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개최·메시 우승…‘역대급’으로 기억될 카타르 월드컵 

겨울 개최·메시 우승…‘역대급’으로 기억될 카타르 월드컵 

기사승인 2022-12-20 18:06:51
우승을 차지한 아르헨티나.   로이터 연합

‘역대급’으로 기억될 만한 월드컵이었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이 한 달 간의 여정 끝에 아르헨티나의 우승으로 마무리됐다. 아르헨티나는 결승전에서 프랑스와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36년 만에 통산 3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이번 월드컵은 외부 이슈들로 인해 개막 전부터 많은 우려가 따랐지만, 그 어느 때보다 화제 몰이에 성공했다. 이번 월드컵을 관통한 주요 이슈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봤다.

4강전부터 사용된 공인구 알 힐름.   아디다스

사상 첫 중동·겨울 월드컵…호평과 논란 사이에서

카타르 월드컵은 사상 처음으로 중동 지역과 겨울에 열린 대회다. 이전의 월드컵과는 환경적인 측면에서 차이가 컸다. 아울러 개최국 선정 과정부터 잡음이 일었고, 축구와 관련된 인프라도 부족해 선수단과 팬들이 불편할 것이라는 지적도 따랐다.

카타르의 성 소수자 탄압은 대회 초반 가장 큰 이슈였다. 잉글랜드,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웨일스, 스위스, 덴마크 등 유럽 일부 국가의 주장들은 성소수자와 연대를 지지한다는 의미의 ‘원 러브(One Love)’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서기로 했는데 FIFA가 옐로카드 징계를 내리겠다고 해 파장이 일었다.

이주 노동자 인권 탄압 문제도 대두됐다. 지난 10년간 카타르 월드컵 인프라 건설 도중 사망한 노동자 수는 약 6700명이 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 인해 카타르 월드컵은 ‘피로 물든 월드컵’이라는 비아냥이 따랐다. 대회 기간에도 보안 요원들이 좋지 않은 처우에서 근무하다 목숨을 잃기도 했다.

갑작스런 맥주 제한도 논란의 대상이었다. 이슬람 율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카타르 정부가 개막 이틀 전 갑작스레 공공장소는 물론, 경기장 내에서도 맥주 판매를 불허했다. 알콜이 들어있는 주류는 카타르 시내에 마련된 팬 페스티벌 존과 호텔 등 일부 장소에서만 구매하고 마실수 있었다. 이로 인해 공식 스폰서인 주류 업체 버드와이저는 수천억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으로 슈퍼스타들을 온전히 볼 수 없던 점도 아쉬움을 샀다. 유럽 대부분의 프로리그가 추춘제로 운영되는데, 시즌 도중에 치러지게 된 이번 월드컵 때문에 일정이 빡빡해진 탓에 부상자들이 대거 발생했다. 프랑스는 카림 벤제마(레알 마드리드) 폴 포그바(유벤투스) 등 주축 선수 5명이 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다. 세네갈의 사디오 마네(바이에른 뮌헨), 포르투갈의 디오구 조타(리버풀), 잉글랜드의 리스 제임스(첼시) 등도 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다.

SAOT를 통해 비디오판독에서 오프사이드 유무를 정확히 가려낼 수 있다.   FIFA

다만 경기 운영과 관련해서는 호평이 잇따랐다.

카타르의 수도인 도하와 그 근교 도시에서만 집중적으로 경기가 열려 팬들은 쉽게 여러 경기를 관전할 수 있었다. 가장 콤팩트한 대회라는 평이다. 또 경기장 곳곳에 에어컨을 설치해 선수들은 20도 안팎의 쾌적한 기온에서 대회를 치렀다.

FIFA가 이번 대회에 본격 도입한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SAOT)’은 큰 호평을 받았다.  

SAOT는 경기장 지붕 밑에 설치된 총 12대의 카메라가 선수들의 신체 부위 29곳을 추적해 오프사이드 여부를 AI가 판단하는 기술로, 이번 대회에서 SAOT를 통해 조별리그 48경기에서 24번의 판정 번복이 발생했다.

또 경기 도중 부상, 세리머니 등으로 중단된 시간을 모두 반영해 철저하게 추가시간에 부여해 ‘침대 축구’를 방지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 인해 이로 인해 통상 3분에서 5분 정도 주어지던 전후반 추가 시간이 6분에서 10분 이상까지 늘어났다.

브라질을 상대로 나선 한국 축구대표팀 베스트 일레븐.   대한축구협회(KFA)

아시아 돌풍과 모로코의 4강행…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이번 대회를 관통한 키워드 중 하나는 ‘아시아의 돌풍’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호주가 전통의 강호들을 제물 삼아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 3개국이 처음으로 FIFA 월드컵 16강에 진출하는 새 역사를 썼다. 이번 대회 전까지 AFC 소속 국가의 단일 월드컵 최다 16강 진출은 2개국(2002년, 2010년)이었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1승 1무 1패를 거둬, 우루과이에 다득점에 앞선 조 2위로 12년 만에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일본은 ‘죽음의 조’로 불린 E조에서 독일과 스페인에 연달아 2대 1 역전승을 거두고 16강에 오르며 주목받았다. 호주는 프랑스와 1차전을 1대 4로 크게 지고도 2, 3차전에서 튀니지, 덴마크를 연파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비록 16강에 오르지 못했으나 사우디아라비아가 조별리그 1차전에서 아르헨티나에 2대 1 역전승을 거둔 것은 이번 대회 최대 이변으로 기록될 만하다. 이번 대회에서 아시아 국가들은 7승을 합작하며 종전 조별리그 최다 기록인 4승(2002년, 2010년, 2018년)을 훌쩍 뛰어넘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는 “불과 4년 전과 비교해 아시아 국가들이 어떤 성과를 냈는지 알 수 있었던 대회”라며 “월드컵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줬다”고 호평했다.

이번 대회에서 기술연구그룹(TSG) 일원으로 활동 중인 차두리 FC서울 유스강화실장은 월드컵 브리핑에서 “지금은 아시아권 선수들이 유럽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일부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주장을 맡을 정도로 팀내 영향력이 크다”며 “이처럼 바뀐 환경 덕에 아시아 선수들은 유럽 팀과 경기 할 때 두려워하지 않고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8강전에서 포르투갈에 승리를 거둔 뒤 환호나는 모로코 선수단.  AP 연합

아프리카의 모로코는 이번 대회에서 4강 신화를 썼다.

모로코는 크로아티아, 벨기에, 캐나다 등 강팀이 속한 F조에서 2승 1무, 조 1위를 기록해 16강에 진출했다. 토너먼트에서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차례로 꺾고 아프리카 국가로는 최초로 월드컵 4강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비록 프랑스에 0대 2로 져 결승 진출에 실패하고 크로아티아에 1-2로 패해 4위로 대회를 마무리했지만, 모로코의 경기력은 단연 돋보였다. 특히 8강까지 필드골을 단 1골도 내주지 않는 압도적인 수비력을 자랑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이 활약을 펼치면서 FIFA 상위권 국가들이 일찌감치 짐을 싸는 광경도 연출됐다. 이번 월드컵에서 벨기에(2위), 덴마크(9위), 독일(10위), 멕시코(13위), 우루과이(14위) 등 FIFA 랭킹 15위권 내에 있는 팀 중 5팀이 탈락했다.

잔니 안판티노 FIFA 회장은 “더는 강팀도 약팀도 없다”며 “수준이 매우 동등해졌다. 역사상 처음으로 모든 대륙에서 16강에 올랐다. 이는 축구가 세계화됐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라고 흡족해했다.

우승 후 세리머니를 펼치는 리오넬 메시.   AP 연합

리오넬 메시, 월드컵 우승으로 GOAT 반열에

그동안 올림픽 금메달,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발롱도르 수상, 코파 아메리카 우승 등 굵직한 업적들을 이루고도 월드컵 우승이 없어 어딘가 허전한 구석이 있던 리오넬 메시는 이번 대회 정상에 우뚝 서면서 평생의 한을 풀었다.

만 36세의 메시는 이번 월드컵에서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첫 경기에서 패배하며 흔들리기도 했지만, 폴란드와 조별리그 경기를 제외한 나머지 5경기에서 모두 골을 넣으며 아르헨티나를 결승전으로 이끌었다. 킬리안 음바페(파리생제르맹)와 득점왕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메시는 프랑스와 결승전에서도 빛났다. 전반 23분 앙헬 디 마리아(유벤투스)가 얻어낸 페널티킥의 키커로 나서 골망을 흔들었다. 2대 2로 접전인 연장 후반 3분에는 멀티골을 작렬했다. 승부차기에서는 첫 번째 키커로 득점에 성공했다. 메시의 활약에 힘입어 아르헨티나는 승부차기 끝에 프랑스를 꺾고 36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메시는 월드컵 통산 13골과 8도움을 남겨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통산 공격포인트 20개를 돌파했다. 또한 월드컵 통산 26번째 경기에 출전하며 이 부문 최다 기록을 경신했고, 이탈리아의 파올로 말디니가 작성한 월드컵 최장 시간 출전(2216분)도 갈아치웠다. 

또 이번 대회에서 7골 3도움을 올려 최우수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볼을 받았다. FIFA가 지난 1982년 처음으로 골든볼을 제정한 이후 처음으로 FIFA 골든볼을 두 번이나 받은 선수가 됐다. 메시는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할 당시에도 골든볼을 수상한 바 있다.

메시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 유니폼을 벗을 것이라는 주위 예상을 뒤엎고 국가대표로 더 뛰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현실적으로 4년 뒤 월드컵 출전은 쉽지 않더라도 2024년 코파 아메리카에는 전성기 기량을 유지한 채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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