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감독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불꽃이 꺼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4일 개봉한 이후 정확히 한달.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일주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이하 3일 기준)를 수성하고 전체 예매율과 좌석 점유율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207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 5위에 올랐다. 추억에서 불타오른 ‘슬램덩크’ 열풍은 현재진행형이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인기를 견인하는 건 팬덤의 힘이 크다. 영화 개봉 직후엔 과거 원작 만화에 열광했던 30·40대 남성 팬층이 관객 과반수를 차지했다. 현재는 성별 불문 전 연령대로 확장됐다. CGV 집계에 따르면, 지난 2일까지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관람한 207만1897명 중 남성이 51%, 여성이 49%다. 연령별로는 10대 3%, 20대 20%, 30대 38%, 40대 31%, 50대 이상이 9%였다. 개봉 일주일 차에 30·40대 관객 비중이 78%였던 반면, 입소문을 타고 20대 관객이 크게 늘었다. 성비 역시 1주 차에서 남성이 64%였던 것과 달리 현재는 50대 50에 가까운 상태다.
팬덤은 보다 적극적으로 영화 관람에 앞장선다. CGV가 관람객 수 기준으로 산출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 한 달 내 n차 관람 비율은 7.8%였다. 지난해 n차 열풍을 몰고 왔던 영화 ‘탑건: 매버릭’(개봉 후 일주일 내 n차 관람 비율 4.1%), ‘헤어질 결심’(3.3%)보다 높다. 메가박스의 n차 관람자는 11.7%(멤버십 회원이 구매한 티켓 매수 기준)에 달한다. 3일 황재현 CGV 홍보팀장은 쿠키뉴스에 “예전 향수를 자극하며 인기를 얻다 원작 만화를 안 본 사람도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났다”면서 “농구 코트에서 공이 울리는 소리, 농구화와 바닥의 마찰 소리, 골인 때 림이 흔들리는 효과를 생생히 구현한 점이 n차 관람을 이끄는 요인”이라고 짚었다.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동 더현대 서울 팝업 스토어에서 만난 이형규(35·직장인) 씨 역시 “극장에 울려 퍼지는 음향 효과가 좋다”면서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이 있다. 상영할 때 최대한 보고 싶은 마음에 n차 관람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음향 효과에 역점을 둔 메가박스 코엑스의 일명 ‘코돌비’ 관은 ‘더 퍼스트 슬램덩크’ 팬들의 명소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코트에서 선수들이 뛰는 모습에 박진감 넘치는 소리가 더해져 실제 경기장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듯한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고 설명했다.
열기는 다양한 행사로도 이어진다. 메가박스가 오는 4일 개최하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 크레이지 포 유 앵콜 상영회’는 2회 연속 매진 행렬을 이뤘다. 영화 상영 전후로 과거 ‘슬램덩크’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부른 박상민의 가창을 감상할 수 있는 행사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지난 달 12일 첫 행사 후 관객 요청이 많아 앙코르 공연을 마련했다”면서 “30·40대에게 옛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넘어 20대로까지 팬덤이 넓어졌다”며 인기 이유를 설명했다. 팬덤이 확대되며 포토 티켓으로 n차 관람을 인증하는 것 역시 새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팬덤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응원상영회도 인기다. ‘슬램덩크’ 팬덤이 개최하는 응원상영회는 트위터 등 SNS에서 오픈과 동시에 전 회차 매진됐다. 인기에 힘입어 배급사 에스엠지홀딩스는 공식 응원 상영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측은 “극장과 연계해 일부 상영관에서 한시적으로 응원 상영을 진행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일정은 차주 공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CGV 측은 “팬덤이 자발적으로 대관을 통해 응원상영을 하는 트렌드로 이어지는 모습”이라면서 “‘탑건’과 ‘헤어질 결심’의 n차 흥행을 이끌던 ‘탑친자’·‘헤친자’에 이어 ‘슬친자’(슬램덩크에 미친 자들)들이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 많은 사랑을 보내주고 있다. 이 정도 추세면 300만 관객 정도는 무리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