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극단적 선택을 한 10.29 참사 생존 고등학생을 두고 “본인이 좀 더 굳건하고 생각이 강했으면 좋지 않았을까”라고 발언해 입길에 올랐다.
한 총리는 15일 오전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전날 극단 선택한 학생 경과를 보고 받았는지, 받았다면 원스톱 종합지원센터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질문받고 “굉장히 마음 아픈 일”이라며 이같이 답했다.
그는 트라우마 치료가 부족했다는 취지의 유가족 주장에 “지원센터에 그런 어려움을 충분히 제기했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면서 “본인(피해자)이 치료를 원하고 의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정부는 치료를 적극 지원할 생각이다. 경비 문제로 치료를 할 수 없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야권은 한 총리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그가 느꼈을 고통과 마음의 상처를 굳건함이 모자란 탓으로 돌리는 총리가 어디 있느냐”고 지적하며 “한 총리 발언은 참사에 대한 윤석열 정부 태도가 얼마나 몰염치한지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또, “종합지원센터의 빈약한 트라우마 치료에 ‘더 적극적으로 어려움을 제기했어야 한다’는 말로 정부 지원체제의 잘못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총리는 정부 책임을 회피할 궁리만 하고 있다”고 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해당 발언을 “충격적 망언” “인간실격 수준의 발언”이라고 표현하며 한 총리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참사 생존자 청소년의 부모님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들이 세상을 등지기 전 온라인상 망언들 때문에 고통 받았다’고 했다. SNS에 떠도는 악성 댓글들은 한덕수 총리와 정부·여당의 망언들이 키운 괴물”이라며 “한 총리가 나서서 이 청소년의 죽음이 본인 탓이라며 벼랑 끝에 서 있는 사람의 등까지 떠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 총리가) 외신기자들 앞에서 참사를 농담거리로 받아치던 그 모습이 단순한 실수가 아니었다는 게 드러났다”며 “정의당은 인간실격 수준의 발언으로 유족들과 생존자들, 그리고 국민을 괴롭히는 한덕수 총리의 사퇴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총리실은 간담회 이후 입장문을 내 “한 총리는 해당 사건 발생 직후 관련 내용을 소상하게 보고받고 안타까움을 표했다”며 “다른 유가족과 생존자들을 대상으로 상담 치료 등 가능한 지원을 강화하도록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