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룹’ 유선호 “내가 누군지 알아가고 있어요” [쿠키인터뷰]

‘슈룹’ 유선호 “내가 누군지 알아가고 있어요”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2-12-13 09:00:02
tvN 토일드라마 ‘슈룹’에서 계성대군을 연기한 배우 유선호.   사진=박효상 기자

‘왕수저’를 물고 태어난 대군은 궁궐 생활이 답답하다. 명석한 두뇌와 탁월한 예술 감각을 지녔으나 왜인지 모르게 다른 세상을 사는 듯하다. 그가 자유를 느끼는 순간은 오직 폐전각에 숨을 때뿐. 그는 이곳에서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는다. 고운 색으로 얼굴을 칠하고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채 거울 속 자신을 보며 황홀에 젖는다.

지난 4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슈룹’의 계성대군(유선호)은 남성 신체를 타고났지만 여성이 되고자 하는 성 소수자다. 사극에 처음 도전한 병아리 배우는 대본에서 이런 설정을 보고 눈앞이 캄캄했다고 한다. 주변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는 인물 유형이 아니라서다. 지난 8일 서울 상암동 쿠키뉴스 사무실에서 만난 유선호는 “성 정체성이 남들과 다를 뿐 결국 똑같은 사람으로 생각했다”며 “영화 ‘대니쉬 걸’(감독 톰 후퍼) 등을 보며 계성대군에게 다가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슈룹’에서 모자지간으로 호흡을 맞춘 유선호(왼쪽), 김혜수. tvN

유선호는 운명처럼 계성대군에게 끌렸다. 오디션 하루 전날 20~30쪽 분량의 대본을 받은 그는 “모든 캐릭터를 준비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니 하나만 잘해가자”며 계성대군에 올인했다. 그는 “나와 계성대군은 닮았다”고 했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감정을 예민하게 느낀다는 점이 비슷하단다. 계성대군은 마음에 폭풍이 휘몰아쳐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유선호는 “그 점이 가장 표현하기 어려웠다”면서 “폐전각에 불낸 어머니 화령(김혜수)에게 화내는 장면에선 계성대군이 태어나 처음 분노를 폭발시키는 것이라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귀띔했다.

‘슈룹’은 계성대군을 갈등의 불쏘시개로만 삼지 않았다. 오히려 “네가 어떤 모습이든 넌 내 자식”이라는 화령의 대사를 통해 계성대군을 한 인간으로 존중하고 받아들인다. 화령이 준 응원과 사랑은 계성대군을 성장하게 한다. ‘슈룹’ 마지막 회에서 계성대군은 “이제 진짜 나답게 살고 싶다”며 궁을 떠난다. 유선호는 “담담하게 연기하려 했는데 김혜수 선배님의 감정이 내게도 옮겨와 눈물이 났다”고 했다. 16세 때 Mnet ‘프로듀스101’ 시즌2에 출연해 막내 자리가 익숙한 유선호는 대선배들과 유독 궁합이 좋다. 그는 11일부터 KBS2 ‘1박2일’에 새 멤버로 합류해 연정훈·김종민·문세윤 등 형들과 예능 호흡을 맞추고 있다.

유선호.   사진=박효상 기자

세상에 섞이려 자기 일부를 숨기는 이가 어디 계성대군 뿐이랴. 유선호에게도 남들이 모르는 면은 있다. “저는 정적(靜寂)을 좋아해요. 그런데 막상 나가면 제일 시끄럽게 놀고요. 사실 아직도 저를 다 모르겠어요. 계속 알아가는 중이에요.” 유선호는 “연기를 하려면 나 자신을 알아야 한다”고 믿는다. “실제 존재하지 않는 계성대군을 저로부터 만들어야 하잖아요. 캐릭터를 이해하고 구축하려면 제가 언제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먼저 알아야겠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저는 제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표현할 때 가장 나답다고 느껴요. 자신을 속이고 싶지 않더라고요.”

2017년 웹드라마 ‘악동탐정스’로 연기에 발 들인 유선호는 “‘슈룹’ 덕분에 한층 성장했다”고 돌아봤다. “대본 분석이 전부”라고 여기던 시간을 지나 상대 배우와 감정을 주고받는 법에도 익숙해져서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감정”을 통과한 경험도 그에겐 소중하다. 연습생 한 달 차에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가 덜컥 스타가 된 소년은 초심으로 돌아가 기초부터 다져왔다. 주·조연은 물론, 아역도 가리지 않고 연기 경력을 쌓고 있다. 유선호는 “1년에 두세 작품씩 꾸준히 선보였다.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한다”며 웃었다.

“궁궐 밖 세상으로 나간 계성대군이 진짜 자기 모습을 자유롭게 보여주며 살면 좋겠어요. 화령이 자식들에게 그랬듯, 계성대군도 다른 누군가를 지키는 우산 같은 존재가 되길 바라고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다른 사람을 보듬고 품을 수 있는, 아낌없이 사랑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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