 그냥 응원한다고만 적혀있지만 계속 (정당 이름 등에) 노출도면 잘못된 정책 등에 대해서도 (자녀가) 좋게 생각할까 봐 걱정은 된다”고 했다.

하지만 선거관리위원회는 수능 응원 등은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보기 어렵다며 공직선거법상 위반이 아니라고 답한 바 있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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