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배우 이승기가 소속사 후크엔터테인먼트(이하 후크)의 음원 수익금 미정산 논란에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지난달 21일 언론 보도로 분쟁이 알려진 지 약 4주 만이다. 그는 “후크를 상대로 소송에 나선 건 밀린 돈 때문이 아니다”라며 법정 공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승기는 16일 SNS에서 “오늘 아침 약 50억원이 제 통장에 입금됐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후크는 아마 제가 단순히 돈을 받고자 법정 대응을 했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면서 “어떤 근거로 어떤 방식으로 저렇게 계산했는지 모르겠다. 후크의 계산법을 이해할 수 없기에 앞으로 계속 법정에서 다툴 것 같다”고 말했다.
후크는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내 이승기에게 미지급한 음원 정산금 약 29억원과 지연이자 약 12억원을 지급했다면서 “분쟁을 종결하기 위해 법원에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고 알렸다. 다만 해당 금액이 이승기 측과 합의한 액수는 아니라고 했다.
이승기는 “누군가 흘린 땀의 가치가 누군가의 욕심에 부당하게 쓰여선 안 된다”고 소송 배경을 설명하면서 “미정산금이 얼마가 되든 전액을 기부하겠다. 오늘 입금된 50억원부터 소송 경비를 제외한 나머지를 전액 사회에 돌려드릴 예정”이라고 알렸다.
그는 “이번 일에 많은 분이 응원해주셨다. 같이 분노해주시고 위로해주셔서 큰 힘이 됐다. 제가 사랑받는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셔서 감사하다. 그 사랑을 제가 조금이라도 사회에 돌려드리는 것으로 보답하겠다”고 썼다.
이승기는 데뷔 후 18년간 후크로부터 음원 수익금을 한 푼도 정산받지 못했다며 지난달 문제를 제기했다. 이후 후크 측이 미지급한 음원 정산금이 있다고 인정하자 전속계약 해지 통지서를 보내 결별을 본격화했다.
이 과정에서 후크를 이끄는 권진영 대표가 회삿돈을 사적으로 썼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국세청은 후크와 권 대표에게 세무 자료를 전달받아 이를 검증하고 있다.
다음은 이승기가 SNS에 올린 글 전문이다.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이승기입니다.
사실 저는 그리 안녕하지는 못했습니다. 배신감에 분노했다가, 실망감에 좌절했다가, 하루는 원망을, 또 하루는 자책하기를 반복하며 지내고 있었습니다.
오늘 아침 약 50억원 정도 금액이 제 통장에 입금되었다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후크엔터테인먼트는 아마도 제가 단순히 돈을 받고자 법적 대응을 했다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그 흔한 음원 정산서 한 번 받아본 적 없었는데… 또 이렇게 일방적으로 미지급금 지급이라는 명목으로 사건을 매듭지으려 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음원 정산을 받을 돈이 있는지도 모르고 지냈습니다. ‘마이너스 가수’라는 말을 들으며 18년을 버텼으니까요. 그런 제가 후크를 상대로 소송에 나선 건 밀린 돈 때문이 아닙니다. 누군가 흘린 땀의 가치가 누군가의 욕심에 부당하게 쓰여서는 안 된다는 것. 이것은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사명이라 생각했습니다.
이제 50억원이 들어왔습니다. 물론 어떤 근거로 어떤 방식으로 저렇게 계산했는지 모릅니다. 다만 후크의 계산법을 이해할 수 없기에 앞으로 계속 법정에서 다툴 것 같습니다. 지리한 싸움이 될 것이며, 이를 지켜보는 대중분들께 피로감을 드려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그러나 약속할 수 있는 건, 미정산금이 얼마가 되든 전액을 기부하겠다는 것입니다. 일단 오늘 입금된 50억 원부터 소송 경비를 제외한 나머지를 전액 사회에 돌려드릴 예정입니다. 이는 하루 아침의 생각이 아닙니다. 후크와 싸움을 결심한 순간, 제가 받을 돈을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전액 쓰고자 결심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음원 정산금을 모르고 살았습니다. 물론 오늘 받은 50억은 제게도 너무 크고 소중한 돈입니다. 저의 10대, 20대, 30대의 땀이 들어있는…. 그러나 이 돈이 저보다 어려운 분들을 위해 쓰일 수 있다면 제가 느끼는 행복과 가치는 단순히 50억 이상일 겁니다.
차주부터 기부처 관계자 분들과 만남을 통해 구체적인 계획을 진행할 것입니다. 진짜 몸이 불편해 거동조차 힘든 분들이 많습니다. 꿈이 있지만 형편 때문에 중간에 포기하는 친구들도 많습니다.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서 제대로 조치를 받지 못하는 분들도 있고요. 그런 분들을 다 돕기에 50억은 부족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작은 한 걸음부터 실천에 옮기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일을 겪으며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셨습니다. 같이 분노해주시고 위로해주셔서 큰 힘이 됐습니다. 제가 사랑받는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사랑을 제가 조금이라도 사회에 돌려드리는 것으로 보답하겠습니다.
따뜻한 연말 보내시길 바라며, 늘 하던 대로 저의 길을 성실히 걸어가겠습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