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운전자보험 경쟁…보험사 제 발목 잡을라

치열한 운전자보험 경쟁…보험사 제 발목 잡을라

운전자보험 신 계약 빠르게 증가
불붙은 보험사들 경쟁…변호사 선임비 발단
“제2의 실손보험 되는것 아닌가” 우려도

기사승인 2023-03-05 06:00:05
쿠키뉴스 자료사진.   사진=박효상 기자

손해보험사들이 운전자보험 상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너도나도 보장 확대에 나서면서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와 보험사기를 불러일으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월 운전자보험 신계약 건수는 지난해 7월 39만6000건에서 9월 39만9000건, 11월 60만3000건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금감원은 이에 지난달 23일 운전자보험에 ‘주의’ 단계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부가 가능한 특약이 통상 100개 이상 되는 등 매우 많고 보장 내용도 다양해 소비자가 제대로 알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운전자보험은 자동차보험과 무엇이 다를까. 자동차보험은 1년 단위로 의무 가입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상대방에게 끼친 피해나 차량의 손해를 보상하는 배상 책임보험의 성격이 강하다. 자동차 운행을 하면서 타인에게 인적(대인), 물적(대물) 피해를 입힌 것을 보장하는 보험이다. 운전자 나이, 운전경력, 차종, 사고유무 등에 따라 납입보험료에 차이가 발생한다.

반면 운전자보험은 의무보험이 아니다. 운전자보험은 자동차사고로 인한 상해 또는 형사·행정상 책임 등 비용손해를 보장하는 보험이다. 형사 합의금부터 벌금, 변호사 선임 비용 등까지 폭넓게 보장한다. 사고 후 도주 및 음주·교통사고 시에 제한적 보상이 되는 자동차보험과는 달리 운전자보험은 보상하지 않는다. 통상 만기환급금이 없는 순수보장성보험의 경우 1년 보장에 보험료는 약 12만 원 수준이다.

금융감독원.

최근 손해보험사들은 공격적으로 운전자보험 판매에 나섰다. 경쟁에 불이 붙은 발단은 변호사 선임비다. 그동안 운전자보험은 경찰 조사를 마치고 정식 기소 상태 또는 재판, 구속됐을 때 변호사 선임 비용을 보장해줬다. 그러나 기존에 출시되는 상품들은 자동차 사고 시 약식기소나 부기소, 경찰조사 단계에서도 변호사 선임 비용을 보장한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 11월 DB손해보험에서 ‘자동차사고 변호사 선임비용 특약’ 운전자 보험을 출시한 것을 시작으로 KB손해보험,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한화손해보험 등에서 변호사 선임비용 보장을 강화한 운전자보험을 출시했다. 상해등급에 따라 500만원에서 최대 1000만원 한도의 변호사 비용을 보장한다고 내걸었다. 

보험사들이 열을 올리는 이유는 시장 잠재력 때문이다. 운전자보험은 도로교통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이른바 ‘민식이법’ 이후 신규 계약건수가 크게 늘었다. 운전자보험은 연간 200만건 정도의 판매량을 기록하다 민식이법 시행(2020년 3월25일) 이후 2020년 552만건, 2021년 450만건으로 크게 뛰었다.

하지만 불필요한 변호사 선임, 일부 변호사의 선임 비용 부풀리기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도한 보장 확대는 반대로 말하면 보험 사기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이 크다는 뜻”이라며 “허위·과다 청구행위가 큰 문제인 실손의료보험처럼 운전자와 변호사가 짜고 수임비를 보험사에 최대로 청구하고 페이백하는 사례가 등장할 수 있다. 자칫 보험사들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보상이 확대되면 선량한 가입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금융당국에서도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올해부터 운전자보험 자동차부상치료비(자동차 사고로 입은 상해 정도를 1급부터 14급까지 나누고 등급에 따라 최소 30만원부터 보장받을 수 있는 특약) 가입한도를 30만원으로 낮추는 등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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