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령 KBO 리그 등록 선수 추신수(40. SSG 랜더스)는 왜 안우진(23. 키움 히어로즈)의 야구대표팀 발탁을 원했을까.
추신수가 학교폭력 논란에 휘말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한민국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한 국내 최고 투수 안우진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가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추신수는 지난 21일(미국 시간) 미국 텍사스 지역 한인 라디오 방송국인 DKNET '달려라 라디오'에 출연해 "일본은 국제대회를 하면 새로운 얼굴이 많다"면서 88년생 동갑내기 김광현(SSG 랜더스), 양현종(KIA 타이거즈), 김현수(LG 트윈) 등 노장선수 주축이 된 WBC 한국 대표팀의 전력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추신수는 "(우리나라에)어린 재능있는 선수들이 많다"며 19세 문동주(한화 이글스)의 구위를 칭찬하다가 불쑥 안우진을 거론했다.
안우진은 휘문고교 재학시절 학교 후배를 폭행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징계를 받은데 이어 대한체육회,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3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같은 전력 때문에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아마추어 국제대회 대표팀 일원으로 뛸 수 없다.
2018년 히어로즈에 지명돼 KBO에 들어온 이래 성장을 거듭, 지난 시즌 리그 최고의 투수로 거듭났다. 최고 160km, 평균 153km의 강속구에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더해 원조 메이저리거 박찬호(49) 이후 최고 구위로 평가받고 있다. WBC 한국 대표팀 에이스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지만 '학폭' 논란을 우려한 KBO측의 정무적 판단에 따라 대표팀 합류가 불발됐다.
추신수는 "(안우진이)분명히 잘못된 행동을 했다"면서도 "(중략)굉장히 안타깝다. 박찬호 선배님 다음으로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는 재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 야구하고 있지만 이해가 안 되는 일이 너무 많다"며 "한국은 용서가 쉽지 않다. 어릴 때 (잘못을)했다면... (안우진은)잘못을 뉘우치고, 처벌을 받았고, 출장 정지도 다 받았는데 국제대회를 못 나간다"고 작심한듯 말했다.
안우진의 재능과는 별개로 논란을 불러일으킬만한 발언이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학폭은 미투(Me too·성폭력 피해 고발), 음주운전과 더불어 사회생활을 사실상 끝장내는 용서받지 못할 중죄로 취급받고 있다. 그럼에도 추신수는 이날 선배로서 앞길이 구만리 같은 후배의 미래를 위해 할 말은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추신수는 시애틀 매리너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신시네티 레즈, 텍사스 레인저스를 거치며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의 한국타자로 불린다. 2021년 SSG 입단하면서 고교 졸업 이후 처음으로 국내 그라운드를 밟았다. 기량은 정점에서 내려왔지만 빅리그에서 습득한 노하우를 아낌없이 그라운드에 쏟아붓고 있다. 특히 국내 프로야구 전반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한국은 용서가 쉽지 않다"는 추신수의 발언은 오랜 미국 야구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미국 야구에서 용서는 어떻게 행해지나. 추신수의 이전 소속팀 텍사스 레인저스의 동료였던 조시 해밀턴은
용서를 통해 슈퍼스타로 거듭날 수 있었다. 아마추어 시절 역대급 야구 유망주로 평가받던 조시 해밀턴은 마약과 알코올 중독으로 젊음을 탕진하다 극단적인 시도까지 했다. 이혼으로 가정까지 파탄 났지만 MLB는 정신차린 그에게 기회를 줬다. 그는 아메리칸리그 MVP를 수상하며 극적인 재기에 성공했다.
역시 빼어난 재능으로 아마추어 시절부터 주목받다 프로 입문 이후 망나니가 됐던 투수 맷 부시도 추신수의 동료였다. 음주음전과 폭행이 일상이던 그는 심지어 음주 뺑소니 살인죄로 교도소에서 3년 넘게 보냈다. 그럼에도 MLB는 야수에서 투수로 전향하면서까지 새 삶을 살고자 했던 그에게 기회의 문을 열어줬다. 그는 한 때 레인저스의 마무리투수 자리까지 꿰차는 등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추신수와 선수생활이 겹치지 않아도 MLB에서 악동들이 멀쩡하게 선수생활을 하는 경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추신수의 말대로 처벌을 받고 잘못을 뉘우쳤다면 기회를 주는 게 미국사회의 보편적 정서이기 때문이다.
칼 에버렛은 헛스윙을 하면서 방망이를 놓쳐 4살 소년과 15살 소녀를 맞혀 다치게 했다. 앨버트 벨은 악동을 넘어 '악의 화신'이라는 극단적인 비판을 받았다. 빼어난 방망이 실력으로 90년대 초반 메이저리그를 평정했지만 그라운드 안팎에서 폭력을 휘둘러 팀 동료들까지 꺼려하는 존재였다.
자기를 야유하던 팬에게 공을 던져서 갈비뼈에 금이 가게 만들거나 구타해서 얼굴에 상처를 입혔다. 배트에 (반발력을 높이는)코르크가 검출됐음에도 상대감독이 집어넣었다고 주장했다. 95년 월드시리즈 3차선을 앞두고선 더그아웃을 찾은 여성리포트에게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해 쫓아냈다. 같은 해 핼로윈데이에는 자신의 집을 찾아와 사탕을 달라는 꼬마들을 트럭을 몰고 쫓아냈다.
그럼에도 MLB는 이 악의 화신을 그라운드에서 내쫓지 않았다.
손대선 기자 sds110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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