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어디서 배워야 하나요” 간호대 실습생의 눈물 [쿠키청년기자단]

“저희는 어디서 배워야 하나요” 간호대 실습생의 눈물 [쿠키청년기자단]

기사승인 2022-11-18 12:18:48
픽사베이
간호대생들의 필수 코스인 임상실습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못해 현장에서 사실상 방치된다는 것이다.

간호대생들은 졸업 전 총 1000시간 이상의 실습을 이수해야 한다. 2학년 또는 3학년 때부터 실습에 참여한다. 주로 병동에 있는 간호사들의 업무를 관찰한다. 환자의 바이털(호흡, 맥박, 혈압 수치, 체온) 사인을 체크하는 업무를 맡기도 한다.

문제는 실습에 참여한 간호대생들을 전담 관리하는 인력·부서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실습생을 관리하는 인력이 없다. 이는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간호학과 4학년 최모(23)씨는 지난해 3월부터 5번의 대면 임상실습에 참여했다. 실습 전반을 관리하는 전담 인력을 만난 것은 딱 한 번이었다. 신규 교육을 전담하는 간호사가 실습생 교육도 담당했다. 최씨는 “준비된 교육 자료와 체계적인 진행 방식에 실습생으로서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다른 4번의 교육에서는 이러한 교육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담당 인력이 없기에 실습생들에게 내려지는 지시도 명확하지 않다. 적극적인 실습 참여가 득보다는 실이 된다는 의견도 팽배하다. 또 다른 간호학과 학생은 “실습 중 산소포화도가 낮게 측정된 환자가 있어 담당 간호사에게 알렸으나 ‘그걸 왜 실습생이 하느냐’는 꾸짖음을 들었다”며 “병동 내에서 간호사들끼리 안내하는 게 달라 혼란스러울 때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대다수의 실습생은 현장에서 눈치로 일을 배워야 한다. 실습생에게 아무런 업무를 주지 않을 때도 있다. 어깨 너머로 일을 배우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생사를 다투는 현장에서 뛰는 간호사들에게 질문하기란 어렵다. 때로는 관찰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간호학과 4학년 윤모(23)씨는 “실습 일지 작성을 위해 (현장 간호사에게) 관찰이 가능한지 물었으나 ‘따라오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실습생들끼리는 서로를 병풍이라고 칭할 만큼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했다.

학교와 실습 현장 간 소통도 원활하지 않다. 학교 측에서 실습 관련 시정을 요구하더라도 전달 내용이 제때 수용되지 않는다. 아예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담당 인력이 없기에 실습 현장의 간호부장 등이 따로 시간을 내서 소통·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체계적인 실습 시스템 마련과 담당 인력이 필요하지만 취재를 하며 만난 간호대 교수들은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실습 현장을 구하는 것조차 힘들다. 간호법이 부재한 상황에서 간호대생 실습에 대한 명확한 법률 규정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 국회에서는 간호법 제정을 두고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황혜영 쿠키청년기자 hyeng925@gmail.com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민수미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