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12월 20일 기준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이 1년 전보다 9% 가까이 줄면서 석 달째 감소할 가능성이 커졌다.
관세청이 발표한 자료 결과, 12월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336억3천8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8.8% 감소했다. 이 기간 조업일수는 15.5일로 지난해와 같아 일평균 수출액도 8.8% 줄었다. 수출은 이달 중순까지 감소세를 이어가면서 석 달째 후퇴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국내 수출의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액은 1년 전보다 24.3% 급감했다. 업황의 하강 국면을 맞은 반도체 수출은 이달까지 5개월 연속 역성장할 가능성이 커졌다. 반도체 수출의 감소 폭은 지난 9월 -4.9%, 10월 -16.4%, 11월 -28.6%로 늘어나고 있다.
철강제품(-17.4%), 무선통신기기(-43.8%), 정밀기기(-11.2%) 등의 수출액도 1년 전보다 감소했다.
반면 수입액은 증가하면서 무역적자가 9개월째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누적 무역적자는 500억달러에 육박했다. 같은 기간 전체 수입액은 400억6400만달러로 1.9% 증가했다. 주요 품목별로는 원유(15.4%), 가스(100.7%), 반도체제조장비(29.9%), 석탄(14.1%) 등의 수입액이 늘었다.
내수시장도 부진하다. 우선 고용시장은 어느 때보다 위축된 상태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업황이 부진한 국내 기업들이 인력을 감원하거나 고용을 조절하고 있어서다. 사람인 HR연구소가 최근 기업 39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36.7%가 채용 규모를 올해보다 축소하거나 중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채용을 중단 또는 축소한다는 응답은 대기업(47.8%)이 중견기업(40.6%)이나 중소기업(32.8%)보다 더 높다.
소비시장도 위축된 상태다. 기획재정부가 이달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2월호’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카드 국내 승인액은 1년 전보다 6.4% 증가해 2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으나 9월(12.0%), 10월(10.1%)보다 증가폭이 줄어들었다. 백화점 매출액은 지난달은 1.1% 증가하는데 그쳤고, 같은 기간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도 전년동월 대비 증가율이 5.5%에서 3.5%로 축소됐다. 소비자심리지수는 86.5로 지난 10월(88.8) 대비 2.3포인트(p) 하락했다. 이 지수가 100 아래면 장기평균(2003~2021년)과 비교해 소비심리가 비관적이란 의미다.
기획재정부는 한국경제에 대해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가운데 내수 회복 속도가 점차 완만해지고 수출·경제 심리 부진이 이어지는 등 경기둔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시장은 더욱 심각하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행을 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전국 아파트값은 4.79% 감소했다. 이는 2003년 부동산원이 아파트값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지난 11월 전국 아파트값은 2.02% 하락해 월별 기준 역대 최대 하락을 기록했다. 이달에도 매주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해 올해 연간 하락폭이 7% 육박할 전망이다.
가계부채 개선도 해결과제다. BIS의 올해 2분기 가계부채 통계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5.6%로 상승해 43개국 가운데 3위를 기록했다
한국은행도 현재 경기지표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내년 상반기에는 경기가 많이 어려울 것으로 예측한다”면서 “경기 침체로 가느냐, 아니냐 하는 경계선에 있다”고 우려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