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자본총계 기준 증권업계 상위 증권사 10개 사(미래에셋·NH투자·한국투자·하나·삼성·KB·신한투자·메리츠·키움·대신증권)가 금투협에 공시한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살펴본 결과 이중 6개사는 비대면·대면 계좌 개설 고객을 구분해 이자율을 다르게 적용하고 있었다.
신한투자·메리츠·키움·대신증권 4곳만 비대면·대면 여부와 관계없이 동일한 이자율을 일괄 적용했고, 나머지 상위 6개 사는 차등 적용했다.
상위 3개사인 미래에셋증권는 대면 계좌 개설 고객에는 신용 공여 기간에 따라 연 4.9%(1∼7일)부터 연 9.8%(91일 초과)까지 다양한 이자율을 적용하는 반면 비대면 계좌 개설 고객은 이용 기간과 무관하게 연 9.8%를 적용했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역시 동일한 이용 기간과 고객등급이라도 비대면 계좌 개설 고객이 최대 1.6∼2.1%p 더 높은 이자율을 감당해야 한다.
이달들어 빚투 규모가 17조원대로 늘어난만큼 개인 투자자들의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2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7조3132억원으로 1일(17조960억원) 보다 2172억원 늘었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올해 증시 약세로 1월 21조6729억원에서 10월 16조756억원까지 떨어졌지만 지난달 17조1340억원으로 반등했다. 지난 7일에는 17조3464억원으로 올해 9월 말 이후 처음으로 17조3000억원대를 돌파했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계획과 연말 랠리 기대감으로 투자자들이 높은 이자율을 감수하고 신용거래를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는 증권사들이 거래 수수료 무료 등 각종 이벤트로 비대면 계좌 개설을 유도해놓고 정작 대면 계좌 개설 고객보다 높은 이자율을 적용한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증권사들은 업무 원가의 차이를 이자율 차등 적용의 근거로 들고 있다.
이자율은 ‘기준금리’와 업무 원가 및 리스크프리미엄 등 제반 비용이 반영된 ‘가산금리’가 합쳐져 산출되는데, 비대면의 경우 시스템 개발·관리비용이 더 들어가기 때문에 업무 원가가 더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비대면 거래 투자자들을 위한 시스템 개발비는 일회성 비용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구조”라면서 “신용·재정 상태가 동일한 차주가 융자 접근 경로에 따라 다른 이자율을 적용받는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증권사들이 비대면·대면 계좌 개설 고객을 내부적으로는 성격이 다른 고객군으로 분류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면 계좌 개설 고객 상당수는 해당 증권사와 오랜 거래 이력을 지닌 고액자산가들”이라며 “증권사 입장에서는 거래 규모도 작고 충성도가 떨어지는 비대면 계좌 개설 고객들보다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금융투자협회의 공시가 투자자들의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금투협은 전자공시 서비스 홈페이지를 통해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각사별로 비교할 수 있도록 공시하고 있다.
그러나 금투협이 대면·비대면 공시기준을 명확히 세우지 않은 상태에서 각 증권사 공시담당자들이 직접 등록하도록 하다 보니, 증권사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대면 계좌 개설 고객용 이자율만 전면에 둔 상태다.
비대면 계좌 개설 고객용 이자율은 각 증권사가 첨부해놓은 첨부파일을 일일이 열어봐야만 확인이 가능하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