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 너무 많다”…KBL 일정 변화 가능할까

“경기 수 너무 많다”…KBL 일정 변화 가능할까

기사승인 2023-02-15 16:55:12
시합에서 사용되는 KBL 공인구.   한국프로농구연맹(KBL)

최근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의 빡빡한 일정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1일 서울 SK와 대구 한국가스공사의 경기 후 최준용의 인터뷰가 농구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최준용은 “KBL에는 10개 팀밖에 없는데 54경기나 한다”라면서 “다른 나라에 비하면 경기 수가 너무 많다. 스케줄이 정말 빡빡하다. 선수 보호는 생각 안 하고 일정을 잡는다. 이러니 시즌 후반이 되면 항상 부상선수들이 많이 나온다”고 일정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선수들이 안 다쳤으면 좋겠다. 1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시즌을 준비했는데, 다쳐버리면 심적으로 정말 힘들다. 계속 다치는 선수가 나오니까 힘이 든다”라면서 “KBL이 이런 점들을 신경 써줬으면 좋겠다. 10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54경기를 치르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KBL은 정말 빡빡한 리그일까

KBL은 2001~2002시즌부터 현재까지 정규리그 54경기 체제를 이어오고 있다. 82경기를 치르는 미국프로농구(NBA)와 60경기를 치르는 일본의 B.리그에 이어 3번째로 많은 경기를 소화하는 리그다.

가장 많은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NBA는 선수들에게 철저한 휴식을 보장하고 있다. 백투백(연전) 경기가 잡힐 경우 구단 차원에서 아예 선수를 엔트리에서 제외하는 경우가 잦다. 지난 시즌 NBA에서 정규리그 82경기를 모두 소화한 선수는 엔트리에 등록된 605명 중 단 5명에 불과했다.

일본 B.리그의 경우 한국보다 많은 60경기를 소화하고 있지만, 수요일과 주말에만 경기해 일정에 여유가 있다. 선수들이 충분한 휴식을 가진 뒤 최선의 상태로 경기에 다시 나선다.

반면 KBL은 일정도 타이트한 편인 데다 휴식도 적은 리그다. 경기 외적으로 훈련량이 많기로 소문이 났다. 잠깐의 휴식기가 생기면 곧바로 대학팀들과 연습 경기를 치르기도 한다.

리빌딩을 위해 의도적으로 성적을 포기하는 일명 ‘탱킹’ 구단도 없다보니, 매 경기 최선을 다해 뛰고 있다. 연맹 차원에서도 가비지 타임(승패가 일찌감치 결정돼 주전 선수가 빠지고 벤치 멤버가 투입돼 경기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있어 주전 선수들의 경기 시간이 긴 편이다. 특히 선수층이 다른 리그에 비해 얇아 휴식을 부여하기 쉽지 않다. 울산 현대모비스(21명)를 제외하면 등록 선수가 20명이 넘는 구단이 없다. 

이로 인해 시즌 초반에는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다가도 시즌 막바지가 되면 득점, 경기력이 떨어지는 현상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선수들도 체력이 떨어져 부상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게다가 올 시즌은 동아시아 슈퍼리그(EASL)의 일정 변화로 예정 일정마저 꼬였다. 시즌 도중 홈-어웨이 제도로 진행되려던 EASL은 KBL 개막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3월 한 지역에 모여서 펼치는 토너먼트로 변경했다. 이에 KBL은 급하게 경기 일정을 재편성했다. SK의 경우 오는 27일에 예정됐던 창원 LG전을 지난 1일에 앞당겨 경기를 뛰기도 했다.

특히 2월은 국가대표 브레이크까지 겹치면서 일정이 더욱 타이트해졌고, 대부분의 팀들이 2월 중순에는 10일간 6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을 소화했다.

서울 SK의 최준용.   한국프로농구연맹(KBL)

현장에서는 볼멘 목소리 이어져

KBL의 타이트한 일정에 불만을 품고 있는 현장 관계자들은 한 둘이 아니다.

최준용의 인터뷰가 나온 다음날인 지난 12일 전희철 SK 감독은 창원 LG전을 앞두고 “9일 동안 6경기는 선수 시절부터 지금까지 처음 해본다”라면서 “KBL이 정규리그 일정을 2주만 늘려줘도 여유가 있다. 내년에 EASL이 원래대로 홈-어웨이 방식으로 펼쳐지고 만약 중국까지 참가하면 경기 수는 더 늘어난다. 누가 될지 모르지만 또 두 팀이 나갈 텐데 이 팀들을 위해서라도 스케줄을 길게 잡아줘야 여유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단 관계자 A씨는 “올 시즌 일정이 그 어느 때보다 빠듯한 건 사실이다. 감독님들도 최근에는 훈련을 진행하기보다는 휴식을 많이 주시는 편”이라면서 “사실 이전에도 시즌 일정에 관한 불만이 있었다. 하지만 선수가 이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인 걸로 안다. 이번을 계기로 일정 변화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서울잠실학생체육관 전경.   한국프로농구연맹(KBL)

일정 변화, 가능하긴 할까?

일정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방법은 크게 2가지다. 정규리그 경기 수를 줄이거나, 정규리그 일정 자체를 늘려 휴식일을 보장하는 법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단숨에 일정에 변화를 주는 건 쉽지 않다.

먼저 경기 수를 줄일 경우 금전적인 손해를 고려해야 한다. 스폰서십, 중계권료 등 KBL 및 구단들의 수입이 줄어들 게 된다. 자연스레 선수들의 연봉도 지금만 한 수준으로 받을 수 없게 된다.

54경기 현안을 유지하면서 일정을 늘리는 방안도 마냥 쉽지 않다. 일정이 길어질 경우 각 구단의 경기장 대관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봄에 개막하는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등과 겹치면서 플레이오프 ‘봄 잔치’가 위축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프로야구와 일정이 겹치자 방송사가 생중계가 아닌 경기 녹화본을 새벽 시간대에 내보낸 과거 사례도 여럿 있다.

KBL 관계자는 “아직 시즌이 진행 중인 만큼 다음 시즌 일정에 관련한 논의는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시즌이 끝나고 선수, 구단, 관계자들 등 많은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