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가 한 100가지 약속, 얼마나 지켰을까

식약처가 한 100가지 약속, 얼마나 지켰을까

식의약 규제혁신 100대 과제 중 57개 해결

기사승인 2023-02-02 16:56:15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식의약 규제혁신 100대 과제 추진성과를 보고하고 있다.   사진=한성주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6개월 만에 식품·의약품 규제혁신 57개 과제를 해결했다.

식약처는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안전한 미래를 여는 식의약 규제혁신 100대 과제 추진성과 보고회’를 개최하고 과제 추진율이 57%라고 밝혔다. 보고회는 식의약 기업과 협회 및 학계 등 전문가들이 참석, 현장의 요청을 전달했다. 환자단체와 소비자시민단체도 참석했다.

식약처는 지난해 8월11일 식의약 규제혁신 100대 과제를 발표하고 본격적으로 추진해 왔다. 100대 과제는 지난해 2월부터 식품 및 의약품 기업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도출했다. 지금까지 57개 과제를 완료했거나, 완료를 앞둬 57%의 추진율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식품 분야 34개, 의약품 분야 23개 과제를 달성했다. 

배양육·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신 시장 열린다

식품 분야에서는 신기술·신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 낡은 제도를 손질해 업계와 소비자들의 불편을 해소하기도 했다. △미래 식품 원료의 인정 확대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신시장 창출 △집단급식소 시설기준 합리적 개선 등이 주요 성과로 꼽혔다.

앞으로 세포배양 식품도 식품 원료로 인정받을 수 있다. 세포배양 식품은 실험실 환경에서 배양한 세포를 활용해 제조한 식품이다. 가령 동물 세포를 대량으로 배양하면, 동물을 도축하지 않고도 얻을 수 있는 ‘배양육’을 생산할 수 있다. 기존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식품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농산물, 축산물, 수산물, 식품첨가물 등으로 한정됐다. 식약처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신기술 적용 식품도 식약처에 안전성 자료 등을 제출해 식품 원료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세포배양 식품 스타트업 등 16개 업체가 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 전망이다.

맞춤형 건강기능식품도 본격적으로 시장에 소개된다. 건강기능식품을 개인의 건강 상태와 선호에 따라 소분·조합해 판매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건강기능식품을 소분 판매하는 것은 법률로 금지됐다. 식약처는 맞춤형 건강기능식품판매업, 맞춤형건강기능식품관리사 제도가 정식으로 도입될 수 있도록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지난해 11월29일 국회에 발의했다. 아울러 지난 2020년 7월부터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 제도를 통해 12개사가 121개의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18개사 1559개 매장이 실증특례를 추가로 승인받았다.

구내식당, 급식시설 등을 운영·이용하기도 한층 수월해진다. 집단급식소의 조리장과 별도의 장소에 식사장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시설기준이 개선됐다. 그동안 집단급식소의 조리장과 식사장소는 반드시 같은 곳에 설치하도록 규제됐다. 면적이 넓은 대규모 산업단지는 급식시설과 작업 현장 간의 이동 거리가 멀더라도 별도의 식사장소를 마련할 수 없어 급식 이용자의 불편이 컸다. 식약처는 이번 개선으로 소비자의 편의성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 급식소운영자도 조리장 추가설치 및 운영비를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식의약 규제혁신 100대 과제 추진 현황.   식품의약품안전처

신 의료기기·혁신 치료제 도입 빨라진다

의약 분야에서는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 활로를 마련했다. 해외 신약에 대한 환자들의 접근성도 높아진다. △디지털헬스기기 등 의료기기 맞춤형 신속 분류제도 도입 △의약품 e-label 단계적 도입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 지원체계(GIFT) 신설 등이 주요 성과로 꼽혔다.

새로운 의료기기가 빠르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된다. 신개발·융복합 등 의료기기를 한시적으로 품목 분류해 허가·인증 신청을 할 수 있도록 맞춤형 신속 분류제도를 도입했다. 그간 신개발·융복합 등 새롭게 개발된 의료기기는 품목 분류와 등급 결정 등에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제품화까지 기업들의 고충이 컸다. 이번 개선으로 첨단 기술이 적용된 5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가 신속 분류 품목으로 지정됐다. 품목 분류 절차 없이 바로 임상·허가 자료작성에 착수할 수 있어, 허가·인증에 소요되는 기간이 총 60일 단축됐다.

최신 의약품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용기·포장에 QR코드를 표시해 의약품의 정보를 모바일 기기로 확인할 수 있는 ‘e-라벨’이 단계적으로 도입된다. 의약품 정보가 변경되면, 정보가 안내된 첨부문서 내용도 통상 1~3개월 내에 변경해야 한다. 하지만 기업들은 인쇄물 형태의 첨부문서를 신속히 변경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 e-라벨은 정보를 쉽게 업데이트할 수 있어, 의료전문가와 환자에게 실시간으로 최신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첨부문서를 제작하고 인쇄하는 비용도 절약된다. e-라벨 시범사업은 전문의약품 중 의료기관 직접 투여 주사제를 대상으로 오는 4월 시작된다.

희귀·난치 질환 환자들의 치료 기회가 확대된다.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 지원체계(GIFT)가 신설됐다. GIFT는 신속심사 대상을 의약품 임상 개발 초기 단계부터 조기에 발굴해 지원한다. 안전성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자료는 허가 후 제출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아울러 국제조화된 심사기준을 해외와 시차 없이 적용해 혁신제품이 빨리 제품화하도록 돕는다. 식약처는 지난해 11월 GIFT 1호로 한국로슈의 ‘룬수미오주’를 지정했다. 룬수미오주는 재발성 또는 불응성 여포성 림프종 치료제로, 도입의 시급성이 커 GIFT 품목으로 지정됐다.

“식약처 주도적 규제혁신… 안전·신뢰 담보해야”

이날 행사에서 각계 참석자들은 식약처를 향한 건의와 우려를 공유했다. 

한국식자재유통협회(KDFA) 관계자는 “식품 원산지 표시나 유통 등과 관련된 규제는 식약처뿐 아니라 농림축산식품부와 국토교통부 소관의 업무도 적지 않다”면서 “개별 기업이 이들 부처를 각각 접촉해 문제점이나 고충을 설명하기에는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며 식약처의 주도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소비자계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기술을 접하는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크다”며 “새로운 기술도 좋지만, 도입 과정에서 안전성과 신뢰를 담보하기 위한 철저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기기 업계에서는 “의료기기 분야의 여러 개선 사항이 있지만, 소규모 업체나 학계에서는 내용을 알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혁신한 내용을 일반기업이나 연구자들이 잘 알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요청했다.

식약처는 올해도 추가적으로 과제 발굴에 나선다. 소비자·업계 등 정책수요자가 직접 규제혁신 과제를 제안하고, 민관 소통으로 추진하는 수요자 친화적 혁신 ‘규제혁신 2.0’을 추진할 계획이다. 기존의 규제혁신 1.0이 △신산업 지원 △민생불편·부담 개선 △국제조화 △절차적 규제 해소 등 4개 분야에 집중했다면, 규제혁신 2.0은 4개 분야에 더해 △업무방식의 디지털전환 △수출 규제지원 등 2개 분야에서 과제를 추가로 찾을 예정이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규제혁신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향후 지속적인 의견 수렴과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오 처장은 “지난해 2월 초부터 8월까지 100대과제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시간적인 제약으로 현장의 모든 목소리를 충분히 담지는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며 “올해는 ‘규제혁신 2.0’이라는 이름으로 추가적인 개선 과제 발굴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규제는 환경에 따라 변화해야 하며, 국제 기준과 맞지 않는 부분들도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산업 현장의 실무자들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문제점들을 파악하기 위해 식약처가 업계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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