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건보 기금화 해 적자 해결”…시민단체 “보험료만 오를듯”

국힘 “건보 기금화 해 적자 해결”…시민단체 “보험료만 오를듯”

재점화된 건강보험 기금화 논쟁
국회서 수차례 발의됐지만 번번이 무산
국민의힘 “기금화해서 건전성, 투명성 제고해야”
시민단체 “보장률 약화·보험료 인상 우려”

기사승인 2022-11-19 06:00:20
국민건강보험공단 전경.   쿠키뉴스 자료사진

국민건강보험 재정 악화에 대한 우려가 높다. 해결책으로 해묵은 논쟁인 ‘건강보험 기금화’가 다시 떠올랐다.

건보는 4대 사회보험 가운데 재정 규모가 지난해 기준 77조7000억원으로 가장 크다. 정부지원금도 9조6000억원 규모로 최대다. 

건보재정에 대한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내년 건보 수지가 1조4000억원 적자를 기록하고 오는 2028년에는 적립금이 바닥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적자 폭은 2030년에는 20조, 2040년에는 110조, 2050년에는 246조, 2060년에는 388조까지 커질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수지악화의 큰 원인은 급격하게 진행되는 고령화다. 건강보험료를 내는 사람은 줄어드는데 보험금을 타가는 노인 비중이 앞으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국회에서는 그 해결책으로 건보재정을 기금화하는 법안을 제시했다.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일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서 의원은 “건강보험 재정의 기금화를 통해 재정의 지속가능성, 건정성, 투명성을 제고해 국민건강을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담보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발의 취지를 밝혔다. 반면 야당인 민주당에서는 국고지원 일몰제를 폐지, 정부의 항구적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건보재정 기금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4년 감사원이 건보 적자 관리를 위해 기금화 필요성을 제기한 이후, 17대 국회 때부터 6번이나 발의됐지만 모두 임기 만료 폐기됐다.

보건복지부 전경.   사진=박효상 기자

국회·기재부 통제…“기재부 입맛따라 운용 우려”

건보재정이 기금이 되면 무엇이 달라질까. 지금껏 보건복지부가 관리해 온 건강보험 재정을 국회와 정부가 통제할 수 있게 된다. 4대 사회보험 중 건보를 제외한 국민연금, 고용·산재보험 모두 국가기금으로 운용된다. 건강보험료율을 비롯해 건강보험 관련 정책은 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심의·의결하고 복지부 장관 승인을 받는다. 국회 의 심의권에서 벗어나 있다. 건보재정이 기금이 되면 편성, 집행 및 결산 과정에서 기재부 및 국회가 개입할 수 있다.

건보공단은 재정 규모가 커지고 있어 외부 통제 필요성에는 동의한다면서도, 건강보험 기금화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보공단은 지난달 23일 건보재정 기금화 필요성을 묻는 서 의원 질의에 기금 방식으로 운영될 경우 국회의 정치적 의사결정, 지역·직역·이익단체 등의 영향으로 당사자 간 자율적 운영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시민단체들도 “기재부가 수십조원을 입맛에 맞게 운용하려는 것”이라며 우려 목소리를 냈다. 40여개 시민단체들이 모인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지난 14일 성명을 내 “수익을 최대로 증대시킨다는 명분으로 건보 재정으로 유가증권, 수익증권을 매입해 기업과 금융 시장에 자금을 수혈하려는 의도가 드러난다”며 “국민연금기금이 삼성 이재용의 ‘불법 상속’을 돕는 범죄에 이용되고, 이 때문에 수천억원 손실을 본 사례에서 보듯 ‘건보 기금’도 얼마든지 엉뚱한 곳에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국회가 심의한다고 건보가 민주적이거나 투명해지는 것은 아니”라며 “건보를 기금화하면 정부 지원을 축소하고, 종국에는 폐지하려는 의도가 의심된다.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낮은 보장률이 더 약화되고 보험료는 대폭 인상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회 국정감사 모습.   쿠키뉴스 자료사진

“감염병 진료비, 건보에 떠넘겨 놓고…무책임”

백형곤 국민건강보험공단 노조 정책기획실장은 “국고 지원 일몰제 폐지 기한이 다가올 때마다 기금화 문제가 거론된다”며 “일몰제를 폐기하고 정부가 매년 항구적으로 20%씩 재정 지원을 하는 게 부담이 되니까 아예 기금화하자는 게 상대편의 논리”라고 말했다.

백 기획실장은 “한국의 건보제도는 전세계에서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태어나면서부터 죽을때까지 전국민에 영향을 주는 제도”라며 “건보재정은 모아서 투자를 하면 안 되는 돈이다. 매해 벌어들인 돈으로 그해 지출을 충당하는 구조다. 수십년간 납부해 노년기에 받는 국민연금과는 비교하면 안된다. 재정 관리, 통제, 지출 효율성이라는 편협한 관점으로 볼 수 없다. 기금이 되면 정부는 결국 나가는 돈을 줄이려 할 것이고, 보장성 확대는 불가능해진다. 민간 보험 시장만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2017년도 메르스부터 시작해서 코로나19까지 감염병 관련 의료비용은 국고 부담이 원칙인데 정부가 약 83%인 12조원을 건보 재정으로 충당했다”며 “막대한 비용을 건보 재정에 떠넘겨 놓고 재정이 적자라고 기금화 얘기를 꺼내는 건 말도 안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건보 재정이 줄줄 새어 나가는 사무장 병원을 근절하는 특별사법경찰권 제도 등 재정 건전성을 위한 다른 방법들이 얼마든지 있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건보 재정 적자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에 “2060년 388조 적자라는 재정 전망은 지출 효율화 방안이 반영되지 않은 수치”라며 “건보는 매해 당해연도 수입(보험료, 국고지원 등)으로 그해 필요한 급여 지출 비용을 충당한다. 지난해 말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은 약 20조2000억원으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앞으로도 전면적인 건강보험 지출 효율화, 국고지원 등을 통해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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