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크 스톰2: 샤크네이도’(감독 안소니 C. 페란트)
한 줄 감상: 상어 비가 내려와!
줄거리: 뉴욕으로 향하는 비행기. 갑작스러운 난기류가 감지되고, 강한 폭풍우와 함께 상어 떼가 나타나 인간을 공격한다. 기장과 승무원 모두 사망. 우여곡절 끝에 비행기를 안전하게 착륙시킨 핀(이안 지어링)은 ‘식인 상어 토네이도’가 다가온다고 경고하지만 아무도 듣지 않는다. 핀의 우려는 현실이 된다. 하늘에서 나타난 식인 상어 떼 때문에 뉴욕은 순식간에 피로 물든다. 죽어가는 사람들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다. 핀은 옛 연인 스카이(비비카 A. 폭스)와 처남 마틴(마크 맥그러스) 등과 힘을 합쳐 식인 상어에 맞선다.
관전 포인트: 비주얼이 대담하다. 영화 시작 7분 만에 식인 상어가 허공을 날며 비행기 엔진을 박살 내고 사람들을 해치는 장면이 등장한다. 상어의 입으로 들어가 전기톱으로 몸통을 가르며 탈출하는 장면도 기발하다. 고층 빌딩에서 식인 상어를 무찌르고 도끼와 전기를 무기로 쓰는 모습에선 영화 ‘어벤져스’(감독 조스 웨던)가 얼핏 스친다. 주인공 핀은 뉴욕 시민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목숨 걸고 싸우지만, 그가 희생자의 잘린 팔에서 반지를 빼내 에이프릴(타라 리드)에게 프러포즈하는 마지막 장면에선 ‘사이코패스 아냐?’라고 의심하게 된다. ‘샤크 스톰’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다. 혼자보단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보길 추천한다. 티빙·왓챠에서 볼 수 있다.
‘무서운 집’(감독 양병간)
한 줄 감상: 일단 한 번 웃었다면 게임 끝.
줄거리: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사진작가 부부는 마냥 행복하다. 남편이 출장을 떠나 큰 집에 홀로 남은 아내. 단꿈에 젖은 그에게 불청객이 찾아온다. 지하실에 보관한 귀신 마네킹이다. 아내는 헛것을 봤을 거라며 무심히 넘기려 하지만 집안 곳곳에서 알 수 없는 존재의 흔적이 느껴진다. 집이 있는 4층과 마네킹을 보관한 지하 1층을 바삐 오가던 아내는 결국 식칼을 들고 귀신에 맞서기로 결심한다.
관전 포인트: 공포 영화의 외피를 두른 4차원 코미디 영화다. 처음 귀신을 마주한 아내의 어색한 비명에서 웃음을 터뜨렸다면, 당신은 ‘무서운 집’을 사랑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장담하건대 주인공이 계단을 오르는 척 제자리 달리기를 하는 장면에선 박장대소를 참지 못할 것이다. 작품은 한순간도 예상대로 흐르지 않는다. 귀신을 맞닥뜨린 주인공은 집으로 돌아와 태연하게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고, 양치와 청소를 하고, 심지어 김장까지 한다. 관객은 이 평온한 일상 속에서 언제 튀어나올지 모를 귀신을 기다리며 킥킥 웃음을 삼키는 기묘한 경험을 한다. 못 만들어서 더 잘 만든 영화. 놀랍게도 2015년 개봉했다. 혼자 명절을 보내는 젊은이들에게 추천한다. 왓챠에서 볼 수 있다.
‘드래곤볼 에볼루션’(감독 제임스 왕)
한 줄 감상: 드래곤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줄거리: 위대한 마법사들 손에 오랜 시간 봉인됐던 사악한 외계 존재 피콜로(제임스 마스터스)가 다시 깨어난다. 평범한 고등학생인 손오공(저스틴 채트윈)은 피콜로 때문에 할아버지를 잃고, 무천도사(주윤발)를 찾아가 기(氣)를 다스리도록 수련한다. 피콜로가 노리는 것은 우주 각지에 흩어진 드래곤볼 7개. 구슬을 모두 모은 자에게 엄청난 힘을 안겨주는 영물이다. 손오공은 부르마(에미 로섬), 야무치(박준형), 치치(제이미 정)와 팀을 이뤄 피콜로를 추격한다. 우주의 위기를 알리는 일식은 점점 가까워진다. 과연 누가 드래곤볼을 얻을 것인가.
관전 포인트: 중국 고전을 모티브로 삼은 일본 만화를 미국 제작사가 영화화했다.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봐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시아계 할아버지를 둔 백인 소년 손오공이라는 설정에 코웃음부터 나게 될 것이다. 푸른 눈의 손오공을 마음으로 이해하면, 엉성한 컴퓨터 그래픽과 배우들의 어설픈 연기, 영화 ‘마스크’(감독 척 러셀) 속 배우 짐 캐리를 연상시키는 피콜로의 외모도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일본 만화 ‘원피스’를 실사 드라마로 만드는 제작진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타산지석 삼을 수 있어서다. 설 연휴 만난 미취학 조카들과 함께 보자. 원작 만화를 아는 어른들 눈에는 최대한 띄지 않는 것이 좋다. 디즈니+에서 볼 수 있다.
‘클레멘타인’(감독 김두영)
한 줄 감상: 고전은 영원하다.
줄거리: 국가대표 태권도 선수 김승현은 세계대회 결승을 치르고 있다. 같은 시각, 승현의 여자친구는 딸을 출산한다. 이해할 수 없는 판정으로 승현은 메달을 놓치고 여자친구는 졸도한다. 7년 뒤, 형사로 일하며 혼자 딸 사랑(은서우)을 키우던 승현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는다. 그런 그에게 조직폭력배 황종철(기주봉)이 접근해 도박판 싸움꾼으로 고용한다. 어둠 속에서 보내던 어느 날, 승현은 사랑이 미국으로 납치됐다는 소식을 듣는다. 납치범이 요구한 조건은 미국 격투기 선수 잭 밀러(스티블 시걸)과의 승부, 그리고 패배. 질 것인가, 이길 것인가. 승현에겐 그것이 문제로다.
관전 포인트: 이야기를 전개하는 속도가 이 세상의 것이 아니다. 태권도 세계대회에서 억울하게 패한 승현이 형사가 됐다가 황종철 일행에게 잡혀가는 과정이 약 20분 만에 펼쳐진다. 영화가 상영되는 100분 내내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알 수 없는 장면이 줄을 잇지만, 쉴 새 없는 장면 전환이 생각을 마비시킨다. 출연진은 ‘네가 왜 거기서 나와’의 연속이다. 미국 배우 스티븐 시걸, 코미디언 임혁필, 프로레슬러 노지심, 그리고 배우 김보성이 특별출연도 우정 출연도 아닌 ‘의리 출연’으로 함께 했다. “이것은 절대 1점이 아니다. 11점을 주고 싶은 내 마음이다” 등 관람평이 심금을 울린다. 가족과 함께 볼만한 영화다. 단, 가족에게 원망을 살 수 있으니 주의하시오. 왓챠·티빙·웨이브에서 볼 수 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