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장수는 봄이 되면 무얼 할까

붕어빵 장수는 봄이 되면 무얼 할까

기사승인 2023-03-03 06:05:02
2일 서울 한 대학가 인근 붕어빵 트럭. 트럭에 다가서자 앞에 줄을 서있던 손님들이 일제히 “오늘 다 팔렸대요”라고 외치며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진=한성주 기자

겨우내 활약한 붕어빵 장수는 어떻게 봄을 맞이할까.

겨울 간식을 파는 상인들은 따듯한 날을 반기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은 빗나갔다. 수개월간 이어진 영업을 마감하면, 손님이 감소하고 하루 벌이도 줄어든다. 그래도 곧 시작되는 봄방학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컸다. 지난 겨울 행인들의 요깃거리를 책임진 간식 장인들의 봄 계획을 2일 들어봤다.

서울의 한 대학가 붕어빵 트럭은 일찌감치 다음 겨울을 대비할 계획이다. 붕어빵 사장님은 겨울철 장사를 마치면 가장 먼저 ‘연장 정비’를 한다고 말했다. 붕어빵을 굽는 기계와 트럭에 설치된 가스설비는 수리소로 보낸다. 트럭도 대청소를 한다. ‘아내 돕기’와 ‘시장 조사’도 방학 기간 주요한 일과로 꼽혔다.

“기계를 몇 개월 동안 내내 쓰면 금방 낡아요. 그대로는 다음 겨울에 못 써요. 이런 붕어빵 굽는 기계나, 주방에서 쓰는 기구들만 전문으로 고치는 업체들이 있어요. 보내서 싹 닦고 수리해야지. 그런데 지금 쓰는 기계는 오래됐고 닳아서, 이번에는 새 기계를 사야 할 것 같아요.”

“아내가 동네 경찰서 앞에서 식당을 해요. 붕어빵 장사를 안 나가면 식당에서 음식도 나르고, 계산도 하고 도와줘야지. 아내가 사장님이고 나는 그냥 일꾼이에요. 젊은 사람들이 구워 파는 붕어빵도 종종 사서 먹어봐요. 요새 사람들이 붕어빵 장사 앞에 줄을 서니까, 젊은이들이 기대를 많이 하고 무작정 시작하는 경우가 있어요. 어떻게 만드나 보면, 너무 태웠거나 속을 넘치게 넣은 모양이 많아요. 붕어빵 굽는 게 보기보다 쉽지 않아요. 연륜이 쌓여야 하지.”

붕어빵 사장님이 붕어빵 굽기의 난이도를 설명하며 연륜이 드러나는 장인의 손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한성주 기자

사장님의 올해 봄방학은 이달 중순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날씨와 손님들의 방문 빈도는 물론, 재료 관리 사정까지 사장님이 그동안 축적한 빅데이터를 종합해 예측한 시점이다. 사장님의 봄방학이 시작되는 시점은 해마다 앞당겨졌다. 글로벌 기후변화와 러시아 전쟁 발 에너지 위기가 조그만 붕어빵 트럭에도 들이닥쳤다.

“날씨가 따듯해지면 손님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팥이나 반죽을 신선하게 관리하기가 어려워져요. 그래서 날이 조금 따듯하다 싶으면 기온을 확인하고, 25도가 넘어가면 그날 장사는 접어버려요. 제가 서울에서만 붕어빵을 판 지 20년이 넘었어요. 예전에는 9월 중순부터 시작해서 4월이나 5월 초까지도 장사를 했어요. 내년에는 10월 초에도 장사를 시작할 수 있을까 몰라. 그놈의 지구 온난화가 뭔지.”

“재료비도 하나하나 다 올랐어요. 특히 가스비가 너무 많이 올랐어요. 붕어빵 기계는 다 가스로 돌리거든. 올해 붕어빵 값은 두 마리에 1000원을 받았어요. 2년 전에는 세 마리에 1000원을 받았고, 그전에는 네 마리에 1000원이었지. 그렇게 값을 계속 올렸는데 남는 것은 점점 줄었어요. 그래서 요새 붕어빵 장사가 많이 없어졌죠. 이런 장사는 보통 부부가 달려들어 바지런히 해보려는 경우가 많거든요. 종일 아무리 해도 두 사람 인건비를 벌긴 힘들어졌지.”

6호선 한 지하철역 인근 꿀호떡 포장마차. 30여분 동안 3명의 손님이 호떡을 사갔다.   사진=한성주 기자

6호선 한 지하철역 인근 꿀호떡 포장마차는 휴가를 떠날 계획이다. 꿀호떡 사장님은 쉬면서 건강을 회복하고, 다시 일하기 위해 재충전하는 시간을 가진다고 말했다. 호떡을 굽는 철판과 각종 집기도 다시 새것처럼 닦는다. 오토바이에 수레를 연결한 구조의 포장마차는 다음 겨울까지 한 자리에 주차해 둔다.

“길에서 오래 장사를 하면 체력적으로 아주 힘들어요. 장사를 접고, 펴고, 옮기고 하는 게 다 쉽지 않아요. 게다가 호떡은 식용유를 듬뿍 둘러 굽잖아요. 계속 기름 냄새를 맡고, 연기도 많이 나요. 기관지에 무리가 많이 가요. 보통 사람들은 7월이나 8월에 여름휴가를 떠나죠. 나는 그것보다 조금 일찍 휴가를 가는 셈이에요. 철판도, 나도 겨울에 계속 일 했으니까. 푹 쉬어야지.”

꿀호떡 사장님이 10여년 동안 습득한 간식 제조 기술들을 설명하며 자부심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한성주 기자

재충전과 동시에 새로운 일도 찾는다. 호떡 장사를 쉬는 동안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서다. 고정적인 일터는 없지만, 적당한 아르바이트 자리를 잡아 근무한다. 꿀호떡 사장님은 다채로운 재주를 보유하게 됐다.

“봄이나 여름에 마냥 쉴 수는 없으니 이런저런 일을 해요. 딱히 정해진 것은 없고, 돈을 벌 수 있는 일이면 다 합니다. 제가 장사를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는데요. 할 줄 아는 게 엄청 많아요. 오코노미야키, 닭꼬치 구이, 다코야키 등등 맛있는 것은 다 만들 줄 알아요. 모두 장사를 하면서 배웠어요.”

꿀호떡 사장님의 봄방학은 최대한 뒤로 미뤄졌다. 사장님은 올해 5월까지는 장사를 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날이 따듯해져도 찾아오는 손님들이 고마워서다. 매출을 고려하면 4월부터는 장사를 쉬는 것이 낫다. 하지만 해마다 늦봄까지도 호떡을 사러 오는 소수의 단골손님들이 등장한다.

“따듯해지면 사람들은 카페 같은 실내에서 시원한 간식을 먹지, 뜨거운 호떡은 찾지 않아요. 그런데 날이 따듯해져도 호떡을 사러 오는 손님이 해마다 꼭 몇명씩 있어요. 올해 식용유 가격이 지난해보다 6만원이나 비싸졌어요. 하루에 적어도 2ℓ씩 부어야 호떡을 제대로 구울 수 있어요. 호떡 한장에 2000원을 받는데, 4월부터는 아마 10만원도 못 버는 날이 많을 거예요. 그래도 5월까지는 장사를 하고 싶어요.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좋아서요.”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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