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증시 불황 속에서 운용업계 실적 희비가 갈렸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선두를 굳건히 지켰다. 한화자산운용은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일 금융투자협회(이하 금투협)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산운용사 414곳의 총영업이익은 1조1877억원이다. 당기순이익은 2조858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은 감소했지만 당기순이익은 증가했다. 지난 2021년 말 국내 자산운용사(348곳)의 총 영업이익은 2조3903억원, 당기순이익 2조109억원이었다.
자산운용사의 이윤 극대화를 판단하는 척도인 운용자산(AUM)은 전년 대비 감소했다. 금투협에 따르면 지난달27일 기준 자산운용사 펀드+투자일임 AUM(순자산총액+평가액) 총합계는 1517조7097억원이다. 전년 대비 76조2760억원이 줄었다.
AUM 100조원 이상인 5대 운용사는 △삼성자산운용 289조원 △미래에셋운용 156조원 △KB자산운용 130조원 △신한자산운용 108조원 △한화자산운용 104조원 이다. 지난 2021년 말 기준 AUM 68조원대 였던 신한자산운용은 지난해 9월 신한라이프로부터 40조원 규모 자산을 이관 받으며 한화자산운용을 제치고 4위로 올라섰다.
당기순이익 상으로 보면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1조6560억원으로 단숨에 업계 1위로 뛰어올랐다. 보유 중이던 카카오뱅크 주식 1억1048만4081주를 한국투자증권에 매각한 ‘일회성 이벤트’ 효과다.이를 제외하고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4545억원으로 업계 선두를 지켰다. 전년(3965억원)보다 14.7%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AUM은 감소했지만 해외법인이 양호한 실적을 거두면서 이를 상쇄했다.
부동산 특화 회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이 당기순이익 1294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전년 대비 49.4% 성장했다. 책임투자 일환으로 자기자본투자를 수행했고, 이에 대한 평가이익도 실적에 반영됐다는 게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 설명이다.
그 뒤를 삼성자산운용(756억원, 전년 대비 0.13%) KB자산운용(649억원, -16.6%) 한국투자신탁(310억원, -6%) 신한자산운용(199억원, -38.2%), 키움투자자산운용(194억원, -37.2%) 한화자산운용(12억원, -93.5%)이 뒤따랐다.
한화자산운용은 순이익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 2019년 170억원, 2020년 206억원, 2021년 185억원을 기록하다가 지난해 전년 대비 무려 93.5% 감소한 12억원에 그쳤다. 증시가 침체하면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상장지수펀드(ETF)도 시들했다. 한두희 한화투자증권 대표(전 한화자산운용 대표)가 내세웠던 ARIRANG ESG가치주액티브의 최근 1년 수익률은 -11.72%를, ARIRANG ESG성장주액티브는 -12.78%를 기록했다. 해당 ESG 상품은 포트폴리오의 70% 이상은 비교지수를 추종하고, 나머지 30% 미만은 한화자산운용 전략주식운용팀이 비교지수 대비 초과 수익 달성을 목표로 투자 비중 및 종목을 조정하면서 운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대체투자 쪽에서는 매출이 늘었지만,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고유자산에서 평가손실이 발생했다”면서 ESG 가치주·성장주 수익률 하락에 대해서는 “특별히 많이 하락했다기 보다는 코스피지수를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업계의 올해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신규 펀드 조성에 우호적인 환경이 아니다. 시장 불확실성이 크고 자금 조달이 어렵기 때문”이라며 “실적 상승률이 크게 둔화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