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줄고 처우 그대로”…택시 기본요금 인상의 역설

“손님 줄고 처우 그대로”…택시 기본요금 인상의 역설

기사승인 2023-02-01 20:00:30
서울시 중형택시 기본요금이 1일부터 4800원으로 1000원 인상됐다. 송금종 기자 
택시 기본요금이 올랐지만 26년차 베테랑 기사는 웃지 못했다. 하루 벌이가 나아졌을 법도 한데 오히려 반대다. 요금이 오르자 손님이 끊겼다. 업계 고질적 병폐인 사납금 인상도 고민거리다. 정부가 심야 택시 공급난을 완화하려고 꺼낸 정책이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요금 인상 첫 날인 1일 서울 상암동에서 광화문으로 이동하는 택시 안에서 뜻밖의 얘기를 들었다. 법인택시 기사 A씨는 “우리로선 요금이 안 오르는 게 좋다”고 말했다.

A씨는 “이전엔 5명 태워야 벌 수 있는 돈을 3~4명을 태워도 되니까 기분은 좋다”라면서도 “앞으로가 중요하다. 손님이 타면 더 벌겠지만 택시 요금 부담을 느끼면 안탄다.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부터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 올랐다. 기본거리는 현행 2000m에서 1600m로 400m 줄였다. 거리 요금은 132m당 100원에서 131m당 100원으로, 시간요금은 31초당 100원에서 30초당 100원으로 조정됐다. 미터기 회전이 더 빨라지는 셈이다.

심야 할증도 기존 2시간 앞당긴다. 밤 10시~11시 사이, 새벽 2시~4시 사이엔 20%를 적용한다. 기본요금은 4600원에서 5800원으로 올랐다. 밤 11시부터 새벽 2시 사이엔 두 배인 40%를 적용한다. 기본요금은 6700원으로 기존보다 1400원 많다.

서울시 요금 정책이 심야 택시 공급난을 해소할 지는 미지수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법인 택시가 2만5000대다. 이중 실제 운행 중인 택시는 30%, 약 7500대다. 기사 수도 줄었다. 시에 따르면 서울 법인택시 기사 수는 2019년 1월 3만1130명에서 지난해 5월 2만710명으로 줄었다. 공급은 그대론데 요금만 오른 구조라 수요가 주는 건 당연한 원리다.

고용 확대와 처우개선에 관한 기대도 찾기 힘들었다. 완전히 폐지됐지만 암암리에 행해지고 있는 사납금 부담에 여전히 운전대를 못 잡는 기사가 태반이다. 법인택시 기사는 매일 벌어들인 금액 중 일부를 회사에 납부한다.

A씨는 “요즘 밤 12시만 되면 손님이 끊기는데 야간을 뛰는 기사 중엔 사납금 못 내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며 “야간을 뛰어보니 새벽 1시 전에 퇴근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더라. 밤에 보면 상암동에 빈 택시들이 항시 서 있다”고 말했다.
서울역 버스환승센터 택시 승강장에서 시민들이 택시 승하차를 하고 있다. 송금종 기자

이어 “기본요금이 오르다보니 손님이 줄어서 사납금 내기가 앞으로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고 우려했다. 인상폭에 관해선 “택시를 하면서 기본요금이 2, 3번 정도 올랐다. 이번은 거의 3년 만”이라며 “체감 상 크지 않다”고 말했다.

기사 B씨가 다니는 회사도 직원 6000명을 거느릴 만큼 호황을 누렸지만 코로나19 충격으로 직원 수가 3분의 1로 줄었다. 일을 한지 5시간이 지났는데 평소보다 2만원이나 덜 벌었단다.

B씨는 “처우개선은 필요 없다. (기본요금이) 안 오르는 게 우리로선 낫다. 사납금이 또 오를 것”이라며 “지금 사납금이 19만 원인데 그걸 못 채우면 개인이 물어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들이 다시 돌아올 일은 없을 것”이라고 푸념했다.

중형 택시와 함께 이날 모범택시도 기본요금이 500원 올랐다. 모범택시도 요금 인상으로 손님 잡기가 빠듯해졌다. 

서울역에서 만난 기사 C씨는 “오후 2시가 다 됐는데 손님 한 명 태웠다"며 “솔직히 우리는 요금이 오른 것도 아니다. 오히려 손님 인식만 바꿔놨다. 솔직히 (기본요금이) 일반택시와 별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초창기엔 모범택시 요금이 일반의 3배였는데 지금 정책은 모범택시를 아예 없애려는 것 같다. 콜택시는 아무리 비싸도 원하는 사람은 타는데 아무런 제재를 안 받는다”며 비난했다. 

시민들은 대체로 요금 인상을 크게 느끼고 있었다. 서울역에서 만난 한 시민은 “(요금이) 많이 올랐다. 짧은 거리 타기도 이제 부담 된다”라며 “공공요금은 전부 오르는데 벌이만 안 올라서 힘들다. 경기도 안 좋고 자영업자만 죽어난다”고 토로했다.

요금정책에 무신경한 시민들도 있었다. 플랫폼 선결제로 택시를 탄 이들은 하나 같이 ‘몰랐다’고 답했다. 1000원 인상이 대수냐는 반응도 있었다. 택시 수요가 많은 역사 앞은 평소와 크게 다르진 않았다. 이날 오후 2시경 서울역 버스 환승센터는 택시 승하차 시민들로 북적였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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