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금’ ‘19금’…올해부턴 OTT가 직접 정한다

‘15금’ ‘19금’…올해부턴 OTT가 직접 정한다

기사승인 2023-02-28 18:37:33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스틸. 사진은 본문과 관계 없음. 넷플릭스

올해부터 OTT 사업자가 영상물 연령등급을 자체적으로 정할 수 있게 됐다. 그간 OTT에서 유통되는 영상물도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사전 심의를 거쳐 연령등급을 매겼다. 국민 절반 이상은 ‘OTT 사업자가 시청자를 모으기 위해 연령등급을 낮게 책정할 수 있다’며 우려했지만, 업계는 ‘숙원사업이 해결됐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28일 문화체육관광부와 영등위에 따르면 자체등급분류 사업자로 선정된 OTT 업체는 자사에서 공개하는 영상물의 시청 등급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영등위는 다음 달 28일부터 자체등급분류 사업자 접수를 시작해 심사를 거쳐 오는 5월 결과를 발표한다. 8월과 11월에도 추가로 희망 사업자 신청을 받아 선정할 계획이다.

자체등급분류를 원하는 OTT 사업자는 자체등급분류 절차 및 사후관리 운영 계획과 청소년·이용자 보호 계획의 적정성을 평가받은 뒤, 자격이 주어지면 △ 전체 관람가 △ 12세 이상 관람가 △ 15세 이상 관람가 △ 청소년 관람 불가를 직접 결정할 수 있다. 제한관람가 등급은 자체등급분류 사업자가 스스로 매길 수 없다. 넷플릭스, 티빙 등 OTT 플랫폼 서비스 사업자와 종합유선방송·위성방송·인터넷멀티미디어 방송제공(IPTV) 사업자 모두 자체등급분류를 신청할 수 있다.

연령등급은 △ 주제 △ 선정성 △ 폭력성 △ 대사 △ 공포 △ 약물 △ 모방위험 등 7개 요소를 고려해 매긴다. 영등위는 ‘현행 기준보다 세분화한 등급 분류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OTT 업계 의견을 수용해 연령등급마다 항목별 예시 장면이 포함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기로 했다. 또, 사업자가 적정한 연령등급을 매기고 이를 잘 지키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문가가 포함된 모니터링단을 구성해 운영할 계획이다.

2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OTT 자체등급분류 제도 설명회. 영등위

OTT 업계는 자체등급분류 제도를 반기고 있다. 영등위 심의에 걸리는 시간을 줄여 콘텐츠를 적기에 출시할 수 있어서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 관계자는 “OTT를 통해 공개되는 콘텐츠가 대폭 늘면서 영등위의 등급 심의가 사실상 과부하된 상태였다. 등급 심의에 길게는 열흘까지 걸릴 정도였다”면서 “콘텐츠 제작·공개 일정에서 변수를 줄일 수 있어 반가운 변화”라고 말했다. 국내 OTT 업체들이 구성한 OTT협의회도 지난해 9월 성명문을 내 “자체등급분류제 도입으로 OTT 경쟁력 강화에 발판이 마련된 것을 적극적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반면 이용자들은 미심쩍게 여기는 분위기다. 영등위가 지난해 9~11월 일반 국민 1800명과 청소년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64.8%가 ‘사업자들이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영상물의 연령등급을 낮춰 분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청소년이 유해한 콘텐츠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자체등급분류 영상물에 대한 엄격한 사후관리가 필요하다는 답변도 65% 나왔다.

영등위는 사후관리를 통해 이 같은 불상사를 막겠다는 방침이다. OTT 사업자가 매긴 연령등급이 부적합하다고 여기면 사업자에 등급 조정을 권고하거나 등급분류를 취소할 권한을 영등위가 가진다. 영등위가 내린 조치를 사업자가 이행하지 않을 경우, 청문을 거쳐 업무 정지 또는 자체등급분류 지정을 취소할 수도 있다. 자체등급분류 사업자는 어떤 기준과 근거로 연령 등급을 매겼는지를 자료로 만들어 영등위가 요구할 경우 제출해야 한다.

노승오 영등위 정책사업본부장은 이날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OTT 자체등급분류 제도 설명회에서 “모니터링단 규모를 자세히 정하진 않았으나 40명 이상으로 구상하고 있다. 가능하다면 실시간 모니터링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사업자들도 책임감을 갖고 (연령등급을) 분류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OTT 업계 관계자는 “OTT 콘텐츠는 여론이 중요하다. ‘시청률을 위해 연령등급을 낮게 매겼다’는 지적이 콘텐츠에 치명적인 만큼, 등급분류도 꼼꼼히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OTT 사업자 대부분 방송사 시청연령 등급에 대한 노하우도 갖고 있어 시청등급 분류에 큰 어려움을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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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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