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야 나도 아프다” 1%도 안되는 펫보험 가입률

“집사야 나도 아프다” 1%도 안되는 펫보험 가입률

尹대통령 국정과제, 펫보험 활성화
‘집사’ 1500만명 넘어섰지만…보험 가입률은 0.8%
보험업계 “천차만별 진료비…보험료 산정 어려워”

기사승인 2023-02-15 06:00:11
쿠키뉴스 자료사진.

한국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1500만명을 넘어섰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는 2027년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약 6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반려동물 보험에 가입한 비율은? 0.8%다.

펫보험 활성화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다. 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여느 때보다도 높다. 그러나 보험 가입률은 좀처럼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10일 보험연구원에서 낸 ‘반려동물 보험시장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총가구 15%(313만 가구)로 추정된다. 체계적으로 집계된 반려동물 수는 없지만 지난 2021년 기준, 반려동물 수는 개 518만 마리, 고양이 225만 마리로 추정된다.

보험연구원.
늘어난 반려동물 수명…82.9% “진료비 부담돼”

‘댕댕이(강아지)’와 ‘냥냥이(고양이)’ 집사들에게 의료비용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백신 접종이 확대되고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반려견 수명은 평균 15~20세로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진료비 부담이 큰 8세 이상의 노령견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21년 한국소비자연맹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동물병원을 이용하는 소비자 1회 평균 진료비 지출 비용은 8만4000원이었다. 5~10만원 미만 지출한다는 소비자가 41.6%로 가장 많았다. 10만원 이상은 33%, 5만원 미만은 25.4%였다. 소비자 82.9%가 “진료비가 부담된다”고 응답했다. 

보험연구원.

펫보험 출시됐지만…차별성 부족

국내 반려동물 보험 계약건수는 해외에 비해 저조한 편이다. 지난해 10월 기준 계약 건수는 약 6만5000건으로 0.8%에 그쳤다. 스웨덴 40%, 영국 25%, 미국 2.5% 등 다른 국가와 비교할 때 크게 낮은 수치다.

보험연구원은 반려동물 인구 대비 반려동물보험 가입률이 낮은 배경에 대해 보험료 부담 측면보다는 관련 시장에 차별화한 보험 상품 개발과 공급이 미흡하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현재 판매 중인 반려동물 보험은 기본적으로 수술 및 입·통원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보험료는 반려동물의 종류와 나이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월 4~5만 원 수준에서 높게는 8~9만 원 수준이다. 그러나 피부, 구강, 탈구 질환이 기본계약으로 제공되는지 특약으로 보장되는지 여부를 제외하고는 상품 간에 차별성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자기 부담률도 A사 20%·30%·50%, B사 20%·30%·50%, C사 20%·30%로 유사하다. 가입 금액이나 보상 한도도 비슷한 실정이다.

한국소비자연맹.

진료비 천차만별…야간진료비 11배·심상사상충 6배

업계에서도 사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의료와 약료 서비스 가격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건강보험제도 수가체계와는 달리 반려동물의 경우에는 진료항목과 그에 따른 진료비가 천차만별”이라며 “진료비가 표준화돼야 보험료를 산출할 수 있는데 보험사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연맹이 지난 2021년 동물병원 125곳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초진료는 최저가(3000원)와 최고가(1만5000원)가 최대 5배 차이가 났다. 재진료는 최저 3000원, 최고 3만3000원으로 11배, 야간진료비는 최저 5000원 최고 5만5000원으로 11배 차이가 났다.

광견병 백신은 최저 1만원 최고 4만5000원으로 4.5배, 심장사상충은 최저 5000원 최고 3만원으로 격차가 6배였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정부 TF 꾸려졌지만…수의업계 반발은 숙제

문제는 진료비 표준화에 대한 수의업계 반발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일단 수의사가 2명 이상인 동물병원이 주요 진료비용을 공개하는 제도가 지난달부터 시행되면서 한 걸음을 내딛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주요 진료 항목 100개를 골라 내년까지 진료비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대한수의사협회에서는 “동물의료 공공성을 인정하거나 공적 지원 없이 규제 강화에만 몰두하고 있다”면서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진료비 표준화 등 펫보험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9월 금융위원회, 농림축산식품부, 금융감독원, 보험연구원, 보험개발원, 반려동물 관련 기관들이 모여 ‘펫보험 활성화 TF’를 구성했으나 올해 아직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공식 TF 회의는 아니지만 진료비 표준화 연구용역 결과를 논의하기 위해 금융위와 만나기로 일정을 잡았다”면서 “계속 실무 협의는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