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사의 표명과 맞물려 ‘전경련-경총’ 통합설이 재조명받고 있다. 전경련 차기 회장 후보로 손경식 현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이 거론되면서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손 회장은 최근 재계 고위 관계자들에게 “전경련 회원사들이 추대하면 긍정적으로 검토 하겠다”면서 “전경련과 통합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전경련-경총’ 통합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경총에 따르면 손 회장은 경총 수장으로 취임한 2018년부터 전경련과의 통합을 주장했다. 그는 미국 보수주의 성향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을 모델로 한 정책연구기관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새로운 경제계 단체가 생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일말의 가능성이 비치는 이유는 ‘국정농단’ 이후로 달라진 전경련 위상 때문이다. 국정농단 연루가 사실로 드러나자 4대 그룹(삼성·SK·현대차·LG)이 줄줄이 회원을 탈퇴했다.
논란이 커지자 허 회장은 정경유착 근절, 단체 이름 변경 등을 내걸고 혁신을 다짐했지만 뜻한 바를 다 이루지 못했다는 평을 받는다. 급기야 문재인 정부 때 청와대에서 주최한 경제인 행사에서 배제됐고, 지난달 윤석열 정부가 경제계 단체와 함께한 비공개 만찬에도 허 회장은 홀로 불참했다. 전경련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배종찬 인사이트K 소장(정치평론가)는 “전경련은 이전과 같은 기능을 하던 시절로 돌아가긴 어려울 것”이라며 “미르(스포츠재단) 등 부정적인 여론과 결부돼 있어 (대통령도)거리두기를 하는 게 옳다고 보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배 소장은 “또 한편으론 전략일 수 있는데 (전경련과 직접 만나기보다) 이재용, 최태원 등 CEO와 직접 만나 소통하는 게 소통을 하는데 이미지에도 좋고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선 걸로 보인다”고 밝혔다.
배 소장은 두 단체가 당장 통합하긴 어려울 거라고 봤다.
그는 “기득권을 쥐고 있는 한 두 단체가 통합하기는 쉽지 않고 손 회장 추대도 마찬가지”라며 “이런 와중에 통합을 주장하는 건 경총이 주도권을 가져가겠다는 차원의 전략적인 포석도 담겨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경련 “검토한 바 없다”
전경련도 경총과의 통합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후임 회장 인선에 관해선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다. 차기 회장은 내달 있을 총회에서 결정된다. 손 회장 외에도 김승연 한화 회장⋅이웅렬 코오롱 회장⋅신동빈 롯데회장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전경련 관계자는 “사무국 차원에서 (통합을) 검토한건 없다”라며 “허 회장이 사의를 표명했고 후임 논의가 진행될 텐데 경우에 따라 연임할 수도 있고, 새로운 회장이 선임될 수 있다. 회장단 의견이 어떻게 모이느냐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재계도 대체로 침묵하는 분위기다.
전경련 회원사 관계자는 “언론에서 다뤄진 내용 말곤 아는 게 없다”라며 “코멘트할 만한 입장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