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여정
다누리 공식 명칭은 ‘한국형 달 궤도선’이다. 다누리가 위성이 아닌 ‘선’인 이유는 수행할 임무와 성능, 시스템이 위성과 달라서다. 위성엔 소규모 추진력을 가진 모듈이 달린다. 연료도 적게 든다. 다누리 같은 달 탐사 궤도선은 지구에서 달까지 직접 항해해야 하고 궤도에 진입하려면 강한 추진 모듈을 장착해야한다. 연료도 훨씬 많이 든다.
다누리는 지난 8월 5일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캐너배럴 우주군기지에서 스페이스X 팔콘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다누리는 항행 116일째인 지난달 28일 고해상도카메라로 지구와 달을 같은 크기로 촬영했다. 그리고 이달 17일 달 중력에 안전하게 포획되기 위한 1차 기동을 시도했다. 속도를 줄여 궤도선을 임무궤도에 안착시키려는 첫 단계다.
결과는 성공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1차 진입기동 후 궤도정보를 분석했고 이틀 뒤인 지난 19일 다누리가 목표 감속(시속 8000㎞→시속 7500㎞) 타원궤도에 진입했음을 확인했다. 다누리는 앞으로 기동을 4차례 더 시도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각 기동마다 요구되는 속도와 근지점, 원지점이 있다. 이렇게 타원형궤도를 점점 좁혀서 원형궤도로 진입하는 게 목표다. 달 중력에 포획됐기 때문에 추가 기동을 하는 과정에서 돌발 변수가 생길 확률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왜 돌아서 가나
다누리가 달에 접근하기 위해 채택한 궤도는 BLT다. 달 공전 속도와 비슷한 속도로 접근해 중력장에 포획되면서 천천히 궤도를 형성하는 방식이다. 처음엔 타원형으로 돌다가 점점 원형 궤도를 돌면서 안착하기 때문에 연료 소모를 줄일 수 있다. 물체가 지구와 태양 사이 평형 지점에 도달하면 약한 힘으로도 태양으로 가거나 지구로 끌려 갈 수 있다. 이런 원리를 이용하는 게 BLT다. BLT는 연료를 절약할 수 있는 대신 다른 궤적(물체 포물선 경로)에 비해 이동거리가 길다. BLT를 이용하면 최대 150만㎞까지 돌아가야 한다. 다누리가 1차 진입 기동을 시도하기까지 4개월 이상이 소요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직접 달을 향해 접근할 수도 있었겠지만 도달시간이 짧은 만큼 운영경험이 부족한 한국으로선 채택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달에 접근해 속도를 줄일 때 연료를 다량으로 소모해야 하는 단점도 있다. 지구에서 달까지 38㎞ 거리를 한 번에 가려면 발사체 성능도 뛰어나야 한다. 한국은 사전에 ‘위상루프전이’라는 방식도 고려했었다. 타원궤도를 돌며 천천히 달 궤도에 진입시키는 방식은 BLT와 같다. 그러나 지구를 세 바퀴 반을 먼저 돌아야 하며, 지구에서 달까지 약 30일이 소요될 예정이었다. 여러 모로 BLT가 가장 효율적인 셈이다.
다누리가 할 일
다누리는 오는 23일 3차 기동, 26일 4차 기동, 28일 오후 2시경 5차 기동에 이어 29일 오후 4시경 달 원형 궤도에 안착할 예정이다. 끝난 건 아니다. 궤도 안착 이후엔 임무 궤도 보정 기동이 30~31일에 각 한 차례씩 예정돼있다.
다누리가 궤도에 진입하면 1월 한 달은 탑재체 초기동작을 점검하고 본체 기능시험과 광학탑재체(고해상도카메라·영구음영지역카메라·광시야편광카메라) 검보정을 한다. 이는 최상의 위성영상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위성영상 오차, 왜곡현상을 조정하는 작업이다. 시운전이 끝나면 정상 운영된다. 다누리는 내년 2월부터 12월까지 하루 12회 공전하며 달을 관측한다. 달 착륙 후보지탐색, 자기장·방사선 관측 등 과학연구, 우주인터넷기술 검증 등 과학기술 임무 외에 안테나로 관측 데이터도 수신한다. 항우연은 이 기간 다누리가 궤도를 유지하도록 거리를 측정하고 궤도 기동을 수행한다. 태양 입사각 변화에 따른 열조건 유지를 위한 회전 기동도 수행한다.우주로 가는 첫 걸음
다누리는 대국민 공모로 지은 순 우리말 이름이다. ‘달’과 누리다의 ‘누리’를 더한 말로 달을 남김없이 모두 누리고 오길 바라는 마음과 최초 달 탐사 성공 기원을 담고 있다. 성공하면 한국은 우주기술 역량을 전 세계에 입증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우주프로젝트에도 참여할 자격을 갖출 수 있다. 인류 두 번째 달 착륙 프로젝트(아르테미스·2024년 예정)가 한 예일 수 있다.
항우연 관계자는 “다누리는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탐사선이라는 점에서 가장 큰 의미”라며 “우주로 가는 첫 걸음이 되는 것이고 성공한다면 앞으로 국제협력 프로젝트도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자신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