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 김성철 “성장하면 더 좋은 악기가 되지 않을까요” [쿠키인터뷰]

‘올빼미’ 김성철 “성장하면 더 좋은 악기가 되지 않을까요”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2-11-27 06:00:01
배우 김성철. NEW

비극적인 삶이었다. 조선 제16대 국왕 인조의 아들 소현세자는 병자호란 이후 청나라에서 볼모로 긴 세월을 보냈다. 고국으로 돌아온 후 아버지 인조에게 견제와 괄시를 받았다. 죽음 역시 석연치 않다. 조선왕조실록엔 그의 독살 가능성이 적혀 있다. 반정으로 하루아침에 세자가 됐지만 고된 풍파를 겪은 소현세자. 영화 ‘올빼미’(감독 안태진)에서도 소현세자(김성철)는 캐릭터로서 중요하게 기능한다. 소현세자를 연기한 배우 김성철은 지난 21일 서울 삼청동에서 쿠키뉴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마주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올빼미’에서 소현세자가 등장하는 장면은 40분 정도로 짧다. 그럼에도 그의 서사는 작품 전체를 관통한다. 자신을 치료하던 맹인 침술사 경수(류준열)의 주맹증을 간파하고 ‘너, 보이는구나’라고 중얼대는 장면은 스크린 너머 관객에게 강렬하게 가 닿는다. 인조(유해진)와 대면하는 장면 역시 긴장감이 가득하다. 스릴러 장르를 위해 소비되는 캐릭터는 아니다. 경수와 유대감을 쌓는 모습은 후반부 경수의 행보에 개연성을 더한다. 경수가 따를 만한 인품을 가진 인물이란 걸 관객에게 자연스럽게 납득시킨다.

김성철은 자신의 분량을 넘어 ‘올빼미’에서 소현세자가 해야 할 몫을 영민하게 해낸다. 그가 지향하는 극사실주의 연기가 빛을 발했다. 김성철은 매 작품에서 캐릭터에 몰입해 감정에 동화된 모습을 보인다. ‘올빼미’에서는 꼿꼿한 자세와 여유로운 말투로 기품 있는 세자를 재현했다. 백성을 긍휼히 여기고 궁녀에게 고마워하는 왕족. 똑똑하며 쉽게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사람. 그럼에도 안타까운 삶을 살다 간 비운의 세자. 김성철은 소현세자를 다각도로 바라보며 마음속 멍울을 짐작했다. 

영화 ‘올빼미’ 스틸컷. NEW

“작품 속 정당성을 중시해요. 대본을 받으면 극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지, 캐릭터가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하는지를 살펴요. 그러면서 무엇이 이야기의 핵심인지를 고민해요. ‘올빼미’에선 경수와 소현세자의 교류가 중요했어요. 경수는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을 위해주던 세자의 죽음을 목격해요. 그렇기 때문에 사건 전말을 밝혀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겨요. 소현세자와의 기억이 소중하게 남아있어서예요. 경수뿐 아니라 소현세자도 그가 유일하게 자신의 속을 알아준다고 생각해요. 둘의 유대감이 ‘올빼미’에 몰입력을 더해준 거죠.”

김성철은 세자의 어진 면을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관객이 그를 안타까워하길 바랐다. 관객이 소현세자에게 마음을 주며 극에 담긴 비극 서사에 힘이 실렸다. 소현세자의 죽음은 사료에 의거해 괴기한 분위기로 연출됐다. 소현세자에게 정을 붙인 관객으로선 시각적 충격을 더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 안태진 감독이 퍼즐처럼 촘촘히 짠 이야기 얼개에 김성철의 캐릭터 설계가 어우러지자 시너지 효과가 났다. 감독이 언론과 인터뷰에서 김성철을 극찬한 이유다. 소현세자와 인조의 갈등 역시 김성철이 중요하게 생각한 대목이다.

“소현세자는 아버지에게 안타까움과 그리움을 동시에 느꼈을 것 같아요. 인조가 가진 좁은 시야에 답답했을 때도 있었겠죠. 인조와 맞붙는 장면을 촬영할 때 저도 모르게 울컥함이 차올랐어요. 어쩌다 내가 아버지에게 폐 끼치는 존재가 된 건지 개탄스럽더라고요. 유해진 선배님이 인조를 신선하면서도 적나라하게 연기하신 덕분이에요. 진지하게 인조에게 접근하는 모습을 보며 선배님을 더 존경하게 됐어요.”

영화 ‘올빼미’ 스틸컷. NEW

김성철은 배우가 캐릭터를 믿으면 관객의 마음도 절로 따라온다고 믿는다. 그래서 거짓으로 연기하지 않기 위해 늘 노력한다. 극사실주의 연기를 추구하며 모든 배역에 진심으로 임했다. 덕분에 그가 맡은 캐릭터는 분량과 관계 없이 오래 회자되곤 한다. 넷플릭스 ‘스위트홈’ 정의명 역이 대표적이다. 지난 8월 막 내린 뮤지컬 ‘데스노트’에서 연기한 엘 역시 호평을 얻었다. 그는 캐릭터를 실감 나게 묘사하기 위해 구부정한 자세를 고수하다 목 디스크 진단까지 받았았다. 그럼에도 보람차단다. SBS ‘그 해 우리는’ 김지웅과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한현호도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다. 김성철은 “여러 시간을 지나 지금은 좋은 길로 잘 나아가는 시기”라며 “늘 배워가는 마음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생각을 해봤어요. 배우 직업을 악기에 비유하면, 저는 제 자신을 잘 연주해야 하는 사람이잖아요. 본디 악기는 누가 만들었는지에 따라 모든 가치가 결정되지만 저는 스스로를 개선시킬 수 있어요. 인간 김성철이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하면 배우로서 더 좋은 악기가 되지 않을까요? 제 발전 가능성을 알아봐주시면 좋겠어요. 저는 언제나 준비돼있거든요.”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김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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