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떠난 열 가족…“장애인 가족 지원법 제정을”

1년 새 떠난 열 가족…“장애인 가족 지원법 제정을”

UN 장애인권리위원회, 가족 지원 입법 권고
“장애인 가족은 뒷전 밀려나…별도 법안 필요”

기사승인 2022-12-01 16:10:05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이 지난 5월26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6.25 상징탑 앞에서 열린 '죽음을 강요당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추모제'에서 헌화를 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장애인 당사자뿐만이 아니라 그 가족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명시한 장애인 가족 지원법 제정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장애인부모연대)와 전국장애인가족지원센터협의회는 1일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2022년 제4회 장애인가족지원 정책포럼’을 공동주최했다.

지난 2년간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숨진 사건 20여 건이 잇따랐다. 장애인부모연대에 따르면 올해 발생한 10건 중 8건이 발달장애가 있는 자녀를 부모가 살해한 뒤에 자살하거나 자살을 시도한 사건이다. 지난 5월 서울에서는 40대 어머니가 발달장애가 있는 6살 아들을 안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모두 숨졌다. 같은 날 인천 연수구에서는 암에 걸린 60대 어머니가 30대 중증 장애인 딸을 수면제를 다량 투여해 죽게 만들고, 자신도 목숨을 끊으려고 했으나 미수에 그친 일이 발생했다. 

국정감사 정책자료집에 따르면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 중 50.8%가 발달장애 자녀를 돌봐야 해서 경제활동을 하지 못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또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속에서 발달장애 자녀를 돌보기 위해 부모 한 명이 직장을 퇴사한 비율은 20.5%였다. 가족의 돌봄 부담뿐 아니라 생업 중단으로 경제적 어려움까지 겹친 셈이다. 

‘장애인복지법’,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장애아동복지지원법’ 등에서 장애인의 가족에 대한 정보 제공, 교육, 상담, 휴식 지원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낮 시간 활동 및 지역사회 참여를 지원하는 발달장애인 주간활동 서비스 △청소년 발달장애인 대상으로 사각지대 해소하고 가족 양육부담 경감하기 위한 방과후활동서비스 △중위소득 180% 이하 가정의 만 18세 미만 등록장애인 대상 발달재활서비스 △발달장애인 가족을 대상으로 캠프(여행) 비용을 지원하는 발달장애인 가족 휴식 지원 △과중한 돌봄 부담 가지고 있는 발달장애인 부모에게 심리, 정서적 상담 서비스 제공하는 발달장애인 부모 상담지원이 운영 중이다.

하지만 이들 법률은 장애인 가족이 아닌 장애인 당사자 복리 증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족의 부담을 줄여주기에는 한계가 있다. 서비스 제공 시간은 발달 장애인 가족의 돌봄 부담을 경감할 만큼 충분하지 않다. 특히, 주간활동서비스의 경우, 기본형(월 125시간)과 확장형(월 165시간)을 선택 하는 경우, 등록 장애인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의 지원 시간을 각각 22시간, 56시간 차감해 가족 돌봄 부담을 오히려 가중 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지난 6월 서울 용산 삼각지역 1번 출구 인근에 설치된 발달장애인 추모 분향소 벽에 붙은 포스트잇.   사진=정진용 기자 

발달장애가 있는 10살 자녀를 키우고 있는 이현숙씨는 이날 포럼에서 “발달장애 영유아 시기는 부모에게도 너무 힘든 시간이다. 편견과 배제가 일상화된 나라에서 부모는 아이 장애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수많은 갈등을 겪게 된다”며 “아이가 뭔가 다르다는걸 주변 사람이 인지하면서부터 모든 책임의 화살을 받아내야 한다. 맞벌이를 하더라도 교육기관의 무수한 항의 전화를 받아내야 한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발달장애인 가족들의 돌봄 부담을 덜기 위해 오는 2024년 6월부터 최중증 발달장애인에게 24시간 통합돌봄을 제공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발달장애인 평생돌봄 강화대책’을 지난달 29일 발표했다. 하지만 지원 대상이 될 ‘최중증’ 선정 기준이 아직 없는 상태다. 최중증 구분 자체가 폐지된 장애등급제를 사실상 부활시키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우려가 나온다. 또 대책에 포함된 내용 대부분이 기존 대책과 크게 다르지 않고 확대, 강화 수준이 미미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날 포럼에서 전문가는 장애인 가족을 지원하기 위한 별도의 법안이 제정될 필요성을 강조했다. UN 장애인권리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장애인 당사자뿐 아니라 그 가족에 대한 충분한 지원이 부족하다며 장애인 가족에 대한 효과적 지원을 보장할 수 있는 입법 및 정책을 채택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장애인 가족 지원법 초안을 준비 중인 김기룡 중부대학교 중등특수교육학과 교수는 “장애인 가족 지원을 담은 법률이 여러 개 있기는 하지만 내용이 흩어져 있다”며 “장애인 가족 입장에서는 어떤 법률을 근거로, 이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받을 수 있는지 확인하기가 어려운 한계가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그동안 장애인 가족 지원 서비스는 주로 지자체가 담당했는데 국가가 나서서 책임감을 가지기 위해서도 법률안 제정이 필요하다”면서 “이제는 뒷전으로 밀렸던 장애인 가족에 대한 서비스가 장애인 복지 서비스에서 핵심적으로 다뤄져야 할 때다. 가족 지원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마련하고, 국가 책무를 높이고,  다양하고 맞춤형 서비스 제공하기 위해 가족을 위한 별도의 법률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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